[뉴스토마토 이상원기자] 대한민국이 '현금복지의 늪'에 빠져 있다. 복지정책에서 서비스복지가 아닌 현금을 직접 뿌리는 복지가 중심을 이루면서, 현실에 안주하려는 수급자들이 증가, 탈수급율은 개선되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문제의 원인을 '정치'에서 찾고 있다.
◇ 문제는 현금 복지..'정치'가 원인
복지정책이 당장의 표에 눈이 어두운 정치의 사슬에 묶여 있다보니 국민들에게 고기를 낚는 법을 알려주지 못하고, 고기를 주기에만 바쁘다는 얘기다.
실제로 정치권이 최근에 내 놓은 복지공약들을 보면 보육료 추가지원, 군인 월급인상, 노인 틀니비용 지원, 등록금 대출지원 등 현금성 지원이 대부분이다. 장기적인 투자가 필요한 복지는 당장 '표심'에 반영되기 어렵다고 보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4월 총선에서 정치권이 쏟아낸 복지공약 이행을 위해 5년간 최소 268조원이 필요하다고 분석했고, 한국경제연구원은 최대 572조원의 추가재원이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말 그대로 비현실적이라는 정치권 복지공약의 문제는 거액의 재정소요뿐만 아니라. 대부분 현금을 뿌리는 형태의 '현금복지'라는 점이다.
윤희숙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복지에 대한 냉철한 고민으로 답을 찾아야 하는데, 모든 것이 정치화하다보니까 답이 뭐냐를 찾기보다는 누가 더 배포 있게 돈을 쓰느냐에 집중해 있다"고 지적했다.
◇ 현금복지, 수급자 삶의 질 향상에 도움 안돼
현금복지의 가장 큰 문제점은 결과적으로 수급자의 삶의 질 향상에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점이다.
최근 가장 관심을 받고 있는 보육료지원만 보더라도 곳곳에서 부작용이 쏟아지고 있다. 정치권이 복지예산을 대폭 늘려잡으면서 올해 보육과 육아 교육예산은 8조1934억원에 이른다.
덕분에 어린이집에 다니는 어린이 수는 지난해 대비 14만명이나 늘었고, 상당수 어린이집은 수개월 혹은 수년전부터 대기번호를 받아두고 기다려야만 들어갈 수 있을 정도로 '만원'이다.
정부가 어린이집을 이용하는 경우를 중심으로 현금을 지원하다보니 "시설에 안 보내면 손해"라는 인식이 퍼졌고, 지나치게 어린 영아들까지도 시설에 맡기는 사례가 발생했다. 일률적인 지원방침으로 자기부담이 가능한 부유층까지 보육비를 지원받는 불합리함도 나타났다.
정부 보육료지원이 부모들이나 아이들에게 돌아가지 않고, 민간 어린이집 운영자들에게 대부분 흡수된다는 문제도 발생했다.
현재 상당수 수도권 민간 어린이집의 경우 수십에서 100만원대의 입원비와 아이들이 입는 원복비용, 교재비용, 그리고 특수활동비 등의 명목으로 추가로 현금을 요구하고 있다. 20만원 정도의 정부 지원금으로는 어린이집은 '언감생심'이다.
결국 정부는 현금복지로 재정을 낭비하고, 수급자는 수급자대로 정책 부작용의 피해를 입는 다는 것이다.
◇ 국민들은 현금이 아닌 서비스를 원한다
정치권의 일방적인 복지정책 결정이 국민들의 요구와 부합하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지난해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복지에 대한 인식을 조사한 결과, 가장 희망하는 복지 1순위가 '의료서비스'였으며, 2순위로는 '일자리 제공'을 꼽았다.
같은 기간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일자리 창출과 일을 통한 탈빈곤 지원'이 가장 필요한 복지정책으로 선정됐다.
국민들이 원하는 것은 현금이 아닌 '일자리'와 '수준 높은 복지서비스'인 셈이다.
안상훈 서울대 교수는 "기본적으로 복지는 국민들의 만족도를 높이는 쪽으로 가야 한다"며 "현금으로 주는 복지보다는 서비스를 주는 복지가 국민 체감도를 높이는 길"이라고 지적했다.
안 교수는 특히 "국민들의 복지 만족도가 높은 선진 복지국가들의 특성을 살펴보면, 세금을 내는 국민들이 일상적으로 복지를 누리도록 하고 있다"며 "교육이나 의료 등 일상에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점을 정책당국이 알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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