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상원기자] 퇴직소득세는 전체 소득세의 1.6%, 연금소득세는 전체 원천소득세의 0.001%수준이다. 전체 근로자의 12.5%만 납입하고 있는 연금은 여전히 노후준비와 거리가 있다.
정부가 올해 세제개편에서 퇴직연금 활성화를 위한 방안을 강구하고 있는 가운데, 연금소득세제 개편에 대한 공청회가 17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렸다. 전문가들은 현행 세법이 연금가입을 유도하기에 부족하다는데 인식을 같이 하고, 적극적인 세제개편을 요구했다.
이날 '고령사회 대비 연금소득세제 개편방향' 공청회에서 발제자로 나선 김진수 한국조세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연금소득이 퇴직소득보다 세금부담이 낮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연구위원은 "연금소득이 퇴직소득보다 세부담 측면에서 유리하지 않아 퇴직금제도를 퇴직연금제도로 전환하는데 장애요인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퇴직연금에 가입하고도 퇴직시에 일시에 수령하게 되면 퇴직소득으로 간주하고, 연금형태로 장기간 나눠받으면 연금소득으로 과세되는데, 둘의 세금부담 차이가 크지 않아서 연금수령으로의 유도장치로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김 연구위원은 이에 따라 연금소득의 분리과세 한도를 올려 연금소득의 세부담을 낮추고, 수령기간에 따라 원천징수세율을 차등화하는 대안을 제시했다.
현재는 연금수령시 과세대상 소득의 5%를 원천징수하고, 이후 국민연금 등 다른 소득과 합산해서 600만원을 초과하면 종합과세하고 있다. 종합과세하면 소득금액에 따라 6%~15%까지 세율이 올라가 세부담이 커진다.
김 연구위원은 또 연금수급액 한도규정을 두고, 연금가입기간 10년을 하향조정하는 등 연금수령요건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류건식 보험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퇴직금 일시금 수령자에 대해 공제혜택을 줄이거나 고율의 세금을 매겨 퇴직연금 가입을 유도해야 한다"며 세제혜택의 차별화를 강조했다.
류 연구위원은 "1인당 국내총생산(GDP)대비 소득공제비율이 어느 정도 되는가를 보면 우리나라는 50세 이상이 19.5% 수준인데, 미국은 47.4%다. 퇴직연금을 가입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설문조사를 하니 연금에 대한 선호도는 있지만, 세제혜택 때문에 망설이는 경우가 많다"고 분석했다.
퇴직연금에 대한 혜택이 고소득층에 집중돼 있어 저소득층으로 혜택을 확대해야 한다는 방안도 제시됐다.
김재현 상명대 금융보험학부 교수는 "저소득층이 적격연금에 가입할 경우 세금을 환급해 연금보험료를 지원해주는 방법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고, 류건식 연구위원은 "소득수준이 낮아서 개인연금의 사각지대에 있는 사람들에게 독일의 리스터 연금과 같은 것을 도입한다든지 해서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적격연금 가입시 세금환급을 하는 제도는 영국이 도입하고 있고, 독일은 리스터연금에 가입하는 저소득층 가입자에게 1인당 154유로에서 185유로까지 보조금을 주고 있다.
임병인 충북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연금세제는 현재는 중산층 이상에 대한 얘기일수 있는데, 적어도 근로장려금을 수령하는 근로자들에게는 어떻게든 고소득층이 누리는 연금세제 혜택을 복지차원에서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차상위계층이 될 수 있는 근로장려금 지급대상에게 연금혜택을 주면, 단기적으로 재정에 부담이될수는 있겠지만, 장기적으로 정부의 고령화대책으로 재정부담을 경감시킬 수 있다는 얘기다.
김재진 조세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세제혜택도 중요하지만, 정부입장에서는 조세지출을 줄여야 한다는 부담도 있을 것"이라며 "연금세제를 고민할 때 단순히 세제혜택만을 생각하기보다 연금정책과 조세정책을 어떻게 가져가겠다고 하는 큰 그림을 국민들에게 보여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날 플로어에서 토론을 지켜봤던 정정훈 기획재정부 소득세제과장은 기본적으로 퇴직연금에 대한 소득공제 확대의 필요성에 공감한다면서도 "세수감소나 과세형평성의 부작용도 고민해야 한다"고 신중론을 폈다.
그러나 정 과장은 저소득층에 대한 연금지원부분에 대해서는 "연금세제를 운영하는데 있어서 저소득층에 대해 좀 더 포커스를 맞춰서 혜택이 갈 수 있도록 해야한다는 점에서 현행 세제가 부족하다"며 "국가재정시스템의 틀 내에서 빠른 시일 내에 정책화해야할 것"이라고 정책의지를 내비쳤다.
정 과장은 "기본적으로 퇴직금을 받으려는 수요가 따로 있고, 연금으로 받으려는 수요가 따로 있을 것이지만 결국 최종적으로 결정하는 과정에서 세제가 상당히 중요한 작용을 하고 있다고 본다"며 "안정적인 노후보장용으로 연금을 쓰려는 분들에게는 연금세제가 충분한 인센티브가될수 있도록 제도가 보완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기획재정부는 이날 공청회 내용을 참고해 오는 8월초 올해 세제개편안에 담을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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