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성수기자] 수백억원대
SK(003600)그룹 계열사 자금을 유용해 사적인 투자를 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해 그룹 측이 언론에 최 회장의 대외활동을 적극 홍보하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재판장 이원범)는 지난 1월 기소된 최 회장에 대해 검찰 측 증인심문을 완료하고, 지난달 14일부터 최근까지 매주 목요일마다 공판을 진행하고 있다.
이 가운데 눈에 띄는 점은 최 회장 등의 재판 날에 SK그룹 보도자료도 배부된다는 것이다. 이는 횡령혐의로 공판 중인 최 회장 형제에 대한 여론에 긍정적인 변화를 주고자 애쓰는 모습으로 비춰질 수 있다.
앞서 SK그룹은 지난 26일 'SK그룹, 올림픽 선수단에 격려금 2억 전달' 제목의 보도자료를 배포했으며, 19일 'SK그룹, "한-중 새로운 20년도 손잡고 가자"'라는 보도자료를 냈다.
또 지난달 28일 'SK그룹, 5년 새 매출 122조로 두 배 껑충..수출 비중 70% 돌파', 지난달 21일 '딱딱한 미소금융은 가라..경기장으로 찾아가는 SK미소금융'이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배부했다.
이외에도 'SK, 덴마크 톱소社와 차세대 연료전지 상용화나서'(5월15일), 'SK, 교육·자금·기술 등 3대 분야 동반성장 경영 확대'(5월3일), 'SK 최태원 회장,
SK텔레콤(017670)에서의 1개월간 현장경영 소회 밝혀(4월26일)' 등이 포함되어 있었다.
대부분 최 회장 형제에 대한 재판 날인 유독 '목요일'에 언론사로 보도자료가 배부됐으며, 해당 기사들에는 대부분 최 회장의 공적인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다.
이에 '네이버' 등 주요 포털사이트에서 '최태원'을 검색할 경우, 이와 관련된 기사들 위주로 검색돼, 공판과 관련된 기사들을 찾기가 쉽지 않다.
업계 관계자는 "최 회장의 공판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사람들의 관심이 많은데, SK그룹 보도기사들 위주로 검색되는 것을 보면 소위 '물타기'(?)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 대기업 홍보실 관계자도 "기업 및 국제행사 활동에 부각시켜 우호적인 여론을 조성하고 자신들의 역할론을 강조하려는 것 아니겠냐"라며 "공판 일정과 계속 겹친다면 의심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SK측은 이런 해석에 대해 반박했다.
SK 관계자는 "최근 들어 최 회장의 외부 활동들이 눈에 띄게 많아진 것은 사실이다"라면서 "최 회장이 재판이 열리지 않는 동안 짬을 내 SK계열사 및 대외 지원활동에 활발히 참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적극적인 대외할동으로 국제행사 유치에 성공하면 제품 경쟁력이 높아지고, 이는 국가 이미지뿐 아니라 국가 경제에도 이익이 될 수 있다"며 "마치 다른 의도가 있는 것처럼 의심하지는 말아 달라"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또 "홍보실의 인력 상 최 회장 공판일정에 맞춰 보도자료 배부하는 것이 쉽지 않고, 일일히 신경쓸 수도 없다"면서도 "다만, 날짜가 겹친다면 의심받을 수 있기 때문에 좀 더 신경쓰겠다"고 말했다.
최근까지 최 회장 재판을 둘러싼 여론이 좋지만은 않다. 지난 2006년 1조5000억원에 달하는 분식회계로 징역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았다가 특별사면 된 최 회장이 또 다시 회삿돈을 횡령한 혐의로 법정에 서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최 회장 형제에 대한 선고공판은 당초 일정보다 많이 늦어진 오는 10월 초 쯤 이뤄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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