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상원기자] 7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5%를 기록했다. 지난 2000년 5월 1.1% 이후 최저치며, 2009년 7월 1.6% 이후 3년만에 1%대 진입이다.
농산물 가격이 급등했던 지난해의 기저효과와 국제유가 하락 등이 1%대 물가의 원동력이 됐지만, 경기불황에 따른 소비위축도 물가를 끌어내리는데 일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통계청이 1일 발표한 7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전달보다 상승폭이 크게 둔화되면서 2000년 5월 이후 가장 낮은 1.5% 상승했다.
전체적으로 석유류와 과일 등 농축수산물의 가격 하락이 물가지표 안정세를 주도했다.
7월 농축수산물 물가는 전년동월대비 1.5% 상승에 그쳤고, 전월대비로는 0.8% 떨어졌다. 농산물 물가는 전월대비 2.2% 하락했고 축산물은 0.9%, 수산물은 0.4% 내렸다. 석유류도 국제유가 하락에 힘입어 전년동월대비 0.7% 하락했고, 전월비로는 4.1%나 내렸다.
안형준 통계청 물가동향과장은 "지난해 7월 물가상승률이 4.5%로 높았던데 따른 기저효과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며 "8월도 작년 기저효과로 인해 1%대 물가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실제로 폭우와 냉해 등으로 지난해 7월 물가는 4.5%, 8월 물가는 4.7%까지 뛰었다. 전년동월대비로 따지는 물가상승률이 낮아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러나 불황에 따른 소비위축도 물가인하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줬다.
지난달 주류 및 담배는 0.9% 상승에 그쳤고 교통은 1.2%, 오락 및 문화는 0.2%, 교육은 1.4%, 음식 및 숙박은 0.7%로 상승률이 낮았다. 특히 통신비는 3.4% 하락했고 기타상품 및 서비스도 -5.5%를 기록했다. 안먹고 안썼다는 얘기다.
농산물과 석유류 등 대외변수가 큰 품목을 제외한 근원물가지수가 물가상승률보다 더 낮은 1.2%를 기록한 것도 소비위축을 그대로 보여주는 결과다.
물가지표는 낮아졌지만, 소비자들의 체감물가는 여전히 불안한 상황이다.
다른 품목의 하락에도 7월 전세는 4.9%, 도시가스는 9.9%, 지역난방비는 19.4%나 뛰었고, 중학생 학원비도 6.0% 올랐다. 그나마 무상보육과 무상급식 정책 때문에 보육시설이용료(-34.0%)와 학교급식비(-19.2%)가 작년보다 내린 것 외에는 1%대 물가를 체감하기 쉽지 않은 것이다.
앞으로의 물가상황도 녹록치 않다. 최근 급등한 국제곡물가격은 3~6개월 이후 본격적으로 물가에 반영될 전망이고, 국제유가도 최근 다시 뛰고 있다. 여기에 한국전력의 전기요금 인상요구가 일부라도 받아들여질 경우 소비자물가는 상승압박을 받게 된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국제곡물가격 급등과 공급측의 애로요인이 재부각 되는 등 물가불안요인이 상존하고 있다. 태풍과 추석 명절수요 등 국내 농산물가격도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정부는 지표에 관계 없이 물가안정 노력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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