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권순욱기자] 지난 2009년 2월 대전지검 특수부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오랜 동지이자 후원인이었던 강금원 창신섬유 명예회장에 대해 수사에 착수했다는 뉴스가 나오기 시작했다.
회삿돈을 빼돌려 정치인들에게 불법 정치자금을 건넸다는 혐의였다.
하지만 2008년 2월 노무현 전 대통령이 퇴임한 이후 이명박 정권은 그 주변을 이미 샅샅히 뒤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해 여름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시위로 촛불시위가 정점을 치닫고 난 이후 그 배후로 노 전 대통령을 의심해 참모들은 물론이고 단골식당에서부터 노 전 대통령 관련 책을 펴낸 출판사에 이르기까지 샅샅이 훓기 시작했다.
강 회장에 대한 수사는 이렇게 시작됐다. 강 회장의 서울 잠실 자택은 물론이고 사무실, 그가 소유한 충북 충주의 시그너스골프장 등이 모두 압수수색을 당했다. 트럭 한 대에 달할 정도로 각종 회계장부와 골프장 출입자 명단이 몽땅 검찰에 실려갔다.
이 당시 검찰은 이인규 대검 중수부장과 홍만표 대검 수사기획관 체제가 들어서면서 과거 정권 비리를 캐겠다며 대대적인 수사를 시작한 상태였다.
노 전 대통령은 이미 형님인 노건평씨가 구속되면서 칩거에 들어간 상태였고, 검찰은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을 수사하면서 노 전 대통령을 향해 칼날을 겨눌 때였다.
강 회장에 대한 수사는 안희정 현 충남지사에게도 불똥이 튀었다. 불법정치자금을 받았다는 것이다. 안 지사는 당시 "추징금을 내기 위해 1억원을 빌렸다"고 해명하기도 했다. 이후 안 지사는 아무런 죄가 없음이 드러났다.
검찰 수사는 노 전 대통령이 퇴임 이후 봉하마을에서 생태농업을 하기 위해 설립한 (주)봉화에 출자한 70억원을 향했다.
강 회장은 노 전 대통령이 퇴임하기 전인 2007년 9월에 50억원을 출자해 부산시 사하구 신평동 창신섬유 바로 옆에 ㈜봉화를 설립했고, 이어 2008년 12월 회사를 봉하마을로 옮기면서 20억원을 더 출자해 총 70억원을 투자했다.
검찰은 70억원이라는 돈이 불법으로 회삿돈을 빼돌린 것으로 보고 수사에 나선 것이다. 이 때문에 창신섬유와 시그너스골프장을 샅샅이 뒤졌다.
당시 강 회장은 "기업 이익의 사회환원 차원에서 법률 자문과 이사회 의결을 거쳐 창신섬유에서 50억원, 골프장에서 20억원을 출자해 농촌 살리기 사업에 나선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 과정에서 후일 이병완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딸과 결혼한 강 회장의 아들도 검찰 수사를 받았다.
이에 노 전 대통령은 2009년 3월 4일 자신의 홈페이지
'정치하지 마라'(글 읽으러 가기)는 글을 올려 "이웃과 공동체, 그리고 역사를 위하여, 가치 있는 뭔가를 이루고자 정치에 뛰어든 사람이라면, 한참을 지나고 나서 그가 이룬 결과가 생각보다 보잘 것 없다는 것을 발견하게 될 것"이라며 "열심히 싸우고, 허물고, 쌓아 올리면서 긴 세월을 달려왔지만, 그 흔적은 희미하고, 또렷하게 남아 있는 것은 실패의 기록 뿐, 우리가 추구하던 목표는 그냥 저 멀리 있을 뿐"이라는 회한을 남기기도 했다.
이 글에서 특히 돈과 관련해 "돈정치는 많이 개선이 되었다고들 합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정치에 돈이 필요 없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돈을 조달할 방법은 없습니다. 이전에 비하면 후원회 제도가 많이 정비되기는 했지만, 지역을 관리하거나 열심히 일하는 의원에게는 한참 부족합니다. 원외 정치인의 사정은 참담하다 표현하는 것이 적절할 것입니다. 가끔 뭘 먹고 사느냐? 세금은 얼마나 냈느냐? 이런 질문이라도 받는 날이면 참으로 난감한 처지가 됩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어 3월말에는 이광재 의원이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불법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고, 노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박연차 회장으로부터 500만불을 받았다는 이야기가 검찰로부터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결국 강 회장은 4월 10일 구속됐다. 이 당시 강 회장은 뇌종양으로 투병중이었다. 때문에 노 전 대통령은 4월 17일
'강금원이라는 사람'(글 읽으러 가기)이라는 글을 올려 강 회장에 대한 미안함과 안타까움을 표현했다.
강 회장은 결국 4월28일 구속기소됐다. 검찰이 밝힌 혐의는 회삿돈 횡령과 탈세였다. 불법정치자금 혐의는 찾아내지 못했다.
변호인 측은 검찰이 횡령이라고 주장하는 부분은 이사회를 거친 적법한 행위였고, 탈세의 경우도 회계처리 과정의 착오로서 추징금을 내겠다고 밝혔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 당시 검찰이 밝혀낸 탈세액은 16억원이었다.
이어 강 회장은 5월1일 뇌종양 수술을 위한 보석을 신청했다. 하지만 이 신청은 기각됐다. 그리고 5월17일 다시 한번 수술이 시급하다며 보석을 신청했다.
하지만 그로부터 1주일이 지난 5월23일 노 전 대통령이 봉하마을 부엉이바위 위에서 투신했다.
노 전 대통령의 유서는 "너무 많은 사람들에게 신세를 졌다. 나로 말미암아 여러 사람이 받은 고통이 너무 크다. 앞으로 받을 고통도 헤아릴 수가 없다. 여생도 남에게 짐이 될 일밖에 없다"로 시작한다.
보석이 불허됐던 강 회장은 5월26일 보석을 허가받고 구치소를 나와 고인이 된 노 전 대통령을 만날 수 있었다.
그리고 12월 10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횡령 등 혐의로 징역 2년 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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