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계, 구조조정 '칼바람' 몰아친다!
2012-08-10 16:04:16 2012-08-10 18:24:52
[뉴스토마토 김영택기자] 대내외 경기 침체로 불황의 그림자가 드리우면서 국내 산업계에 구조조정 칼바람이 매섭게 몰아 닥치고 있다.
 
조선, 건설은 물론 그간 실적을 견인했던 자동차, 전기전자 등 업종을 가리지 않고 산업 전반에 구조조정이 단행되면서 97년 외환위기, 2008년 금융위기의 악몽마저 떠오르고 있다.
 
실제 산업의 성장축인 내수는 소비 악화로 이미 그 기능을 상실한 지 오래다. 여기에다 믿었던 수출마저 유럽의 재정위기 등으로 인해 고개를 떨구는 상황에 처했다. 기업으로서는 몸집 줄이기에 나설 수밖에 없는 막다른 골목에 이르렀다는 한숨이다.
 
르노삼성자동차는 10일 경영 악화를 이기지 못하고 끝내 희망퇴직을 실시키로 했다. 이날부터 다음달 7일까지 디자인과 연구개발(R&D)를 제외한 전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프로그램을 시행한다. 지난 2000년 르노삼성차 출범 이후 처음이다.
 
르노삼성차는 한때 SM 시리즈를 내놓으며 국내 완성차 업계 2위로 올라섰으나 신차 출시 부진에 국내외 경기 침체의 직격탄을 맞으면서 지난해 2000억원이 넘는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올 상반기에는 국내외 판매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2.8% 줄어든 8만3062대에 그쳤다.
 
르노삼성차 관계자는 "올해 역시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의 영업적자가 예상된다"며 "비용절감이나 자체적인 경영개선 노력만으로는 위기를 극복할 수 없다는 판단에 따라 희망퇴직 프로그램을 실시하게 됐다"고 말했다.
 
전자업 또한 예외가 아니다. LG(003550) 그룹은 최근 구본무 회장의 “불투명한 사업 전반을 재점검하라”는 지시가 떨어진 직후 사업구조 재편에 돌입했다.
 
그룹의 간판 대들보였던 LG전자(066570)의 경우, 경북 구미에 위치한 PDP 생산라인 통폐합에 착수했다. LG이노텍(011070)은 디스플레이 생산기지인 광주공장을 하반기경 차량용 텔레매틱스와 노트북용 무선통신 부품 기지로 전환키로 했다.
 
그룹 관계자는 “자생력을 키우기 위한 사업 다각화”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지만, 사업 다각화는 통상 인력 재배치 등 조직개편을 수반하는 탓에 대규모 구조조정의 신호탄으로 해석하는 기류 또한 만만치 않다.
 
실제 그룹 안팎에서는 스마트폰 실적 부진의 영향이 TV와 디스플레이 등 전 사업부로 확대됐다는 얘기가 조심스레 흘러나오는 상황이다. 여기에다 시장에서는 LG그룹의 유동성 위기를 우려하는 목소리까지 제기되며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극심한 불황을 겪고 있는 조선업도 유동성 확보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STX(011810) 그룹은 계열사 OSV를 매각해 숨통을 트겠다는 전략이지만 업황 회복 기미가 더디면서 이마저도 심상치 않다. 또 STX에너지와 STX중공업 지분을 매각하고, STX팬오션(028670)의 선박도 내다 파는 등 자금 확보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현대중공업(009540) 역시 현대차(005380) 보유 지분을 매각해 현금 7500억원을 마련하는 한편 회사채도 발행했다. 삼성중공업(010140)은 지난해 말부터 건설사업부 소속 직원 100여명을 삼성에버랜드로 재배치했다. 그룹내 타 계열사에 인력을 돌리면서 인건비 절감에 나선 것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장기불황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는 건설업은 구조조정의 직격탄을 맞았다. 특히 국내 주택가격이 연일 하락하면서 부동산 시장의 수요가 살아나지 않은 탓에 경영 유지마저 힘들어졌다.
 
벽산건설은 최근까지 600명이던 임직원을 절반 가까이 감축했고, 법정관리에 들어간 풍림산업과 우림건설 역시 각각 350명, 260여명의 임직원이 줄었다. 중견기업들이 무너지면서 건설현장엔 풍파가 들이 닥쳤다.
 
한 대기업 고위관계자는 “하반기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기업들 역시 전사적인 원가절감에 나서고 있다”면서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있지만, 결국 임금을 줄이는 게 가장 효율적인 방법으로 구조조정의 힘을 빌릴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수석연구원은 "국가경제를 지탱해온 수출 부문의 침체가 내수 부문으로 이어져 연쇄 장기불황이 불가피하다"면서 "지난 7월 수출 증가율이 전년 동월 대비 -8.8% 급락하면서 정부의 적극적인 경기부양책과 소비산업 규제완화, 경공업과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확대가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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