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많던 사전·긴급피임약, 현행안대로..3년뒤 재심의
복지부·식약청, 의약품 재분류 최종 확정
전체의약품의 1.3% 총504개 품목 전환, 내년 3월 시행
2012-08-29 15:49:52 2012-08-29 17:14:47
[뉴스토마토 문경미기자] 피임약에 대한 의약품 재분류 논란과 관련해 정부가 현행안을 유지하기로 했다. 향후 3년간 모니터를 통해 재분류에 들어가겠다는 후퇴안을 내놓은 셈이다.
 
보건복지부(장관 임채민)와 식품의약품안전청(청장 이희성)은 지난 6월7일 의약품 재분류(안) 발표 이후, 의견수렴 및 중앙약사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29일 최종 재분류 결과를 발표했다.
 
◇전체의약품의 1.3% 총504개 품목 전환돼
  
중앙약심 회의 결과, 분류 전환 품목은 총 504개(전체의약품의 1.3%)로, 어린이 키미테 패취, 우루사정200밀리그람, 클린다마이신외용액제(여드름 치료제), 습진약 등 역가가 높은 스테로이드 외용제 등은 앞으로 병·의원 처방을 통해서만 구입할 수 있다.
 
전문의약품인 잔탁정 75밀리그람(속쓰림 치료), 아모롤핀염산염외용제(무좀 치료제) 등은 처방전 없이 약국에서 구입이 가능하게 된다.
 
또 히알루론산나트륨 0.1%, 0.18%(인공눈물), 파모티딘 10밀리그람 정제(속쓰림 치료), 락툴로오즈(변비) 등은 효능·효과에 따라 병·의원 처방 또는 약국에서 구입할 수 있게 된다.
 
일반의약품에서 전문의약품으로 전환된 품목은 전체 262개 품목이며, 전문의약품에서 일반의약품으로 전환된 품목은 200개, 동시분류 42개 품목이 포함됐다.
 
조기원 식품의약품안전청 의약품안전국장은 "의약품 재분류 전후를 비교하면, 전문의약품은 56.2%에서 56.4%,일반의약품은 43.8%에서 43.6%로 비중은 크게 변화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한편, 중앙약심 위원들은 푸시드산 등 항생제 외용제의 경우 현재 진행 중인 내성 연구사업 결과를 토대로 분류를 재검토하고, 스테로이드 외용제의 부작용에 대한 조사와 연구가 필요하다고 제안했으며, 의약품 사용의 안전과 편의를 함께 도모할 수 있도록 동시분류 적용대상의 점진적 확대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지난 6월 최초 분류(안)과 비교시, 변경된 품목은 히알루론산나트륨 0.3%, 사전피임약, 긴급피임약 등 3종으로, 히알루론산나트륨 0.3% 점안제는 저농도 투여 후 효과가 불충분하면 전문가 상담이 필요하므로 전문의약품으로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
  
◇논란많던 피임약, '부작용'과 '사회적 합의'에 초점
 
김원종 보건복지부 보건의료 정책관은 "피임약의 경우 중앙약심에서도 과학적으로는 사전피임약은 전문의약품으로, 긴급피임약은 일반의약품으로 분류하는 것이 타당하나, 그간의 사용관행, 사회·문화적 여건 등을 고려해 현 분류체계를 유지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피임약 사용실태 및 부작용에 대한 모니터링 결과를 토대로 재검토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부는 피임약 재분류 의견수렴 결과와 중앙약심 건의사항을 반영해, 향후 3년간 집중적으로 모니터링하면서 올바른 약 사용 등 여성 건강보호를 위한 특별 보완대책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사전피임약은 일반의약품으로 유지해 소비자 불편을 방지하되, 장기사용에 따른 부작용으로부터 여성건강을 보호하는 대책을 추진한다. 
 
이를 위해 모든 피임약 구입자에게 약국에서 복용법, 사용상의 주의사항 등이 적힌 복약안내서를 반드시 제공하고, 피임약 대중매체 광고에 복용시 병·의원 진료, 상담이 필요함을 반영하도록 할 계획이다.
  
또 피임약 복용시 산부인과 전문 진료를 받도록 하는 문화가 정착될 수 있도록, 보건소 포괄보조사업 및 제약회사와 연계를 통해 한시적(3년)으로 처방전을 소지한 여성에게 보건소를 통해 피임약 무료 또는 실비 지원을 추진한다. 
 
긴급피임약의 경우는, 오남용에 대한 우려가 있는 점을 감안해 전문의약품으로 유지하면서 꼭 필요한 경우에는 신속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접근성을 제고하는 방안도 마련된다.
  
정부는 그간 피임약에 대해 제시된 사회적 의견을 반영해 마련된 이와 같은 보완대책을 관계부처 및 유관단체와 함께 책임있게 추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의사협 VS 약사회, 피임약 재분류 결과 '입장차'
 
이재호 대한의사협회 의무이사는 관련 내용에 대한 브리핑이 끝난 직후 복지부 기자실을 찾아 “식약청이 과학적인 근거와 학술적인 자료를 바탕으로 재분류를 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외부의 입김에 의해서 사전피임약이 현행대로 일반의약품을 유지한 것은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반면, 김동근 대한약사회 홍보이사는 "대한약사회는 이번 피임약 재분류안에 대해서 실망을 금할 수 없다"며 "당초 사전피임약은 논의 대상조차 아니었는데 본질이 흐려진 것 아니냐"고 입장을 밝혔다.
 
결국 정부의 이번 피임약과 관련한 최종안은 당초 내세웠던 입장에서 한발 후퇴하며, 한국사회의 '미성숙도'만 명분으로 내세웠다.  
 
한편, 오늘 발표된 의약품 재분류 최종안은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 의약품 교체, 대국민 안내 등에 소요 기간을 고려해 6개월 후인 내년 3월1일부터 시행된다.
 
앞으로 식약청은 품목허가 갱신제도를 통해 의약품별로 5년마다 정기적 평가가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의약품 재분류(안)에 대해 심의는 의약품분류소분과위원회(중앙약심 내 설치)의 독성, 약리, 임상 등 전문가 8명과 공익대표 4명이 예비심의와 본심의를 거친 후 결정됐다.
 
◇29일 오후 서울 보건복지부 브리핑룸에서 김원종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사진 왼쪽)과 조기원 식품의약품안전청 의약품안전국장이 이번 의약품 재분류 결과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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