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애플에 이길 싸움 졌다..'후폭풍' 불가피
애플 디자인 D’087..특허 출원 삼성보다 1년·등록은 무려 2년 늦어
美 특허청 공식 확인..항소심 회생 길 열려
2012-09-06 11:53:32 2012-09-06 14:27:11
[뉴스토마토 김기성·황민규·곽보연기자] 삼성이 이길 싸움을 놓고도 졌다.
 
애플보다 먼저 아이폰과 유사한 휴대폰 디자인을 개발했을 뿐만 아니라 이를 국내 특허청에 출원, 등록까지 완료했다. 출원 시점은 2006년 6월 19일. 심사기간을 거쳐 등록 시점이 2007년 5월 10일이다. 법적으로 출원번호 3020060022880에 해당하는 디자인 특허에 대한 실효성을 갖게 된 것이다.
 
애플의 경우, 논란의 핵심인 D’087(둥근 모서리의 직사각형) 디자인 특허를 미국 특허청에 출원한 시점이 2007년 7월 30일, 등록 시점은 2009년 5월 26일로 <뉴스토마토> 취재 결과 확인됐다. 미국 특허청에 문의한 결과다. 이는 삼성보다 출원은 1년, 등록은 무려 2년 늦다.
 
남은 건 디자인의 형태. 국내 특허청에 따르면 삼성이 출원·등록한 디자인은 “LCD 화면을 대형화해 터치식 키패드를 적용하고 양 측면 및 저면을 감싸도록 띠 형상의 테두리를 형성해 심플하면서도 슬림한 이미지를 강조한 것을 창작내용의 요점으로 한다”고 명시돼 있다.(사진1 참조)
 
둥근 모서리의 직사각형 외관에다 전면부 대형 LCD 화면과 터치식 키패드를 적용했다는 것이 특징이다. 이는 애플이 내놓은 초기 아이폰 뿐만 아니라 애플의 특허를 침해한 것으로 미 법정에서 평결된 갤럭시S의 외관 및 디자인 특징과 일치한다.
 
문제는 삼성이 애플의 주장을 정면으로 뒤집을 내부 증빙자료를 갖추고도 전혀 엉뚱한 F700을 미 법정에 반박자료로 제출했다는 점이다. F700은 실제 제품으로까지 출시됐지만 입력방식에 있어 손가락 터치가 아닌 키보드를 채택했다. 결국 F700은 미 법정에서 증거자료로 채택되지 못했다.(사진2 참조)
 
삼성은 왜 앞의 디자인특허를 두고 F700을 법정 증거로 꺼내들었을까.
 
삼성전자 관계자는 “F700을 확실한 반박 자료로 보고 여기에 집중했다”면서 그 이유로 ‘제품 출시’를 들었다. 실물이 있기 때문에 F700을 택했다는 설명이다. 또 다른 관계자는 앞선 디자인특허에 대해 “2007년 5월에야 정식으로 등록됐고, 이전에 아이폰이 공개됐기 때문에 법무팀은 (반박 근거로서) 큰 효력이 없을 것이라고 판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관계자 말처럼 이제 고인이 된 스티브 잡스는 2007년 1월 9일 아이폰을 세상에 공개했고, 출시는 같은 해 6월 29일 이뤄졌다. 그러나 법적 효력은 특허 출원과 등록 시점으로부터 발생한다는 점은 미처 삼성이 인지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너무나도 기초적인 부분에서 판단 착오가 생긴 것이다.
 
문제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앞선 특허는 2010년 5월 자동 소멸됐다. 삼성이 관련 특허에 대한 등록료를 불납했기 때문이다. 이는 삼성이 이번 소송에서 미 법정에 증거로 내세우려 했던 F700 역시 마찬가지다. F700에 대한 디자인특허 또한 같은 이유로 2010년 1월 그 권한이 자동 소멸됐다. 관련 법적 효력과 실효성을 상실한 것이다. 업계는 이를 디자인특허 등 지적재산권에 대한 경시 풍토로 이해했다.
 
IT 관련 소송을 전문으로 하는 구태언 행복마루 변호사는 6일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삼성의 특허 출원일이 애플보다 1년이나 앞섰다는 것 아니냐”며 “특허가 소멸되기 전까지 기간 동안은 오히려 애플이 삼성의 국내 특허를 침해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삼성에서 충분히 애플이 우리 쪽 특허를 침해했다고 주장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미국에서도 애플 특허가 무효임을 주장할 수 있는 증거가 마련됐다”며 “선후를 따져볼 때 삼성이 선행 기술(디자인)을 확보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미국에서는 특허 관련해 진보성과 신규성을 가장 중요시한다”며 “애플이 주장하는 트레이드 드레스(디자인을 포함한 제품의 고유한 외관이나 느낌)는 전혀 ‘신규성’을 지니지 못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때문에 구 변호사는 “특허 무효 심판까지 갈 수 있다”면서 “삼성의 관리 부실로 특허에 대한 실효성은 없어졌으나 미 법정에서 (애플 주장을 반박할) 증거자료로는 충분히 쓸 수 있다”고 확신했다. 이어질 항소심에서 완패로 끝난 배심원단 평결을 충분히 뒤집을 수 있는 새로운 증거가 생겼다는 얘기다. 배심원단을 움직인 최대 핵심쟁점이 바로 디자인 카피이기 때문이다. 삼성에게는 희망의 길이 열렸다.
 
◇(사진1)지난 2006년 삼성전자가 특허청에 출원한 디자인 특허 도면. 해당 특허권은 2010년 5월을 기점으로 등록료 불납의 이유로 자동 소멸됐다.
 
 
◇(사진2)F700 디자인 특허 도면도와 삼성전자가 이를 기반으로 출시한 제품. 이 역시 등록료 불납을 이유로 2010년 1월 특허권이 자동 소멸됐다.
 
 
◇(사진3)애플의 아이폰3와 삼성전자의 갤럭시S. 사진1의 디자인 도면과 매우 흡사하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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