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성수기자] 검찰은 '민간인 불법사찰'에 연루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과 이영호 전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 이인규 전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에게 모두 실형을 구형했다.
2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8부(재판장 심우용) 심리로 열린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박 전 차관에게 징역 3년, 이 전 비서관에게 징역 4년, 이 전 지원관에게 징역 1년6월을 각각 구형했다.
이에 대해 피고인 측 변호인은 "검찰의 공소사실 대부분이 사실과 다르다"며 "관대하게 처벌해 달라"고 밝혔다.
박 전 차관은 이날 최후진술에서 "공직자의 생명은 청렴이고 도덕성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사실을 뼈져리게 느꼈다"며 "물의를 일으킨 것에 대해 깊히 반성하고 참회한다"고 말하며 울먹였다.
이 전 비서관은 "증거인멸을 지시한 것은 모두 저의 과욕에 의한 것으로 반성하고 있다"면서도 "민간인이나 민간기업에 대한 불법사찰을 보고받거나 지시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날 공판에서도 '민간인 불법사찰'의 보고를 받기 위해 VIP(이명박 대통령)가 '비선'을 만들었다는 정황이 또 다시 등장했다.
이 전 지원관 측 변호인은 검찰 수사자료 중 진경락 전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기획총괄과장이 작성한 '비선 보고는 대통령의 뜻'이라는 내용이 담긴 서신을 공개했다. 이 서신에는 "비선 보고는 대통령의 뜻이므로 문제될 것이 없고, 비선 보고를 문제삼는 민정수석실이 오히려 대통령의 의지를 어기고 있는 것"이라는 내용이 담겼다.
진 전 과장은 앞서 비선보고 체계가 위협을 받자, 이 서신을 이 전 지원관에게 보내 이 전 비서관과 박 전 차관에게 비선 보고를 해온 이유를 해명하려고 시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재판부는 3개의 재판으로 나눠진 이번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에 대해 피고인들의 개입 여부가 서로 얽혀 있는 만큼, 4개의 쟁점별로 분리해 진행해왔다.
이에 재판부는 사건의 쟁점을 ▲공직윤리지원관실 컴퓨터 하드디스크 파기 ▲공직윤리지원관실 특수활동비 횡령 ▲KB한마음 관련 강요·업무방해·방실수색 ▲T개발과 울주군 산업단지 개발 등에 대한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 등으로 나눠 검찰과 변호인에게 제시했다.
박 전 차관은 2008년 S사의 울주군 산업단지 승인 신청과 관련,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을 통해 울산시청 공무원들을 감시하도록 지시한 혐의(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으로 구속 기소됐다.
이 전 지원관도 박 전 차관과 같이 울주군 산업단지 개발과 관련해 울산시청 공무원들의 감사에 관여한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됐다.
이 전 비서관은 진경락 전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과장과 함께 2008년 9월 당시 김종익 KB한마음 대표에 대한 불법 사찰을 지시한 혐의와 함께 공직윤리지원관실에 있는 컴퓨터 하드디스크의 영구삭제를 지시한 혐의도 받았다.
한편, 박 전 차관 등에 대한 선고공판은 다음달 10일에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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