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 임 사
◇민형기 재판관
존경하는 재판소 가족 여러분!
재판관으로 취임해 여러분께 인사를 드린 것이 바로 엊그제 같은데, 벌써 그 임기를 다하게 되었습니다.
그 동안 베풀어주신 성원과 격려에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재판소 가족 여러분!
저는 재판관으로 취임하면서, 헌법을 수호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며, 사회적 갈등을 조정하여 공존을 도모할 것을 약속드렸습니다.
그리고 균형적 감각과 탄력적 사고를 지켜, 재판의 토대로 삼을 것 또한 말씀드렸습니다.
저로서는 이러한 소임을 다하기 위해, 나름의 노력을 기우렸습니다만, 능력이 부족하여 소중하고 영광된 기회를 제대로 살리지 못한 것은 아닌지, 두려운 마음 금할 길이 없습니다.
재판소 가족 여러분!
재판관으로서의 지난 시간은 어려움의 연속이었습니다.
최고 규범인 헌법의 이념과 가치를 추구하고 이를 구현하는 일은, 참으로 힘든 짐이었습니다.
헌법의 원리에 변하지 않는 진리가 있는지, 또 변한 내용은 어디까지 수용할 것인지 가리는 것 또한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사건마다 풀리지 않는 실타래로 몇 날을 고심하기도 하였고, 재판의 파장을 생각하며 속마음을 몇 번씩 다잡아 보기도 하였습니다.
자신이 취한 입장이 꼭 옳은 것인지 되묻기도 하였으며, 그런 결론이 납득할 수 있는 것인지 되돌아보기도 하였습니다.
이러한 것들이, 헌법을 수호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기 위한 노력으로 평가되고, 헌법을 해석하는 데에 중요한 기준으로 자리 잡을 때, 큰 보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또 세계와 어깨를 나란히 하며, 우리의 제도에 대해 찬사와 격려가 이어질 때, 가슴 뿌듯한 긍지를 갖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면서도 때로는, 자신의 이해관계에 얽혀 재판의 결과를 그릇 평가하려는 경향이 있는 것은 아닌지, 본질보다 현상을 앞 세워 재판 자체를 폄하하려는 기운이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런 마음을 떨쳐버릴 수 없었습니다.
재판소 가족 여러분!
헌법재판은 이 사회의 중심추로서, 시대적 갈등을 해소하는 적정한 수단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헌법재판의 발전은 곧 우리 사회의 발전으로 이어질 것입니다.
이제, 우리 재판소가 국내적으로 가장 신뢰받고 영향력 있는 공공기관으로 평가받고, 국제적으로도 역동적이고 모범적인 재판기관으로 인정받고 있음은, 매우 다행스런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우리 모두가 힘을 합쳐 노력한 데 따른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여기에 멈춰서는 안 될 것입니다.
우리 재판소가 국민의 신뢰와 존경을 바탕으로, 미래 사회를 이끄는 소중한 기관으로 발돋움할 수 있도록, 우리 모두의 저력과 역량을 모아야 하겠습니다.
재판소 가족 여러분의 끊임없는 관심과 정성어린 노력을 다시 한 번 기대해 봅니다.
아무쪼록, 재판소 가족 여러분과 여러분의 가정에 건강과 행운이 함께 하시길 빌며, 퇴임 인사에 갈음하고자 합니다.
감사합니다.
2012. 9. 14.
헌법재판관 민 형 기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