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성수기자] '4조원대 다단계사기'로 수백억원의 손실을 입은 피해자들이 사기범 조희팔씨(55·수배중) 가 남긴 재산에 대한 100억원대 소송에서 승소했다.
서울고법 민사21부(재판장 황적화)는 피해자 강모씨 등 164명이 조씨가 운영한 다단계판매업체 기획실장 김모씨 및 전국피해자채권단 관계자 등 14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의 항소심에서 피고의 배상책임을 인정,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고 14일 밝혔다.
재판부는 다만, 원심에서 인정한 150억원보다 낮은 110억원으로 손해배상액을 인정했다.
조씨는 2004년부터 부산, 대구·경북지역, 서울·경인지역에서 '의료기기 임대사업'을 목적으로 하는 여러 회사를 설립해 투자금을 끌어모으는 수법으로 다단계 사기범행을 저질렀다.
하지만, 사기 등의 혐의로 수사가 개시되자 조씨는 지난 2008년 10월 중국으로 밀항 도주해 잠적했고, 투자자들에 대한 수익금 지급은 중단됐다.
김씨는 조씨가 밀항 전 내린 지시에 따라 2008년 6월 A사 대표인 현모씨와 '고철수입투자계약'을 체결하고 현씨에게 440억원을 지급했지만, 그 중 320억원을 반환받지 못했다.
김씨는 같은 해 12월 320억원에 대한 투자금반환채권을 조씨의 피해자 모임인 '전국피해자채권단'에게 양도했고, 채권단은 현씨와 320억원을 반환받는 내용의 합의각서를 작성했다가, 이듬해 1월 금액을 반환받지 않고 1년6개월 간 고철수입사업에 계속 투자했다.
그러나 채권단 중 고철수입사업에 투자하기를 거부한 강씨 등은 "김씨와 현씨, 피해자채권단들이 공모해 320억원을 채권단에 양도한 후 반환받지 않고 사업을 계속함으로써 투자금을 반환받지 못했다"며 소송을 냈다.
1심 재판부는 "김씨가 전국피해자채권단에 대해 320억원의 투자금반환채권을 양도한 행위가 무효라고 볼 수 없지만, 사해행위에는 해당된다"며 김씨 등에게 150억원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원고들이 수회에 걸쳐 다액을 투자하고 직급수당을 지급받은 것은, 조씨 등이 기망에 의한 불법행위를 실현하는 일련의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서, 피해자별로 포괄해 1개의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이 발생한다"며 "손해액을 총 투자금에서 총 회수금액을 공제한 나머지 합계액 110억원으로 정한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이어 "김씨가 전국피해자채권단에 대한 320억원 투자금반환채권의 양도행위는 원고들을 해하는 사해행위에 해당된다"며 "원고들의 피해액 중 110억원 범위 내에서 양도행위를 취소하고 전국피해자채권단은 원고들에게 원상회복하라"고 밝혔다.
한편, 조씨는 지난 2008년 12월 경찰의 추적을 따돌리고 중국으로 밀항, 현재 정확한 행적이 파악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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