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필현기자]
LG(003550)그룹이 신성장 동력으로 선정한 ‘수(水)처리’ 사업이 부진 속에 해외시장으로까지 영역을 확대하자 그룹 안팎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흘러 나오고 있다.
수년째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무리한 시장 확대보다는 내실화를 꾀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반면 LG 측은 미래를 보고 뛰어든 사업인 만큼 당장의 경영 성과보다는 장기적 안목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반론을 내놨다.
세계 수처리시장 규모는 지난해 기준 33억달러로 매년 15% 이상씩 성장해 2015년에는 100억달러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워터인텔리전스(GWI) 보고서에 따르면 오는 2025년에는 우리 돈으로 1000조원 시대가 열릴 것으로 예상됐다.
이 분야 글로벌 선두기업으로는 영국의 ‘쿠리온’, 프랑스의 ‘데그리먼트’, 브라질의 ‘피토레스토어’ 등이 꼽힌다. 이들 기업은 현재 세계 시장에서 절반 가량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잇다.
수처리 사업을 전담하고 LG전자는 향후 10년간 5000억원을 투자해 이들 기업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는 계획이다. 목표 시기는 2020년으로 설정했다.
LG전자는 최근 국내 3위 수처리 업체인 대우엔텍을 약 600억원에 인수하면서 국내 수처리 시장에서 선두로 치고 나왔다. 올 2월엔 수처리사업 합작법인 ‘LG-히타치 워터솔루션’을 설립했다. 경쟁사로는 삼성엔지니어링, 코오롱, 웅진 등이 있다.
차세대 핵심 기술인 ‘멤브레인'(Membrane, 수처리 여과막)을 비롯해 설계시공(EPC) 및 운영관리(O&M) 등에 있어 독보적 기술을 보유했다는 평가다.
LG는 자체기술 역량을 바탕으로 17일 "글로벌 수처리 시장 공략을 위한 본격 행보"를 선언했다. 16일부터 오는 21일까지 부산 벡스코에서 열리는 ‘2012 IWA 세계물회의(Water World Congress)’에서 해외시장 진출의 신호탄을 쏘아 올린 것이다.
IWA(국제물협회)가 주관하는 세계물회의는 격년 단위로 열리는 세계 최대 규모의 물 관련 전문 총회다. 전 세계 130개국에서 7000여명의 물 전문가를 비롯해 기업, 학회 및 국제기구가 참가한다. 또 관련 학술대회와 전시회, 비즈니스 포럼 등이 함께 열린다.
LG전자(066570)는 이번 행사에 처음으로 단독 부스를 마련해 수처리 토탈 솔루션을 한자리에서 소개했다. 해외 진출의 발판으로 삼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반면 관련 업계에서는 수년째 적자에 허덕이는 사업을 그룹 차원에서 무리하게 밀어붙이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제기했다. 시장 확대에 앞서 내실화를 다지며 기술력을 준비해 나갈 단계란 얘기다.
LG는 지난 2010년 신성장 업종으로 ▲수처리사업 ▲차세대 LED 조명 ▲태양광사업 등을 낙점하면서 그룹 내 독립사업부를 만들었다. 하지만 지적대로 이들 사업은 수년째 적자에 허덕이고 있다.
실제 독립사부 최근 실적을 보면 2010년 4조6500억원이던 매출은 지난해 4조5000억원대로 역성장했다. 또 지난해 4분기에는 태양전지 사업에서 1000억원 적자를 보는 등 모두 1653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올해 들어 적자폭은 줄었다지만 여전히 1분기와 2분기 각각 405억원과 46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상반기에만 총 865억원의 영업손실을 낸 것인데, 지난해 같은 기간(-218억원) 대비 손실규모는 4배 가까이 늘었다.
이에 대해 업계에선 무리한 시장 확대보다는 경영 개선이 먼저라고 지적한다.
한 전문가는 "기대하는 것처럼 시장 전망이 밝은 것만은 아니다. 세계경제 흐름과 같이 간다"면서 "매년 적자를 기록하면서까지 무리하게 할 필요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어 "보다 내실을 쌓은 후 진출해도 늦지 않다. 무리한 투자가 자칫 국내 수처리 산업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조심스럽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이에 대해 LG전자 관계자는 “미래를 보고 투자하는 사업이므로 현재 수익에 연연하지 않는다”며 “장기적으로 실적이 개선될 것”이라고 반론했다.
관계자는 그러면서 “글로벌 친환경 기업으로서 수처리 사업을 미래성장 사업으로 적극 육성할 계획”이라고 다짐했다.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2012 IWA 세계물회의(16일~21일)에 참가한 관계자들이 LG전가 만들어 놓은 부스를 찾아 관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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