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용식기자] "개발자 S모씨가 있었다. 실력만큼은 그 누구보다 자신이 있던 그였지만 정작 만든 상품을 알릴 돈과 마케팅이 없었다. 다행히 구원의 손길이 찾아왔다. 이미 업계에서 성공한 N모씨가 상품의 가치를 알아보고 대신 팔아주겠다는 제의를 한 것이었다. 다만 상표권과 이용자 정보는 자기가 관리하겠다고 했다. 둘은 의기투합했고 사업은 승승장구하기 이른다. 성공의 열매가 예상보다 훨씬 커졌을 무렵 S모씨는 N모씨가 가져가는 수익이 노력에 비해 너무 크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에 독자적으로 사업할 것을 결심했고, 그 시작으로 상표권과 이용자 정보 반환을 위한 소송을 걸었다"
게임업계에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 수 있는 이야기다. S모씨는 스마일게이트, N모씨는 네오위즈게임즈를 가르킨다. 문제의 제품은 바로 크로스파이어다.
중국에서만 1조원의 매출을 올리는 ‘황금알 낳는 거위’ 크로스파이어를 두고 벌이는 퍼블리셔(배급사), 개발사 간 싸움이 법정분쟁으로 이어지는 등 그야말로 각축전이 벌어지고 있다.
스마일게이트는 파트너로서 퍼블리셔를 믿을 수 없다며 재계약 거부 의사를 나타냈고, 가장 큰 매출원이 사라지는 것을 방치할 수 없는
네오위즈게임즈(095660)도 반격에 나섰다.
◇ 크로스파이어는 공동저작물이 맞나?
17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네오위즈게임즈는 스마일게이트 상대로 크로스파이어와 관련된 일체의 프로그램 저작권을 임의로 변경하거나 침해하는 모든 행위를 금지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네오위즈게임즈에 따르면 2005년 5월 스마일게이트와의 공동사업 계약 체결 이후 크로스파이어의 클라이언트와 서버, DB 프로그램에 관한 기획 및 개발을 독자적으로 진행했다. 아울러 이용자 분석에서부터 아이템 관리, 게임밸런스 구축, 인터페이스까지 게임 전반에 대한 작업을 수행했다.
이 주장이 사실이라면 크로스파이어는 스마일게이트만의 저작물이 아니라 양사 공동의 것이 된다. 즉 독자 노선을 걷겠다는 스마일게이트의 행보가 근본적으로 물거품이 되는 것이다.
하지만 스마일게이트측은 “그들이 언급한 모든 것들은 스마일게이트가 다 작업했다”며 “네오위즈게임즈가 자신의 주장을 법정에서 어떻게 입증할 지 궁금하다”고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 상표권·이용자DB는 누구에게?
네오위즈게임즈가 크로스파이어의 계약 연장을 위해 취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카드는 앞서 언급된 상표권과 이용자 데이터베이스(DB)에 대한 권리를 주장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스마일게이트로서는 ‘크로스파이어’라는 이름을 쓰지 못하기 때문에 중국에서의 서비스를 위해서는 몇 개월간의 판호(서비스 허가권) 등록 작업을 진행해야 한다. 즉 일시적 서비스 중단과 이용자 DB 초기화가 불가피하며 후속작 개발도 난항을 겪는다.
이러한 이유로 스마일게이트는 지난 7월 네오위즈게임즈 상대로 상표권 반환에 대한 소송을 걸었다. 국내 서비스가 종료됐으니 계약 조건에 따라 상표권을 되돌려줘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이용자 DB의 경우 “네오위즈게임즈가 갖고 있는 것은 피망닷컴에서의 DB뿐”이라며 “대부분 매출이 발생하는 중국에서의 서비스는 별개의 문제”라고 못박았다.
이에 네오위즈게임즈는 "상표권은 지속적으로 우리가 갖는 것이며, 계약상 크로스파이어의 모든 DB는 당사 소유권에 해당한다"고 반박했다.
◇ “배은망덕” V.S "할 만큼 했다“
스마일게이트가 지금은 연간 1700억원 매출을 올리는 대형 게임사로 컸지만 네오위즈게임즈와 협력할 당시만 하더라도 대부분 벤처기업이 으레 그렇듯이 당장 눈앞의 생존이 어려운 처지였다. 따라서 네오위즈게임즈 입장에서는 ‘배은망덕’이라는 말이 나올 만하다.
하지만 스마일게이트는 “우리는 할 만큼 했다”는 입장이다. 네오위즈게임즈가 업계 2위 기업으로 도약하는 데 크로스파이어의 힘이 결정적이었으며 그간 이를 통해 이룬 매출만 1조원이니 충분히 은혜를 갚았다는 생각이다.
스마일게이트 관계자는 “재계약을 고려하기 위해서 어느 정도 신뢰관계가 전제가 돼야 하는데 네오위즈게임즈는 단 한번도 진정성을 보여준 적이 없었다”고 잘라 말했다.
예컨대 수익이 나오지 않는다는 이유로 일방적으로 크로스파이어의 국내 서비스를 종료함으로써 이용자를 내쳤고 계약이 끝났음에도 불구하고 DB 등의 권리이전을 거부하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결별만이 해답이라는 게 스마일게이트측의 입장이다.
◇ 법정으로 간 분쟁..예상 시나리오는?
그렇다면 앞으로 양사 간의 분쟁은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까. 먼저 업계에서의 비슷한 사례를 찾아봤을 때 보통 합의로 끝나는 경우가 많았지만 워낙 양사 간 갈등의 골이 깊어 쉽게 예단하긴 어려워 보인다.
결국 법정에서 시비가 가려질 전망인데 네오위즈게임즈가 이긴다면 스마일게이트로서는 재계약을 우선 고려해야 한다.
물론 이용자DB 초기화와 상표 재등록을 통해 무리하게 홀로서기를 시도할 수 있겠지만 극심한 손해를 감당해야 한다. 이미 크로스파이어 인기가 정점에 다다랐다는 점과 현지 경쟁업체들의 견제가 심화될 수 있다는 것도 리스크 요인이다.
하지만 만약 법원이 스마일게이트 손을 들어준다면 일사천리로 텐센트와의 직접 계약을 추진할 수 있다. 3000억원에 이르는 네오위즈게임즈의 매출 대부분을 가져감으로써 스마일게이트는 넥슨,
엔씨소프트(036570), 한게임에 이은 대형 게임사로 거듭나게 된다.
과연 법원은 누구의 편을 들어줄까. 법원의 판단에 네오위즈게임즈와 스마일게이트의 사운이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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