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양지윤기자] 84인치 텔레비전, 900리터급 냉장고.
가전업계가 세계 최대라는 타이틀을 거머쥐기 위해 대형 제품을 경쟁적으로 출시하고 있는 가운데 세탁기, 정수기 등에서는 오히려 반대의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크기를 대폭 줄인 미니 제품들이 속속 선보이며 소비자들을 유혹하고 있는 것.
대우일렉은 지난 5월 세계 최초 벽걸이형 드럼세탁기 '미니'를 출시한 뒤 국내는 물론 해외 바이어들로부터 잇따른 러브콜을 받고 있다.
이 제품은 국내 출시 2주 만에 1700대, 3개월 만에 누적판매 1만대를 돌파하는 등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특히 미니에 대한 관심은 해외에서 더 뜨겁다. 지난 8월부터 프랑스, 스페인, 페루, 칠레, 일본, 러시아 등 30여 개 국가에 수출을 시작한 것을 비롯해 지난달에는 2008년 철수한 오스트리아에 다시 도전장을 내기도 했다. 미니가 대우일렉의 수출 길을 넓히는 데 '작은 거인'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이처럼 미니의 돌풍은 기존 세탁기에 대한 상식을 뒤집었기에 가능했다.
미니는 15kg 드럼세탁기의 6분의 1크기로 세계에서 최초로 벽에 걸도록 고안된 제품이다. 두께가 29.2cm에 불과해 욕실, 다용도실, 주방 등 공간의 제약 없이 설치가 가능하고, 허리를 굽히지 않고 세탁물을 넣고 꺼낼 수 있는 점이 특징이다.
◇프랑스 딜러쇼에서 전시된 대우일렉 벽걸이형 세탁기 ‘미니’
대우일렉은 기존 세탁기들이 큰 덩치 때문에 공간 활용도가 떨어지는 점에 주목하고, 벽걸리 제품이 이러한 불편을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제품 개발에 나섰다.
하지만 제품 출시엔 걸림돌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특히 소음과 진동 문제가 발목을 잡았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세탁조와 캐비닛이 서로 부딪히며 내는 소음을 잡고자 세탁조 캐비닛 일체형 구조를 적용하고, 벽에 걸 수 있도록 하부중심구조로 설계해 무게 중심을 아래에 맞췄다.
대우일렉 관계자는 "부피가 작은 빨래를 자주하는 1~2인 가정이나 아기 옷이나 기저귀, 환자복처럼 여벌이 많지 않은 가정에 적합한 제품"이라며 "국내에서의 인기를 타고 해외에서의 수출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정수기 업계에서도 신혼부부와 1인 가구를 겨냥한 소형 제품이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웅진코웨이(021240)가 지난 3월 첫 선을 보인 '한 뼘 정수기'는 지난 2분기에만 19만3000대가 판매되는 등 최근 3년 동안 출시된 제품 가운데 최고 판매량을 기록하며 호실적을 이끄는 견인차 역할을 제대로 했다는 분석이다.
한 뼘 정수기의 크기는 가로 18cm, 세로 36cm. 웅진코웨이는 가전제품의 소형화 추세라는 점에 착안해 슬림 정수기 출시를 계획했다. 특히 기존 제품과 달리 먼저 디자인을 개발하고, 이에 맞춰 기술을 개발하는 방식을 전격 도입했다.
◇웅진코웨이 ‘한 뼘 정수기’
한 뼘 정수기는 정수된 물을 저장하는 저장탱크, 온수를 가열하기 위한 온수탱크, 냉각장치에 필요한 컴프레서 등 냉온정수기에 필요한 기본 장치들을 없애는 대신 순간온수가열 시스템, 전자 냉각장치 등으로 대체했다.
덕분에 기존 냉온정수기 대비 절반 크기로 몸집을 대폭 줄일 수 있었다. 획일적인 디자인에서 탈피하고자 했던 시도가 기술 발전의 원동력이 된 셈이다.
가전업계 관계자는 "신혼부부와 싱글족들이 공간 활용성이 높은 초소형 디자인을 선호하면서 가전제품 전반에서 슬림화 추세가 강화되고 있다"며 "이에 맞춰 각 업체들도 제품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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