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원수경기자] KB금융지주의 ING생명 한국법인 인수작업이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KB이사회 측이 대선 등 대외상황에 너무 부담스러워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ING생명의 매각가격은 당초 예상보다 1000억원정도 낮은 2조4500억원 수준에 합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가격협상에도 KB이사회는 ING생명 인수가격이 비싸다며 최종 결정을 못내리고 있다.
그 이면에는 론스타의 외환은행 매각과 같은 먹튀 논란이 일 수 있다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는 것. 금융위원회도 연말 대선을 앞두고 있어 신중한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하지만 금융감독원과 전문가들은 보험업계의 특성을 고려할 때 비싸지 않은 가격에 인수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평가하고 있다.
지난 2011년 회계연도 기준으로 ING생명의 보험료수익은 약 2조5000억원, 당기순이익은 약 2400억원을 기록했다. 보험료수익이 보험사 상장의 기준이 되는 만큼 이를 기준으로 봐야한다는 것이다.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ING생명의 현재 인수가격은 비싸다고 볼 수 없다"며 "1000억원을 깎은 것도 잘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최진석 우리투자증권 연구원도 "ING생명이 홍콩, 마카오, 태국의 보험보문을 홍콩퍼시픽센추리그룹(PCG)에 주가순자산비율 1.9배 수준에 매각하기로 합의한 것과 비교하면 비싸다고 할 수 없는 가격"이라고 말했다.
ING생명은 지난달 19일 홍콩, 태국, 마카오의 보험사업부를 PCG그룹에 21억4000만달러, 우리 돈으로 약 2조3000억원에 매각했다.
ING그룹은 지난 2008년 네덜란드 정부로부터 받은 100억유로(14조원)의 구제금융을 내년까지 갚아야 하는 등 유동성 문제로 매각을 서둘러왔다. 현재 ING그룹에는 약 30억유로(4조2000억원) 정도의 빚이 남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최근의 일부 아시아법인 매각으로 현금을 손에 쥘 수 있게 돼 급한 불은 껐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또 당초 ING그룹이 올해 말까지 국내시장에 보험부문을 매각해야되는 것으로 알려졌던 것과는 달리 업계에서는 ING에 내년까지는 시간적 여유가 있어 매각작업을 서두르지 않아도 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어윤대 KB금융지주 회장으로서는 정권이 바뀌기 전에 ING 인수 작업을 마무리하면 큰 업적을 쌓을 수 있지만 협상을 빠른 시일 내에 마무리 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어 회장은 지난 9월 중순 "2~3주 내 인수가 마무리된다"고 장담했지만 지금까지도 인수는 오리무중 상태다.
현재 인수가격이 이사회와 접점을 찾을 수 있을 정도로 내려온 상태기 때문에 인수를 마무리 하지 못할 경우 어 회장의 리더십에도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다.
KB금융지주 관계자는 "이사회 측에서 가격에 대한 이야기가 있었던 것은 맞다"면서도 "진행되는 과정 자체를 면밀하게 보자는 것이지 (인수자체를) 해라 하지마라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이 정도 가격까지 내려왔는데도 인수작업이 완벽하게 마무리되지 않은 것은 가격 적정성에 대해서 미세하게 조정해야 하는 부분이 남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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