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한승수기자] 정부의 언발에 오줌누기식 전세대책이 결국 전세세입자를 월세시장으로 내몰고 있다. 정부가 전세난을 진정시키기 위해 월세시장을 키운 결과다.
또 전세살이를 연장하기 위해 은행에 전세대출이자를 지출하는 전세세입자가 늘고 있는 실정이다. 누구한테 내느냐의 차이지 매달 주택 사용료를 내야하기는 마찬가지다.
매달 사용료를 내야하는 월세와 달리 전세는 사용 위험에 대한 보증금만 걸어놓으면 내집처럼 사용할 권리를 얻게 된다. 고정 지출을 줄일 수 있어 자금에 여유가 있고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전세를 선호한다. 그런데 월세를 부담해야하는 가구가 급증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농협경제연구소가 발표한 ‘국내 주택 임대시장 변화’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주택 거주 유형에서 전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1995년 29.7%에서 2010년 21.7%로 8.3%포인트(P) 낮아졌다. 반면 월세 비중은 같은 기간 14.5%에서 21.4%로 6.9%P 상승했다. 임대차 시장에서 전세와 월세의 비중이 거의 비슷해졌다.
도시형생활주택 등 수익형 부동산 공급이 급증하고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되고 있는 현재는 역전현상이 일어났을 것으로 추정된다.
◇월세집 공급확대로 채운 전세대책
장기화되는 주택매매시장 침체로 매수 심리가 위축되고 ‘반값아파트’ 보금자리주택 청약 대기자 증가로 전세수요가 늘면서 전세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늘어나는 수요를 공급이 따라가지 못하면서 전세대란으로까지 확대됐다.
이때 급한 불을 끄기 위한 정부가 내놓은 핵심카드는 바로 대체형 주택과 전세대출지원안이다. 정부는 각종 부동산대책을 통해 단기간에 임대주택 공급을 늘리기 위해 도시형생활주택과 오피스텔 등 임대주택 공급을 확대하기 위해 다양한 혜택을 줬다.
도시형 생활주택과 오피스텔, 다가구ㆍ다세대 주택건설 사업자에게 연 2%대로 국민주택기금 대출을 제공하고 있다.
도시형생활주택 공급을 확대하기 위해 주차장 기준을 완화해 60㎡당 1대로 시설을 갖추면 된다. 통상 도시형생활주택이 15㎡ 정도로 공급됨을 감안하면 4 가구당 1대 꼴이다. 오피스텔 임대사업자로 등록할 경우 전용60㎡ 이하는 취득세(100%)와 재산세(50%), 지역자원시설세(100%)를 감면받을 수 있게 해줬다.
그 결과 수익형 부동산 바람에 실려 도시형생활주택이 급증했지만 전체 공급물량의 84.6%(16만2790가구)가 월세형 상품인 전용면적 50㎡ 이하 원룸형으로 지어졌다.
◇집주인에 주나 은행에 주나..월세(이자)살이는 똑같아
힙겹게 새 전셋집을 찾거나 재계약에 성공했다하더라도 집주인이 요구하는 전셋값을 맞추기 위해 결국 은행에서 손을 벌리는 세입자가 늘고 있다. 정부는 전세자금보증한도액을 늘리고 이율을 낮추며 부담을 덜어주려고 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없었던 이자 부담이 생기며 결국 월세를 집주인이 아닌 은행에 내는 꼴만 부추기게 됐다.
올들어 10월까지 한국주택금융공사(HF공사)가 지원한 전세자금보증 공급건수는 총 27만2013건에 달한다. 2008년(1만8421건)에 비해 76%나 급증했다. 집값 뿐 아니라 이제는 전세값도 감당하지 못해 은행대출을 이용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전세자금대출을 받았다면 금융기관에 따라 연 0.2~0.7%의 이자를 내야한다.
김준환 서울디지털대학교 교수는 "근본적인 전세난 해결책을 찾지 못하는 사이 세입자는 어떤식으로든 월세시장으로 내몰릴 수밖에 없고 이로 인해 다른 생활비용을 줄여야 한다"며 "세입자의 생활은 점차 팍팍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용어설명 : `전세자금보증`은 HF공사가 집 없는 서민이 별도의 담보나 연대보증 없이 은행에서 손쉽게 전세 자금(월세보증금 포함)을 빌릴 수 있도록 신용보증을 해 주는 제도로, 최대 1억5000만원까지 보증 지원을 받을 수 있으며 이용자들이 대출금리 이외에 추가로 부담해야 할 보증료는 보증금액의 연 0.2~0.6%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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