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진아기자]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재선과 중국의 지도자 시진핑 총서기의 부상으로 '신(新) G2' 시대가 열렸다. 미국과 중국의 환율 및 통상전쟁은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때문에 세계 수출시장에서 더 큰 '파이'를 차지하기 위한 양국간의 패권 경쟁이 더욱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는 선진국의 양적완화 정책이 외환시장에 영향을 끼치면서 원·달러 환율이 심리적 지지선인 1100원선마저 무너뜨렸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경기침체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면서 선진국들의 경제전쟁 틈바구니에서 억울한 피해국이 되지 않도록 철저하게 대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부 "세계는 지금 글로벌 환율전쟁 중"
20일 정부 등에 따르면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은 현재의 세계시장 상황을 '글로벌 환율전쟁'이라고 평가했다. 선진국들이 자국 통화의 환율을 올려 침체된 경기도 살리고, 수출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얘기다.
실제 미국, 유럽연합(EU), 일본 등 선진국의 통화정책 완화로 불 붙은 '신(新) 환율전쟁'은 올 하반기부터 본격 시작됐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지난 9월6일(현지시각) 단기 국채매입 프로그램(OMT)을 시행하면서 유로존 재정위기국의 국채를 무제한 사들이기로 했다.
일주일 뒤인 지난 9월13일에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열고, 매달 400억달러 규모의 모기지담보부증권(MBS)을 사들이는 3차 양적완화(QE3) 계획을 발표하면서 본격적인 '선진국발 환율전쟁'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엔화가치가 가파르게 상승한 일본도 자국 환율 방어에 비상이 걸리자 통화전쟁에 동참했다. 미국의 양적완화 조치 이후 일주일 뒤인 지난 9월19일 일본은행(BOJ)은 자산매입기금을 기존의 70조엔에서 80조엔으로 10조엔 늘리는 추가 양적완화 조치를 내놨다.
중국의 경우, 올 상반기 경제 연착륙과 수출 경쟁력 강화를 위해 위안화 약세정책을 써왔지만, 미국이 연일 위안화 절상 필요성을 강조하며 맹공을 퍼붓자 최근에는 위안화 강세를 지켜보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중국 역시 시진핑 정권 교체 이후 내수 진작에 힘을 쏟을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언제든 통화전쟁에 가세할 수 있다.
◇선진국 양적완화..韓 경제에 '위험' 요소
자국의 경기하락 방어를 위해 펼치고 있는 선진국의 통화정책은 한국경제에 또 다른 위험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풍부해진 글로벌 유동성이 한국 외환시장을 강타하면서 원·달러 환율이 13개월 만에 지지선인 1100원선을 무너뜨리며 본격적인 '원화 강세' 시대의 개막을 알렸기 때문이다.
원·달러 환율이 떨어지면 우선 수출기업들의 피해가 커진다. 달러로 환산한 우리 수출기업들의 제품값이 비싸져 가격경쟁력이 떨어지기 때문.
대신 수입품 가격은 싸져서 물가를 떨어뜨리고 소비를 늘릴 수 있는 여지가 생긴다. 하지만 한국경제의 시한폭탄으로 지목받는 가계부채가 증가하고 있고, 소비 여력이 바닥인 현 상황에서 이런 순기능이 작용하는 것은 무리가 따른다.
외환 전문가들은 원달러 환율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면서 원화강세가 이어진다면 수출과 소비가 함께 줄어 성장이 위축되는 '내우외환'을 겪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배민근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지금보다 원화가 고평가될 경우 외환시장 충격으로 이어질 수도 있기 때문에 원화절상 속도를 완화하면서 중장기적으로 경상수지 흑자 기조를 유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美, 中에 통상압력 강화 움직임..한국도 '예의주시'해야
아울러 우리나라는 미국의 최대 적자국인 중국에 대한 위안화 절상 등 통상압력 강화 움직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미국의 대중국 무역적자는 지난해 기준 2955억달러로, 전체 무역적자의 40%를 차지하고 있어 중국에 대한 견제 수위를 높일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미국은 자국 기업의 수출확대를 위한 위안화 평가절상 압력과 중국의 무역장벽 철폐 요구를 강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이 중국에 대해 통상압력을 가할 경우, 우리나라는 양국 간의 패권 다툼 속에서 간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세계의 생산 기지인 중국과 최대 소비시장인 미국의 양국 간 교역이 경색되면 우리나라도 대중 생산기지를 활용한 미국 수출에 타격을 입을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이 중국에 위안화 절상을 강하게 요구할 경우, 인건비가 싼 중국을 생산기지로 활용해서 미국으로 수출하는 우리나라 기업은 가격 경쟁력이 약화될 수밖에 없다.
서진교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과 고희채 전문연구원은 최근 '미국 선거 결과와 향후 대외경제정책 변화 전망' 보고서를 통해 "미·중 간 무역분쟁에 대한 간접 파급 효과에 대비가 필요하다"며 "미국의 대중 통상압력 강화는 중국을 통한 가공수출 또는 중국 현지진출 기업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분석했다.
이들은 이에 따라 "산업별로 면밀한 검토와 분석을 통해 대책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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