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상민 기자] 미국 항공우주국(NASA·나사)이 달 궤도 전초기지인 '게이트웨이'에서 달 남극 표면 기지 건설로 탐사 전략을 전환한 가운데, 우리나라 우주항공청과 구체적인 협력 분야를 발굴하고 있습니다. 나사는 우리의 통신·위성, 로봇·모빌리티 기술 등을 달 기지 프로그램에 활용할 수 있는 주요 역량으로 평가했습니다.
카를로스 가르시아 갈란(Carlos Garcia Galan) 나사 달 기지 프로그램 총괄 책임자는 29일 서울 강남구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에서 열린 기자 브리핑에서 "한국은 달 기지 계획에 관심이 있을 뿐 아니라, 이를 실현할 역량과 산업 기반도 갖추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나사는 지난 3월 '이그니션(IGNITION)' 행사를 통해 2030년대 달 남극에 장기 거주가 가능한 기지를 구축하는 '문베이스(Moon Base)' 프로그램을 발표한 바 있습니다. 단순히 우주인을 달에 착륙시키는 데 그치지 않고 수송과 표면 이동, 전력, 통신, 거주 시설을 갖춘 지속 가능한 탐사 거점을 조성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달 표면 기지에 역량 재집중
나사는 문베이스 추진을 위해 기존 게이트웨이 프로그램을 일시 중단하고 관련 인력과 자원을 달 표면 기지 구축에 재집중하고 있습니다. 달 표면 복귀를 지연할 수 있는 사업을 잠시 멈추고, 가용한 인력과 예산을 달 착륙과 표면 인프라 구축에 우선 투입한다는 전략입니다.
게이트웨이 프로그램 부매니저를 지낸 가르시아 갈란 총괄은 이번 전환을 프로젝트 폐기가 아닌 '피벗'과 '재집중'으로 규정했습니다. 가르시아 갈란 총괄은 "게이트웨이에서 확보한 기술과 비전은 여전히 유효하며 향후 다시 활용할 수 있다"며 "팀 역시 문베이스 프로그램으로 함께 이동해 달 표면에 인류를 데려가는 일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우리와의 협력은 우주항공청과 나사의 정부 대 정부 협의를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2021년 5월 아르테미스 약정에 10번째 국가로 가입했고, 2024년 10월 우주항공청과 나사가 아르테미스 연구협약을 체결했습니다. 올해 2월에는 '문 투 마스(Moon to Mars·M2M)' 워크숍에서 아르테미스 협력 아이템을 제안했습니다.
카를로스 가르시아 갈란 총괄 책임자(오른쪽)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우주항공청)
한국 강점은 통신·위성·로봇
나사는 우리나라의 강점으로 통신·위성 시스템과 다누리(KPLO) 협력 경험, 로봇·모빌리티 산업 기반, 과학 연구와 센서 기술을 꼽았습니다. 착륙선과 달 표면 이동 수단, 과학 장비, 통신, 물류·컨테이너, 방사선 대응 기술 등도 잠재적인 협력 분야로 검토하고 있습니다.
누주드 메랜시 나사 부국장은 "달 기지를 구축하려면 매우 넓은 범위의 기술과 시스템이 필요하다"며 "나사는 한국의 기술 역량과 산업 기반을 분석했고 협력이 가능한 분야도 어느 정도 파악한 상태"라고 말했습니다.
다만 현재는 협력 구조를 설계하는 초기 단계로 구체적인 국내 기업이나 연구기관은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나사는 우선 우주항공청과 협의를 통해 달 기지의 주요 구성 요소와 한국이 맡을 수 있는 역할을 구체화할 방침입니다.
가르시아 갈란 총괄은 "이번 방한과 우주항공청과의 논의를 긍정적인 신호로 받아들여도 좋다"며 "약 3개월 안에 협력 항목과 일정 등 구체적인 내용을 제시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했습니다.
협력 기회는 대규모 거주 모듈이나 유인 가압 로버에만 한정되지 않을 전망입니다. 나사는 대학과 중소기업이 개발한 10~20㎏급 탑재체를 착륙선에 싣고 달 표면에서 시험하는 방식도 검토하고 있습니다. 정부 간 대형 프로젝트뿐 아니라 연구기관과 기업의 소규모 기술 실증에도 참여 가능성이 열려 있는 셈입니다.
누주드 메랜시 부국장(가운데)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우주항공청)
로봇 임무부터 작은 도시까지
문베이스 계획은 단계적으로 추진됩니다. 초기에는 다수의 로봇 임무를 통해 달 남극의 환경과 착륙 지점을 조사하고 안정적인 표면 접근 능력을 확보합니다. 이후 전력·통신망과 대규모 물류 체계를 구축하고 장기적으로 사람이 지속해서 머물 수 있는 거주 기지로 확장할 계획입니다. 달 남극 영구음영지역에 존재하는 물얼음을 식수와 산소, 로켓 연료로 활용하는 현지 자원 활용 기술도 핵심 과제입니다.
나사가 구상하는 달 기지의 장기적인 형태는 '작은 도시'에 가깝습니다. 달까지 물자를 운송하는 수송 체계와 달 표면을 이동하는 로버, 거주 모듈, 전력·통신 시설을 비롯해 연구 시설과 산소 생산 설비, 공장과 산업 시설 등이 함께 들어서는 구조입니다.
가르시아 갈란 총괄은 "아폴로 시대에는 달에 성공적으로 도달하는 것 자체가 목표였다면 지금은 장기간 유지할 수 있는 인프라를 건설하는 것이 목표"라며 "과거와 달리 미국 단독이 아니라 국제 파트너, 정부 기관, 산업계, 학계와 함께 달 기지를 구축할 계획"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나사는 달 기지 건설 과정에서 개발되는 최첨단 기술이 새로운 우주산업과 경제 생태계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했습니다. 가르시아 갈란 총괄은 "국제우주정거장과 화성 탐사 로버처럼 문베이스에도 기존에 없던 기술이 필요하다"며 "저궤도에서 형성되고 있는 민간 우주 경제가 향후 달까지 확장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카를로스 가르시아 갈란 총괄 책임자(가운데)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우주항공청)
신상민 기자 lmez0810@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충범 테크지식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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