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화재 창업지원제도..직원들 외면 이유 따로 있었다
2012-11-19 19:49:45 2012-11-20 14:39:19
[뉴스토마토 이지영기자]삼성화재가 직원들이 퇴직 후 제2의 삶을 설계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 위해 최근 도입한 ‘창업지원 휴직제도’와 '전환법인 대리점'이 빛 좋은 개살구란 지적이 일고 있다.
 
회사 측이 밝힌 취지와는 달리 창업 기간인 2년이 지난 이후 복직이 불분명한데다, 이같은 제도가 사실상 인력을 줄이면서도 회사의 영업력을 증진시킬 목적으로 만들어졌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는 것.
 
이 때문에 실제 창업지원을 신청한 직원은 당초 회사 측의 예상했던 수준에 크게 못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19일 보험업계와 금융당국에 따르면 삼성화재는 직원들이 퇴직 후 제2의 삶을 설계할 수 있도록 창업 준비 기간을 제공하는 ‘창업지원 휴직제’'전환법인 대리점' 실시키로 하고 지난 7일부터 일주일간 신청을 받았다.
 
이 제도의 대상은 근속 12년차 이상의 40~50세 일반직군 직원들이다.
 
‘창업지원 휴직제’ 프로그램을 통해 선발된 직원에게는 창업지원금을 지급하며 창업으로 인해 휴직기간 중 퇴직을 하면 퇴직위로금까지 함께 지원한다.
 
또 '전환법인 대리점 지원제'에 선발된 직원들은 퇴직을 조건으로 창업지원금을 받고 2년간 삼성화재와 전속계약을 맺고 법인대리점을 오픈하는 식이다.
 
희망자가 창업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함께 첨부해 제출하면 회사 측의 심사를 거쳐 창업지원금을 확정해 지급한다. 최종 선발자는 다음달부터 2014년 11월30일까지 휴직에 들어가게 된다.
 
하지만 회사 안팎에서는 이 제도의 목적이 직원들에 대한 창업 지원보다는 인력 감축과 영업력 확대에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우선 전환법인대리점 같은 경우 지원의 초점이 철저하게 보험영업 관련 창업에 맞춰져 있다. 지원자는 창업을 할 때 삼성화재와 2년 간 전속계약을 맺고 영업을 해야 한다.
 
사실상 법인대리점을 창업하고 2년 동안 손해보험 부문에서는 삼성화재 상품만을 판매해야 하는 것이다.
 
이 같은 조건을 달아 삼성화재 측은 대리점 운영에 필요한 비용과 70명의 설계사를 지원해준다. 설계사는 월소득이 200만원 이하로, 영업실적이 거의 없는 이들이다.
 
또 ‘창업지원 휴직제’의 경우 휴직하는 동안 창업에 실패해 회사 복귀를 원할 경우 이에 대한 뚜렷한 회사 측의 지침도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화재 한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법인대리점은 다양한 상품을 판매할 수 있도록 여러 회사와 제휴를 맺어야 영업 환경과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며 “70명의 설계사를 지원해주는 것도 매출 실적이 거의 없는 설계사들만 추려서 지원해주는 것인데, 창업을 한들 성공확률이 있겠냐”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일반창업도 2년 휴직한 뒤 복직도 가능하다고는 하지만 막상 창업기간을 채우고 복귀하면 지방발령이나 대기발령이 내려질 것이 뻔하다는 시각이 많다”고 덧붙였다.
 
삼성화재는 창업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무급 휴직자를 최대한 많이 선발해 인력을 슬림화시킨다는 방침을 세웠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런 조건 탓에 예상했던 것과는 달리 실제 지원한 직원은 소수에 불과한 것으로 전해졌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창업지원 휴직제에 대한 사내 공고가 있었을 때에는 임직원들 상당수가 관심을 나타냈지만 지원 조건이 직원들의 기대와 크게 다른데다 2년 동안 휴직한 뒤 기존 업무로 복귀하는 게 힘들 것 같아 포기한 직원이 많은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도 “아무리 지원금을 많이 준다고 해도 요즘 같은 불경기에 선뜻 창업에 나서겠다는 직원이 있겠느냐”며 “실제 일반창업 신청자 수는 한두명에 불과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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