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한승수기자] 수도권 중개업소 둘 중 한 곳은 한 달에 한 건의 아파트 매매계약도 체결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강남3구는 8개월에 한번 꼴로 겨우 계약서 구경할 수 있는 실정이다. 중개수수료를 먹고사는 중개업자의 밥줄은 겨우겨우 임대차 계약과 부업으로 이어가고 있는 실정이다.
국토해양부 실거래가 자료에 따르면 최근 1년(2011년 11월~2012년 10월) 간 수도권에서는 24만5000여건의 아파트 거래가 신고됐다. 월평균 약 2만390건 정도의 거래량이다.
반면 수도권에서는 10월 말 현재 5만1623명의 중개업자가 일하고 있다. 산술적으로 수도권 중개업소 한달 내내 일해봐야 두 곳 중 한 곳은 아파트 거래를 할 수 없는 구조다.
특히 대한민국 부동산 1번지를 자랑하던 강남3구는 이제 부동산 시장의 불모지나 다름이 없는 상황까지 왔다. 월평균 603건에 계약된 강남3구에는 4917명의 중개업자가 영업을 하고 있다. 중개업소 한 곳당 계약은 0.12건이다. 즉 8개월에 아파트 계약서 한장을 볼 수 있는 셈이다. 사무실 운영비 마련도 쉽지 않아 폐업하는 업소가 속출하고 있는 이유다.
실제 총 805가구 규모의 대치동 동부센트레빌 단지내 상가에서는 12곳 정도의 중개업소가 물건을 취급하지만 이 단지의 10월 신고계약은 단 1건에 불과하다.
대치동에 한 중개업소 대표는 "임대차 계약으로 겨우겨우 사무실 운영비를 조달하고 있다"면서 "땅이나 사무실이라도 좀 되면 좋은데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고 일부 중개업소는 보험을 연결해주거나 대리운전 아르바이트를 하는 곳도 있다"고 말했다.
수도권 부동산이 호황이 끝나갈 무렵인 2008년 8월 5만8119명까지 늘었던 수도권 중개업자수는 불황과 함께 12% 감소했다.
방배동 제일공인 관계자는 "단순히 거래가 안돼서 힘든게 아니라 너무 길어지고 있다는 점이 더 힘들게 한다"며 "무너질 것이라면 외환위기 당시처럼 붕괴후 빠르게 살아나면 괜찮은데 이건 죽이는 것도 아니고 계속 목만 조이고 있는 꼴이다"고 하소연했다.
몇년 전부터 호황기를 맞은 지방은 수도권보다는 중개 시장 상황이 양호하다. 같은 기간 지방에서는 총 40만6110건이 거래됐다. 월평균 거래량은 3만3900여건 정도. 중개업자 수가 3만1829명임을 감안하며 적어도 한달에 한번은 아파트 거래를 성사시킨 셈이다.
현재 지방에는 한국공인중개사협회가 집계를 시작한 2004년 이후 가장 많은 중개업자가 있다.
부천대학교 허명교수는 "시장과 업계의 성장과 노화는 시차를 두고 선·후행하는 모습을 보인다"면서 "부동산 호황기와 함께 중개업계가 성장했다면 침체기에는 규모에 맞게 업계도 하향 조정기를 거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한편 올해 치러진 제23회 공인중개사 자격시험에서는 총 1만1373명이 합격하며 18회 1만9593명 이후 5년 연속 감소세를 그리며 최근 중개업계에 대한 시장의 관심 정도를 대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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