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승근기자] "가게 문 닫고 영업하면 손님 뚝 떨어져요. 과태료를 물더라도 문 열고 영업하는 게 낫습니다."
지난 3일 오후 8시 서울 명동의 거리에는 영하의 추운 날씨에도 가게 문을 활짝 열고 영업을 하는 화장품, 의류매장이 수두룩했다.
화장품 매장의 경우 대부분 손님이 가까이 오면 문이 열리는 자동문을 사용하고 있었지만 자동문 기능을 정지시키고 아예 문을 열어 놓은 곳이 태반이었다.
화장품 매장 앞에는 대부분 두꺼운 패딩점퍼를 입은 여직원들이 손님을 맞고 있었는데 장시간 밖에서 근무하는 이들을 위해 전열기를 밖으로 내놓고 사용하는 곳도 많았다.
이날은 정부가 겨울철 전력수급 안정을 위해 대형건물의 실내온도와 문을 열고 난방을 하는 '개문난방(開門暖房)'을 제한한 첫날이었다.
지식경제부는 이날부터 내년 2월22일까지 대형건물의 실내온도를 20도 이하로 제한하는 등 강도 높은 전력 제한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앞으로 5주간의 계도 및 홍보기간을 거쳐 내년 1월7일부터는 위반 시 에너지이용합리화법에 따라 1회 50만원, 최대 3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할 예정이다.
하지만 이 같은 사실을 알면서도 명동 인근의 화장품, 의류 매장 점주들은 문을 닫고 영업을 할 수는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여름 단속 때와 마찬가지로 상인들의 반발이 거셀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지난 여름 문을 열고 에어컨을 작동하는 '개문냉방(開門冷房)' 행위를 단속한 바 있다.
당시 일부 매장에 과태료가 부과되는 등 단속의 효과가 나타나 일시적으로 잘 지켜지는 듯 했지만 그때뿐이라는 지적이 많았었다.
한 화장품 매장 점주는 "여름에는 에어컨 틀었다고 단속하더니 겨울에는 히터를 틀지 말라고 한다"며 "전력 수급이 불안정하다고 무작정 사용하지 말라고 할 것이 아니라 정부 차원의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른 화장품 매장 점주는 "매달 전기료 꼬박꼬박 내고 장사하는데 단속이 너무 엄격한 것 같다"며 "내년부터 단속이 시작돼도 문을 닫고 영업할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한편 문을 열어놓고 난방을 해서인지 열심히 돌아가는 히터 소리에 비해 대부분 매장의 실내온도는 그리 높지 않았다.
대형 의류매장에서 만난 대학생 박성희 씨는 "예전에는 추울 때 매장에 들어오면 따뜻한 느낌이 있었는데 요즘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며 "겨울철 몸을 녹이는 장소로는 커피전문점을 많이 가게 된다"고 말했다.
이날 만나본 많은 상인들이 기온이 더 떨어져도 문을 닫고 영업할 계획이 없다는 입장이었다.
앞으로 크리스마스와 연말 대목에 이어 신정 연휴 그리고 초중고 방학 기간까지 연중 매출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이른바 성수기를 포기할 수 없다는 이유였다.
본격적인 단속까지는 앞으로 한 달 남짓. 지난 여름에 이어 상인들과 정부 단속반의 숨바꼭질이 계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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