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기성기자] “적이 아니라 아군이 될 수도 있다.”(박근혜 측)
“아군도 적도 아니다. 불편한 게 사실이다.”(문재인 측)
4일 열리는 첫 TV토론의 변수로 이정희 통합진보당 후보가 떠올랐다. 표면적으로는 야권의 두 주자와 맞상대해야 하는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에게 불리한 형국이다. 그러나 박근혜-문재인, 양 진영이 분석한 판세는 다르다. 아군이 적이 될 수도, 적이 아군이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일단 주제부터가 민감하다. 정치·외교·안보·통일 분야를 놓고 격돌이 벌어진다. 북한의 장거리 로켓이 발사 카운트다운에 들어가면서 북한 변수가 새로이 추가됐다. 종북 이미지를 벗지 못하고 있는 이 후보의 아킬레스건이다.
한미 FTA와 제주 해군기지 등에 있어서도 이 후보는 강경 자세를 보일 전망이다. 박근혜 후보는 이를 적절히 이용한다는 전략이다. 민주당과 통합진보당이 4.11 총선에서 연대한 점을 들어 싸잡아 비판하기에 적당한 소재다. 자칫 이 과정에서 이 후보가 과잉대응을 하거나 민심과 동떨어진 발언을 할 경우 타격은 문 후보에게 미칠 수도 있다.
뿐만이 아니다. 이 후보가 공언했던 것처럼 박 후보에게 강공을 퍼부을 경우도 실보다는 득이 많을 것으로 분석했다. 박 후보 선대위 관계자는 “신뢰를 잃어버린 이 후보가 우리를 공격할수록 국민은 우리 편에 서게 된다”며 “흥분에는 냉정으로 맞서면 된다”고 말했다.
반면 문재인 후보로서는 답답한 흐름의 전개다. TV토론을 전담하고 있는 신경민 미디어단장이 “1대1대1의 대결로 준비했다”고 말할 정도다. 내부에서는 “아군인지, 적인지 헷갈릴 정도”라는 말도 흘러나왔다. 한 선대위 관계자는 “세 사람 중 제일 달변가 아니냐”며 “차분한 스타일의 문 후보가 묻힐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박근혜 대 문재인이 아닌 박근혜 대 이정희로 흐름이 전개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또 불과 8개월 전 민주당이 내세운 총선 최대 전략이 야권연대였다는 점은 크나큰 부담임에 틀림없다. 문 후보 측 관계자는 “정책 공조를 해놓고 이제 와서 말을 바꾸냐고 저쪽(박근혜)에서 공격해 올 경우 마땅한 대답이 없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총선에는 야권연대, 대선에는 안철수만 바라본다는 지적도 나올 수 있다.
안철수 전 후보의 지지 표명으로 반전의 계기를 마련한 상황에서 TV토론으로 어떻게든 돌파구를 열어야 하는 게 문 후보 입장이다. 때문에 박 후보와의 맞장토론을 그토록 원했다. 이 후보가 어떤 입장을 취하느냐가 중요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윤희웅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조사분석실장은 “박 후보로서는 총선에서의 야권연대를 언급하며 이 후보 틀에 문 후보를 가두려 들 것”이라며 “토론 주제와 얽혀 종북 이미지가 부각될 경우 문 후보로서는 부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측근인 이춘상 보좌관이 사망해 박 후보로서는 상주된 입장”이라며 “국민 정서를 파고들 수도 있다”고 변수 하나를 새로이 추가했다.
한편 이 후보 측 김미희 대변인은 3일 “토론회의 집중공략 대상은 물론 박근혜 후보”라며 “새누리당이 거악의 본산이고 박 후보 본인이 정치쇄신 대상임을 강조하고 맹공을 퍼부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 후보를 향한 그의 공세가 표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여전히 안개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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