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해진' 금연정책..흡연자 "권리 무시" 불만 '폭발'
흡연자·비흡연자 모두 제도 취지에는 '공감'
흡연자 "공간 줄이기보다는 담배가격이나 세금을 올려야"
2012-12-04 15:33:33 2012-12-04 15:39:34
[뉴스토마토 임애신기자] 정부가 상당히 엄격한 금연 정책을 발표하자 흡연자와 비흡연자간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비흡연자들은 반색하고 있지만 흡연자들은 상당한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제도의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흡연자의 권리를 무시했다는 입장이다.
 
◇8일부터 150㎡ 이상인 식당에서 흡연 금지 
 
보건복지부는 오는 8일부터 공중이용시설에서 간접흡연 피해를 방지하고 청소년 대상 흡연 유인을 차단하기 위한 '국민건강증진법'이 시행된다고 4일 발표했다.
 
넓이가 150㎡ 이상인 일반 및 휴게음식점·제과점영업소는 8일부터 별도로 마련하는 흡연실을 제외한 영업장 전체를 금연구역으로 지정해야 한다. 이를 어기면 1차 170만원, 2차 330만원, 3차 500만원의 과태료를 내야 한다.
 
흡연자들은 별도로 마련된 흡연실에서만 담배를 피울 수 있다. 다른 곳에서 담배를 피우다 적발되면 10만원의 과태료를 물게 된다.
 
또 공중이용시설과 어린이·청소년이용시설은 옥내뿐 아니라 주차장·화단·운동장 등을 포함한 시설 전체가 금연구역으로 지정된다.
 
여기에는 정부·지방자치단체·국회·법원·공공기관·지방공기업의 청사, 어린이집, 유치원, 초·중·고교, 의료기관, 도서관, 청소년수련원, 어린이 놀이터, 고속도로 휴게소 등이 포함된다. 또 과일향·칵테일향·멘솔향 등의 문구를 담뱃갑과 담배광고에서 볼 수 없게 된다.
 
◇흡연자들 "취지 이해되지만, 흡연자 권리 없다"
 
흡연자와 비흡연자를 막론하고 이번 제도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된 모습이다.
 
비흡연자 임 모(42세) 씨는 "음식점에서 밥을 먹는데 옆에서 담배를 피우면 내가 밥을 먹는지 담배를 먹는지 구분이 안됐었다"면서 "이번에 간접흡연의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 같아서 좋다"고 적극 환영했다.
 
흡연자들도 나날이 건강에 대한 중요성이 커지는 가운데 본인의 담배 연기로 인해 타인에게 간접피해를 줄 수 있다는 데 동의하고 있다. 
 
그러나 흡연자에 대한 인권은 무시됐다는 게 중론이다. 담배의 유해성은 사회적으로 허용될 수 있는 수준의 대중적인 기호품으로, 당연히 담배 소비자의 권리가 존중돼야 한다는 얘기다.
 
흡연자 박 모(37세) 씨는 "담배향이 불편한 사람에게 피해를 줄 생각이 없기 때문에 공공장소의 금연공간 확대에 불만은 없다"면서도 "흡연도 일종의 권리인데 이렇게 까지 하는 건 심하다"고 비판했다.
 
애연가 한 모(34세) 씨는 "흡연할 수 있는 공간이 줄고 과태료 규모까지 높아진다는데 흡연의 자유는 누가 지켜주냐"며 "특히 흡연실 설비 기준이 강화됐다는데 업체들이 흡연실을 만들지 않을까봐 우려된다"고 말했다.
 
특히, 공원·버스정류장 등등 공공장소가 아닌 식당·호프집 등의 사유 공간까지 규제하는 것은 너무 심한 조치라는 의견이 나왔다.
 
흡연자인 이 모(47세) 씨는 "특히 식당에서 비지니스 목적으로 저녁 자리를 갖는 경우 흡연자들은 안에서 담배를 피울 수 없으므로 계속 왔다갔다 할 수 밖에 없다"며 "또 식당이나 음식점 입장에서도 매출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황모(33세) 씨는 "손님을 많이 끌어 들여야하는 식당 입장에서 손님이 담배를 피운다고 해서 뭐라고 할 수 있겠냐"며 "과연 실효성이 있을지 모르겠다"고 의문을 표했다.
 
◇공간 축소보다 가격 혹은 세금 인상해야
 
정부가 흡연자들의 금연을 유도하는 방식이 잘못됐다는 지적도 나왔다. 담배를 피울 수 있는 공간을 줄이는 것보다 담배 가격을 올린다거나 세금을 높이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는 것.
 
복지부가 지난해 말 성인남녀 3000여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금연구역 확대'(22.8%)와 '담뱃값 인상'(19.0%)이 효과적인 금연 정책이라는 응답이 나오기도 했다.
 
박 모(28세) 씨는 "앞으로 규제가 강해진다고 해도 담배를 끊지는 않을 것"이라며 "차라리 담배가격을 1만원 이상으로 올리는 것이 효과적일 것"이라고 토로했다.
 
장 모(28세) 씨는 "기존 흡연실까지 폐쇄하면서 담배는 왜 파는지 모르겠다"며 "계도 기간 없이 성급하게 흡연자들에 대한 제재를 가하는 것은 너무 일방적"이라고 불만을 터뜨렸다.
 
그는 "이처럼 급작스럽고 강한 조치는 효과가 크지 않고 흡연자들의 원성만 살 것"이라며 "담배의 중독성 때문에 제대로 정착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실제 국산 담뱃값은 2500원으로 8년 전 가격 그대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헬스 데스 데이터 2010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담뱃값은 OECD 34개 회원국 중에서 29위로 최하위권에 속한다.  
  
정부가 마지막으로 담뱃값은 인상한 것은 2004년 12월이다. 당시 500원을 올렸다. 
 
복지부는 가격인상이 금연 정책에 가장 효율적이라는 판단에 따라 이번에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을 입법하는 과정에서 담뱃값 인상안을 검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담뱃값이 500원 오르면 소비자물가가 0.17% 상승하는 등 물가에 미치는 영향과 담배 농가 및 담배소매점의 반발의 예상됨에 따라 무산됐다. 
 
복지부 한 관계자는 "가장 효과적인 정책이 무엇인지 알면서도 여러 요인들을 고려해야하기 때문에 담뱃값을 인상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은 것이 사실"이라며 "금연확대를 위해 순차적으로 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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