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위 업체들이 예년보다 세일 기간을 늘리고 할인폭을 키우는 바람에 후발업체들은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상위 업체들을 따라가고 있는 모습이다. 때문에 업계에서는 "고래싸움에 새우 등 터지는 격"이라는 불만의 소리가 심심치 않게 들리고 있다.
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발단은 미샤와 더페이스샵의 브랜드숍 1위 다툼에서 비롯됐다.
미샤와 더페이스샵의 1위 경쟁은 2004년 이후 미샤가 더페이스샵에 밀리면서부터 시작됐다.
이후 지난해 4분기 미샤가 다시 1위를 탈환했지만 올 상반기에는 더페이스샵이, 3분기에는 미샤가 각각 매출 1위를 차지하며 치열한 공방을 벌이고 있다.
미샤는 국내에 화장품 브랜드숍을 개척한 '장본인'이라는 자존심이, 더페이스샵은 LG생활건강이라는 '대기업 브랜드'라는 자존심이 서로 맞붙으면서 1위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다툼이 더욱 치열해지는 양상이다.
양측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크리스마스와 연말 대목을 맞아 이번에 대대적인 세일 경쟁으로 표출됐다.
매출 규모가 업계 1위를 정하는 기준으로 통용되면서 영업마진은 줄더라도 매출 규모를 키워 1위를 차지하겠다는 전략이다.
실제 3분기 실적을 보면 매출은 미샤(1160억원)가 더페이스샵(1003억원)을 앞섰지만 영업이익에서는 더페이스샵(177억원)이 미샤(163억원) 보다 높았다.
미샤는 이달 1일부터 31일까지 12월 한 달간, 더페이스샵은 지난달 30일부터 12일간 각각 최대 50% 세일을 실시한다.
미샤의 경우 지난 2009년 이후 해마다 1년에 두 차례씩 정기 세일을 실시했지만 올해는 한 달로 기간을 대폭 연장했다.
연말이라고는 하지만 한 달 내내 세일을 진행하는 것은 업계에서도 이례적이라는 반응이다.
이처럼 업계 1,2위를 다투는 상위 업체들이 가격을 낮춰 적극적으로 공세를 펴다 보니 후발업체로서는 따라가지 않을 방도가 없다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상위 업체들이 베스트 제품 위주로 세일을 진행하는 통에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떨어지는 후발업체 동일 제품군의 경우에는 가격 경쟁력이라도 있어야 한다는 인식이 강하다"며 "어쩔 수 없이 세일 기간도 늘리고 할인폭도 더 높여 세일을 진행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에 네이처리퍼블릭은 이달 1일부터 10일 간 최대 50%, 소망화장품은 1일부터 9일 동안 뷰티크레딧 전용 제품에 한해 50%, 더샘은 지난달 30일부터 10일 간 최대 50% 세일을 진행한다.
한편 업계는 과도한 세일 경쟁이 장기적으로는 업계 전체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단 기간 매출 상승을 위해서는 세일만큼 좋은 방법도 없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는 수익성 악화와 브랜드 가치 하락이라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일정 규모 이상이 되는 상위 업체들보다는 체력이 약한 중소 규모 업체들에게 부작용이 더 심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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