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 "지재권 침해 당해도 적극 대응 못해"
2012-12-06 19:44:10 2012-12-06 19:45:58
[뉴스토마토 곽보연기자] #1 일본과 중국에 화학제품을 수출하는 A사는 최근 원료제조기술을 도난당했다. 범인은 3개월 전 퇴직한 직원으로 재직시 잘 알고 지내던 중국기업에 원료제조기술을 유출시킨 것이다. 중국기업은 유출기술로 제품을 직접 생산해 중국시장에 판매했고 A사는 대중국 수출이 급감하면서 수억원의 피해를 입었다.
 
#2 철강업을 하는 대기업 B사 역시 부품원천기술을 경쟁사에 뺐겼다. 기술을 유출한 것은 연구개발업무에 관여했던 직원의 소행으로 밝혀졌다. 해당 직원은 올 초 B사의 기술을 빼낸 뒤 관련 기술을 C사에 거액을 받고 팔아넘겼다. B사 관계자는 "기술유출로 인한 피해액이 수십억원에 달한다"며 "믿는 도끼에 발등을 찍히고 나니 앞으로 누굴 믿고 일할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국내 제조업체들의 지적재산권 도난 사태가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상장 제조사의 15%가 최근 1년 사이 지식재산을 도둑맞은 경험이 있었고, 이들 중 75% 기업은 적극적인 대응을 못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대한상공회의소는 6일 '국내기업의 지식재산 유출피해실태와 정책과제' 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최근 1년간 핵심기술유출, 특허 침해, 디자인 도용 등 피해를 겪었다"고 응답한 기업이 전체 300개 업체 중 14.7%에 달했다고 밝혔다.
 
피해유형으로는 '산업스파이에 의한 기술유출'이 51%로 가장 많았고 '기술특허 침해'(26%)나 '상표·디자인 도용'(23%) 등의 유형도 있었다.
 
업종별로는 '자동차 및 자동차부품' 관련 업종에 종사하는 기업들의 피해가 23.8%로 가장 많았고, '정보통신'(23.3%)과 '음식료'(20%) 업종 역시 다섯개 업체 중 한군데 이상이 피해를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규모별로는 피해를 입은 경험이 있는 대기업이 17.4%로 중소기업(13.5%)보다 조금 더 많았다.
 
 
국내 기업들은 기술유출이나 지재권침해를 당해도 적극적인 대응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식재산 침해 시 대응방안을 묻는 질문에 "소송이나 분쟁조정 등 법적 절차로 강력 대응한다"고 응답한 기업은 25%에 불과한 반면, "특별한 대응을 하지 못하거나 상대 회사에 시정을 요구하는 수준의 대응에 그친다"고 답한 기업이 75%에 달했다. 소송 등의 절차를 거쳐도 실효성 있는 손해배상을 받기 힘들기 때문에 기업들이 적극적인 대응을 하지 않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식재산 보호를 위한 정책과제로 기업들은 '지적재산침해에 대한 예방장치 강화'(31.5%), '피해 예방·대응 관련 컨설팅 강화'(31.1%), '분쟁해결제도 개선(25.6%) 등을 차례로 꼽았다.
 
박종갑 대한상의 상무는 "국내기업들의 기술력과 세계시장 점유율이 높아지면서 산업스파이나 특허괴물을 통한 해외 경쟁기업들의 견제가 날로 거세지고 있다"며 "기업차원에서는 지식재산 관리전략과 대응이 강화되어야 하고, 나아가 업계의 공동대응과 중소기업을 위한 정부의 체계적인 지원대책이 확대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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