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기성기자] 북한이 대선을 꼭 일주일 앞둔 12일 오전 장거리 로켓 발사를 강행하면서 표심을 가를 막판 변수로 떠올랐다. 여야는 일제히 북한을 규탄하면서도 로켓 변수가 선거 흐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촉각을 기울이는 표정이다.
기존 북풍은 유권자들의 반공 및 안보 의식을 고취시키면서 여당에 유리한 흐름을 만들어 왔다. 이 과정에서 보수층의 결집 또한 자연스레 이뤄졌다. 야당으로선 지역주의와 더불어 북풍이 선거 국면의 경계대상 1호였다. 색깔론이 여당의 단골 소재로 사용된 이유다.
명제와도 같던 기존 흐름이 무참히 깨진 것은 2010년 지방선거였다. 천안함이 북의 소행으로 폭침됐다는 정부 발표가 있으면서 선거는 여당의 분위기로 반전되는 듯했다. 그러나 야권이 연대를 이루고 전쟁 대 평화 구도로 전환시키면서 분위기는 또 다시 뒤집혔다.
서울시장과 경기지사 등 빅2를 탈환하진 못했지만 충남·북을 비롯해 인천·경남·강원·호남 등을 야권이 싹쓸이했다. 사실상의 첫 지방권력 교체였다. 특히 여당의 텃밭이자 보수성향이 뚜렷한 경남과 강원이 야권에 도정을 허락한 것은 충격이었다.
전문가들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햇볕정책 성과로 풀이했다. 북한을 격퇴해야 할 주적이 아닌 공생해야 할 민족의 시각으로 접근하기 시작한 것이다.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 등 북한의 도발이 계속되면서 일종의 학습효과가 선행된 점 또한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그렇다면 이번 로켓 발사는 어떨까. 이미 NLL을 두고 여야는 한차례 난타전을 벌였다. 통합진보당이 분당 사태를 겪으며 드러난 종북주의 논란도 이정희 후보 출마를 계기로 다시 조명됐다. 일각에서는 '신북풍'으로까지 명명했다.
일단 대다수 선거 전문가들은 표심에 큰 영향은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양자 대결로 구도가 짜이면서 보수와 진보 진영이 이미 결집력을 최대치로 끌어올렸다는 평가다. 이탈층이 최소화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다만 아직 지지 후보를 정하지 못한 부동층에는 일부 영향이 미칠 것으로 분석했다.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장은 “북풍은 이미 익숙한 소재로, 대선에 미치는 영향은 없다고 본다”며 “보수는 보수대로 충분히 결집한 상태고 로켓 발사의 역작용으로 평화에 대한 갈망도 늘어날 수 있기 때문에 야당에 딱히 불리할 것도 없다”고 말했다.
정치컨설턴트인 김능구 이윈컴 대표도 “2차 핵실험까지 이어지는 등 그동안 숱하게 나왔기 때문에 큰 변수가 되진 않을 것으로 본다”며 “북한 변수에 표심이 흔들거나 이런 일은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윤희웅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조사분석실장도 비슷한 시각이었다. 그는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발생해 사후적 사건이 돼 버린 측면이 있다”며 “때문에 일개 사건으로 묻혀버릴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그는 다만 “여야가 이 문제를 어떻게 쟁점화 시키느냐에 따라 변수로 작용할 여지는 남아있다”면서 “정부의 대북 정보력의 부재와 안보무능이 드러나면서 새누리당도 온전히 공세 소재로 삼기에는 부담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야당에 역공에 대한 빌미를 제공함으로써 오히려 역풍에 처할 수 있다는 설명도 이어졌다.
이를 반영하듯 우상호 민주통합당 중앙선대위 공보단장은 이날 현안 브리핑을 통해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를 강력히 규탄한다”면서도 “최근 며칠 정부가 마치 북한이 로켓을 분리해서 발사를 하지 않을 것처럼 국민들에게 알린 적이 있다. 도대체 대북 정보가 이렇게 취약해서야 어찌 국민이 정부의 안보 역량을 믿을 수 있단 말이냐”고 지적했다.
같은 당 박용진 대변인 또한 논평을 통해 “갑작스런 북한의 로켓 발사 소식에 놀랐고, 이명박 새누리당 정부의 안보 무능에 또 한 번 놀랐다”며 “무려 20층 건물 높이의 로켓이 해체되었는지, 발사 완료됐는지조차 파악하지 못하는 이명박 정부의 안보무능이 우리 국민의 최대불안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등 일련의 무력 충돌에 이어 일명 노크 귀순과 로켓 발사까지 이뤄지면서 보수 정권의 구멍 뚫린 안보 역량에 대한 지적도 잇달았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북한의 로켓 발사와 관련해 “정부 당국이 위성사진을 제대로 판독했는지조차 의심스럽다”면서 “정보 판단에 상당한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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