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천지' 논란, 예견된 당명 사고?..아직 우왕좌왕
2012-12-13 18:13:12 2012-12-13 18:15:03
[뉴스토마토 김기성기자] 박근혜 후보가 이단종교인 신천지와 연관 있다는 의혹이 온라인과 SNS를 중심으로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새누리당이 당명의 중국어(한자어) 표기를 놓고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였다.
 
새누리당은 13일 당의 공식 트위터(@saenuridang)를 통해 “[공지] 새누리당의 중국어 표기는 ‘신세계당’입니다. ‘신천지’와는 무관함을 알려드립니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는 오기(誤記)였다.
 
이준석 전 비대위원‏(@junseokandylee)은 곧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새누리당의 중국어 표기를 정하는 회의에 제가 있었습니다. 직역으로 신국가, 신세계, 신천지가 안으로 나왔으며 신천지는 특정종교집단을, 신세계는 특정기업을 연상시켜 중국대사관의 자문을 얻어 ‘신국가당’으로 정했습니다”라고 바로 잡았다.
 
이후 새누리당은 잘못된 해당 트윗을 삭제한 뒤 “새누리당의 중국어 공식표기는 '新國家黨'(신국가당)입니다. 따라서 박근혜 후보와 새누리당은 신천지(종교단체)와는 전혀 관련이 없습니다”라고 정정했다.
 
이 같은 혼란은 일견 예견된 일이기도 했다. 지난 2월2일 박근혜 당시 비상대책위원장은 비대위 전체회의를 열고 당명을 한나라당에서 새누리당으로 바꿨다. 박 후보가 비대위원장으로서 전권을 쥐었던 때다. ‘누리’는 세상을 뜻하는 순우리말로 “새세상을 열겠다는 의지가 담겼다”고 당시 황영철 대변인은 설명했다.
 
소속의원들 대다수가 “강아지 이름도 아니고 이게 뭐냐”, “당명에 이념과 철학, 가치가 보이질 않는다”, “얼굴을 들 수가 없다. 총선에 어떻게 뛰라는 말이냐” 등의 불만을 쏟아냈지만 박 후보 앞에서 반론을 펴진 못했다. 친박계 핵심이었던 유승민 의원만 거의 유일하게 반대 의견을 표명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후 새누리당은 같은 달 9일 외국어명 표기를 확정했다. 영문 표기는 'Saenuri Party(새누리 파티)'와 'New Frontier Party(뉴 프론티어 파티)'로, 중국어 표기는 '新家(신궈지아당)', 일본어 표기는 'セヌリ(세누리토)'로 각각 결정했다.
 
이후 중국어 표기가 제대로 알려지지 않으면서 일부에선 신국가당이 확정되기까지 웃지 못 할 에피소드도 이어졌다. 7월 한·중 수교 20주년 기념 포럼에서 진하이잉 중국 인민대학 교수는 발표문을 통해 새누리당이 중국어로 '신국가당'(新國家黨)이란 당명을 얻기까지 누리꾼들 사이에서 격론이 있었다고 소개했다.
 
여전히 '신세계당'(新世界黨)과 '신천지당'(新天地黨)에 대한 의견이 다수를 차지한 가운데, 일각에서는 외국어를 번역할 때 발음이 비슷한 단어를 채용하는 중국 관습을 들어 '새노예당'(新奴隸黨) 의견도 제시됐다. ‘누리(nuli)’라는 발음을 살려서 ‘노예(奴隸·nuli)’라는 단어로 대체하자는 의견이었다.
 
진하이잉 교수는 “새누리당으로 이름이 바뀐 지 5개월이 넘었는데도 네이버, 다음 등 한국 주요 포털들이 제공하는 인터넷 중국어사전 사이트에서는 새누리당의 중국어 번역을 찾아볼 수 없기 때문에 신뢰도가 떨어진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한편 박 후보는 이날 강원 원주 유세에서 “야당은 매일같이 흑색선전과 마타도어를 쏟아내고 있다”며 “알지도 못하는 신천지 교회와 제가 관련이 있다고 (야당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정현 선대위 공보단장도 브리핑을 통해 “민주통합당이 거의 이성을 상실했다”면서 “신천지라고 하는 기독교 이단이 있는데 이걸 또 연관시켜서 허위사실을 유포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특히 “박 후보는 신천지와 전혀 무관하다”면서 “언제까지 이런 말을 반복해야 하는 것인지, 이건 정말 국민들한테 죄를 짓는 것”이라고 개탄했다.
 
앞서 인터넷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나꼼수)'의 김용민씨는 트위터를 통해 "박근혜, 충격. 측근들이 자기 아버지를 신으로 생각하고, 본인은 사이비 종교 교주와 20년 가까이 협력관계를 맺고, 신천지와도 우호적인 관계이고, 개신교 신자 여러분, 이거 심각한 문제"라는 글을 올려 논란을 야기한 바 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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