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상원기자] 나랏빚이 6개월여만에 크게 줄었다. 정부가 나랏빚을 계산하는 방식을 국제기준에 맞춰 수정했는데, 그 과정에서 342조원 규모의 공무원·군인연금부채가 국가부채에서 제외했다.
24일 기획재정부는 최근 국제기준에 따른 '일반정부 부채'를 산출한 결과 지난 2011회계연도 기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부채합계가 468조6000억원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는 당초 '현금주의' 회계기준에서 산출했던 420조5000억원보다 48조1000억원이 증가한 것으로 현금주의에서는 부채에 포함되지 않았던 비영리공공기관의 부채와 공공기관 관리기금 보유공채 등 81조1000억원이 '발생주의' 회계기준을 적용하면서 부채에 포함됐기 때문이다.
현금주의는 현금의 수납이 기준이지만 발생주의는 현금이동을 발생시키는 경제적 사건의 시점이 기준이다. 국제사회에서 국가회계기준이 '현금주의'에서 '발생주의'로 변경되고 있는 것을 우리나라도 적극 수용한다는 취지로 이명박 정부가 올해 도입됐다.
국제기준을 따르면서 외형상 나랏빚이 더 늘어난 것으로 보이지만, 정부부채의 큰 덩어리였던 군인연금부채와 공무원연금부채 342조1000억원은 제외되어 실질적인 국가부채는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앞서 지난 5월말 정부는 최초로 발생주의 회계기준을 적용해 중앙정부의 부채를 계산하면서 군인연금과 공무원연금부채를 포함한 773조6000억원 규모의 '재무제표상 부채'를 공식적인 중앙정부 부채로 집계해 국회에 제출했다.
발생주의는 미래에 있을 부채인 연금도 재무제표상 부채로 읽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 '일반정부 부채' 산정에서는 군인연금과 공무원연금부채 등은 제외됐다.
이태성 기획재정부 재정관리국장은 "공무원연금 같은 것은 기존 부채와 달리 언제부터 받을지, 월 얼마를 받을지 이런 것이 확정되지 않은 회계상 '충당부채'여서 별도로 작성해서 부기는 하되 국제간 비교할 때는 제외하게 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의 나랏빚을 판단하는 기준은 3가지로 복잡해졌다.
발생주의 회계를 적용하지 않던 종전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채무합계인 '국가채무'(420조5000억원)와 발생주의 회계를 적용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채무합계인 '일반정부 부채'(468조6000억원), 그리고 중앙정부 부채와 공무원연금 등 충당부채를 더한 '재무제표상 정부부채'(773조6000억원)다.
수치상으로 충당부채가 포함된 재무제표상 부채가 가장 크지만, 정부는 국제기준과 해외사례에서 충당부채를 국가부채에서 제외하고 있다며 이를 국제비교용이 아닌 국회에 보고하는 국내 재정위험관리용으로만 사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군인연금과 공무원연금 등 충당부채를 포함하지 않더라도 정부가 이번에 공표한 '일반정부 부채'의 부채규모에 대한 신뢰도는 크게 떨어진다.
정부는 이번 '일반정부 부채'를 산정하면서 비영리공공기관을 부채범위에 포함시켰지만,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한국수자원공사, 한국전력공사, 한국가스공사 등의 부채는 해당 기준에 맞지 않다면서 제외시켰다.
일반정부 부채에 포함되는 비영리공공기관이 되려면 원가보상률 50% 이하이거나 원가보상률이 50%를 초과하더라도 정부판매비율이 80% 이상이어야 하는데 이들 공공기관은 기준에 맞지 않다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다.
LH나 한국수자원공사는 정부의 4대강 사업과 보금자리주택사업 등 대규모 정책사업을 지원하느라 부채규모가 최근 5년 사이 급증한 공기업이다.
2007년말 1조5756억원이었던 한국수자원공사의 부채는 2011년 말 12조5809억원으로 급증했고, LH의 부채는 2007년말 66조9088억원(토지공사+주택공사)에서 2011년말 130조5712억원까지 늘어났다.
정부의 이번 '일반정부 부채' 산정을 통해 국내총생산(GDP)대비 부채비율은 37.9%로 5월 발표한 재무제표상 정부부채(62.6%)의 절반수준까지 떨어졌다.
기획재정부는 우리나라의 부채비율이 미국(102.2%), 일본(205.3%), 독일(86.4%) 등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102.9%)보다 낮아 "건전하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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