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범죄 압수물 중 과도 등 보관 자체가 위험하지 않은 압수물을 사건 종결 전 폐기하는 것은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하는 것으로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는 강도 혐의 등으로 기소된 이모씨가 자신이 소지하고 있던 과도를 재판이 모두 끝나기 전에 폐기한 것은 재판받을 권리를 침해하는 것으로 위헌이라며 경기부천원미경찰서를 상대로 낸 헌법소원 심판 사건에서 재판관 6대 3의 의견으로 위헌 결정했다.
◇헌법재판소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압수물은 공소사실의 입증뿐만 아니라 피고인에게도 유리한 자료(반증 및 양형자료 등)로 사용될 수 있는 것이므로, 피고인의 입장에서 압수물의 증거조사를 통해 자신에게 유리한 사정을 입증하고자 해도 압수물이 폐기되어 존재하지 않게 된다면 이는 증거신청권을 포함하는 피고인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하게 된다”고 밝혔다.
이어 “형사소송법상 보관이 위험발생의 염려가 있는 압수물이란 폭발물, 유독물질 등 사람의 생명, 신체, 건강, 재산에 위해를 줄 수 있는 물건으로서 보관 자체가 대단히 위험하여 종국판결이 선고될 때까지 보관하기 매우 곤란한 압수물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하여야 한다”며 “이와는 무관하게 단지 압수물에 대한 소유권포기가 있다는 것만으로 임의의 압수물을 폐기한 것은 헌법에 위반되고, 청구인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한 것”이라고 판시했다.
이씨는 2010년 11월 강도예비 및 현주건조물방화예비 혐의로 현행범 체포되면서 가지고 있던 과도 등을 경찰에 압수당한 뒤 기소됐다. 그러나 이씨는 현주건조물방화예비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받았으며, 재범 위험성으로 인한 치료감호를 명령받았다. 검찰이 항소했으나 기각돼 판결은 확정됐다.
이후 이씨는 강도예비 혐의에 대해 무죄를 다투기 위해 압수당한 물건 중 과도에 대해 검증을 신청했다. 그러나 이에 앞서 수사검사가 이씨가 압수물에 대한 소유권이 없다는 이유로 과도를 포함한 증거물들을 모두 폐기했고, 이에 이씨가 수사검사의 압수물 폐기로 재판받을 권리를 침해당했다며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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