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태용 기자] 인천항만공사(IPA)가 조성한 항만배후단지에서 폭리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일부 입주 기업들이 공사로부터 땅을 헐값에 빌려 주차장 장사를 해 폭리를 취한다는 정황이 드러난 겁니다. 이들은 인근 공영 주차장보다 최대 세 배나 비싼 주차료를 받으며 부당이득을 챙기고 있지만, 정작 땅 주인인 인천항만공사는 "시장 논리"라며 수년째 손을 놓고 있어 특혜·방치 논란이 커지고 있습니다.
아암1단지 사설주차장, 항만공사에서 땅 빌려 폭리
인천 남항에 인접한 아암물류1단지는 2005년 7월 출범한 인천항만공사가 가장 먼저 조성한 항만배후단지(항만의 주요 시설이 원활하게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그 주변에 조성된 지원 공간)입니다. 이곳은 주요 도로와 가깝고 인천국제공항과도 30분 거리입니다. 덕분에 인천항 물동량이 매년 최고치를 경신하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인천 제물포구 아암물류1단지. (이미지=인천항만공사)
물동량이 많다 보니 오가는 화물차량도 많지만, 주차장은 항상 부족합니다. 아암1단지에서 운영하는 화물차 주차장은 크게 3곳입니다. 면수는 650면 정도입니다. 인천항만공사 시설을 위탁 관리하는 인천항시설관리센터가 100면짜리 1곳을, 나머지 550면은 항만배후단지 내 입주 기업 4곳이 운영하고 있습니다.
원래 150면짜리 주차장이 1곳 더 있었습니다. 하지만 올해 초 인천항만공사 임대계약을 해지한 이후부터는 빈 땅으로 방치돼 있습니다. 4개 기업이 운영하는 550면의 사설 주차장은 월 주차료가 30만~45만원으로, 제각각입니다. 반면 인천항만공사의 공영 주차장은 월 주차료가 15만원입니다. 사설 주차장 요금이 공영 주차장보다 2~3배나 비싼 겁니다.
화물차주들의 한숨…고스란히 '물류비용 상승'으로
최근 인천신항에 400면 규모의 화물차 주차장이 문을 열었습니다. 고질적인 주차난 해소에 대한 기대도 컸습니다. 하지만 화물차 차주들의 이야기는 결이 달랐습니다.
<뉴스토마토>가 만난 화물차 차주 A씨는 "주차 공간은 400면이지만, 자리에 대한 입찰 경쟁률이 3대1이었다. 주차난은 여전하다"며 "주차장 개장과 동시에 불법 주차 단속도 강화됐다. 세금이 부족하다더니 불법 주차 과태료로 돈을 쓸어 담겠다는 것 아니냐"라고 토로했습니다.
화물차 차주들로서는 과태료 폭탄을 맞지 않기 위해서라도 주차료가 훨씬 비싼 사설 주차장을 이용할 수밖에 없는 처지입니다. 하지만 사설 주차장은 이용료가 비쌀 뿐만 아니라 주차 공간 자체도 턱없이 부족합니다.
아암1단지 사설 주차장을 이용하는 화물차 차주 B씨는 "예전에는 예약제나 줄서기로 사설 주차장을 이용할 수 있었다지만 지금은 대기표도, 자리도 없다"며 "일부 기사들은 차라리 불법 주차를 해왔는데, 단속이 강화되면서 과태료 규모도 커졌다"고 했습니다.
다른 사설 주차장을 이용하는 차주 C씨도 "그동안 인천항만공사가 아암1단지에서 사설 주차장을 관리하는 걸 보지 못했다. 처음 인천항만공사가 배후단지에 주차장을 조성했을 때의 모습 그대로"라며 "업체는 인천항만공사에서 빌린 땅에 주차 라인만 그려놓고 월 수천만 원을 그냥 벌어 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일부 입주 기업들은 지입차주들에게도 지입비용 외에 주차료까지 받아가고 있다. 사실상 주차장 장사를 하는 것"이라며 "지나치게 높은 주차료는 물류비용 상승으로 이어져 지역의 물류 경쟁력 약화를 초래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인천 제물포구 아암물류1단지의 한 화물차 주차장 모습. (사진=뉴스토마토)
현장서 만난 화물차주들 "주차장 때문에 '암거래'도"
실제로 <뉴스토마토>가 아암1단지의 한 사설 주차장을 방문해 보니 관리 인력은 물론 관리를 위한 가설건축물조차 없었습니다. 주차장 입구에 붙은 '주차 문의' 전화번호로 연락해 보니 다른 안내도 없이 월 주차료 44만원에 보증금 80만원을 요구했습니다. '보증금을 돌려주는 경우는 거의 없다'라는 차주들의 말을 대입해 보면 사설 주차장의 연간 주차료는 사실상 600만원을 훌쩍 넘는 셈입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아암1단지에선 편법으로 주차 문제를 해결하거나, 주차 공간을 암거래한다는 말까지 나오는 실정입니다.
차주 D씨는 "대형 운영사 사무실을 찾아가 야적장 등에 남는 땅을 쓰게 해달라고 부탁해 월 사용료를 내고 쓰는 경우도 있다"며 "길가의 무료 주차 구역을 사고파는 암시장도 형성돼 있다. 시세가 300만원 정도인데 이마저도 매물을 구하기 어렵다"고 했습니다.
공공부지인데 '시장 논리'만 강조하는 인천항만공사
실태가 심각하지만, 정작 땅 주인인 IPA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입니다.
인천항만공사 관계자는 배후단지 내 입주 기업들이 사설 주차장을 운영하는 것에 관해선 "법적으로는 배후단지 안에 주차지원 시설이 들어설 수 있다"며 "아암1단지에 주차장이 없어 주변에선 불법 주차가 심각했다. 그래서 공사가 토지 용도를 변경해 주차장으로 임대를 준 것이다. 법적인 문제는 없다"고 했습니다.
사설 주차장이 공영 주차장보다 2~3배 비싼 주차료를 받는 점에 대해서도 "공사가 사설 주차장과 임대 계약을 맺을 때 주차료 상한선을 강제로 지정하지 않았다"며 "(주차료는) 시장 논리에 맡겨진 부분"이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취재 결과, 이 관계자의 해명은 사실과 달랐습니다. <뉴스토마토>가 입수한 인천항만공사와 사설 주차장 간의 2016년 임대계약서 제8조(임차인의 권리와 의무)를 보면 '월 주차료를 12만원 이상 징수할 수 없다'고 명시됐습니다. 주차장 이용료는 시장 논리가 아니라 상한선 항목이 규정되어 있었던 겁니다.
인천항만공사와 배후단지 내 입주 기업들이 사설 주차장 운영과 관련해 2016년 체결한 임대계약서 중 제8조(임차인의 권리와 의무) 내용. (사진=뉴스토마토)
사설 주차장에 적용된 토지 임대료 역시 기준보다 턱없이 저렴한 걸로 확인됐습니다. 인천항만공사 임대료 산정 기준에 따르면, 5년 이하 단기계약의 경우 임대료는 공시지가의 0.05%이며, 여기서 24%를 감면해 주는 게 기본입니다. 이런 계산대로라면 1만6500㎡를 임대했을 경우 올해 월 임대료는 4800만원 수준이어야 합니다. 그러나 본지 확인 결과, 입주 기업들은 1300만원 정도만 내고 있었습니다.
이에 대해 물류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민 세금으로 조성된 인천항만공사 땅에 사설 주차장이 있어야 할 이유가 없다"며 "해당 부지를 공영화하거나 주차료 가이드라인을 현실에 맞게 강제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최태용 기자 rooster81@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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