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세진기자] 지난해 그리스발 채무위기로 들썩이던 유럽 경제는 2012년을 한달여 앞두고 극적으로 구제금융에 합의했다.
그러나 강도높은 긴축안을 주장하는 독일과 우선 지원이라는 프랑스의 입장 차이는 여전한 가운데, 위기국들을 중심으로 반유로 정서가 위험요소로 남아있다.
경제 전문가들은 유럽 경제가 위기에서 벗어나 회복세로 돌아서기 위해서는 긴축에서 성장으로 눈을 돌릴 필요가 있다고 충고한다.
◇2013년 유로존 경제전망 여전히 '비관적'
유럽 재정위기는 지난해 9월 유럽중앙은행(ECB)의 국채매입프로그램(OMT) 도입과 유럽안정화기구(ESM)가 출범하면서 일시적으로 안정을 찾았다.
그러나 긴축과 구조조정으로 악화된 경제상황, 그리스 디폴트 위험, 재정위기 극복을 둘러싼 정치적 불협화음 등 위기가 재현될 요소는 산적해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2013년 유로존 경제성장률을 -0.1%로 전망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 역시 0.2%로 저조한 성장세를 예상하고 있으며, 민간기관인 글로벌 인사이트의 전망치는 -0.3%이다.
◇2012·2013 각 기관별 유로존 GDP 전망
다만 재정수지 적자 비중은 위기국들의 긴축재정 노력이 지속되면서 지난해보다는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경제 전문가들은 올해 유로존 경제가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할 가능성이 크지만, 점진적으로 회복세를 보여 '상저하고'를 이룰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그리스 채무위기에서 타결까지..남은 위험요소
지난 2008년부터 시작된 그리스발 채무위기는 지난해 최악의 상황을 겪었다.
다급해진 유로존 정상들은 방화벽 확충을 위해 지난 10월 ESM을 출범시켰으며 9월부터 무제한 OMT에 들어갔다.
금융위기에 보다 근본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ECB가 유럽 200여개 은행을 직접 관리감독하는 은행동맹이 제시됐으며, 궁극적으로는 오는 2020년까지 유로존 재정을 통합하는 밑그림이 그려졌다.
이 과정에서 선긴축 후지원을 주장하는 독일과 선지원 후긴축 입장의 프랑스의 의견이 엇갈려 마찰을 빚었다.
결국 유로존을 살리는 것이 급선무라고 판단한 독일이 극적으로 입장을 선회하면서 채무위기 극복 프로그램은 어렵게 마무리됐다.
유로존 채무위기 해결 과정이 이처럼 난항을 거듭한 것은 각 주권국들의 정치적 입장이 달라 합의가 늦어졌기 때문이다.
강유덕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유럽팀장은 "미국은 하나의 국가 단위이기 때문에 위기에 대한 대응책 마련이 비교적 빠른 반면, 유로존은 17개국의 의견을 취합해야 하므로 합의안 도출이 오래 걸릴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에도 유로존 위기가 언제든 다시 불거질 수 있다고 판단되는 것은 위기국들을 중심으로 반유로 움직임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스가 2020년까지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비율 124% 감축이라는 목표 달성에 실패하고 디폴트에 빠질 경우 유로존은 큰 혼란에 빠질 수 있다.
스페인 카탈라냐주 분리 독립 움직임, 오는 2월 총선을 앞둔 이탈리아 등 위기국들의 정치적 불안요소도 걸림돌이다.
영국이 유럽연합(EU)에서 탈퇴해 '브릭시트'를 형성할 가능성도 변수로 제기되고 있다.
독일과 프랑스에 밀려 유럽에서 입지가 좁아진 영국에서는 국민들 절반 이상이 EU 탈퇴를 지지하는 등 갈등의 골이 깊은 상황이다.
다만 유럽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브릭시트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크지는 않은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김득갑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전문위원은 "영국이 EU 탈퇴로 얻을 수 있는 것도 많지만 그보다는 손해가 더 크다"며 "한 발 양보해 좀 더 나은 조건으로 EU에 잔류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언급했다.
◇금융위기는 2013년부터 완화 전망..재정협약으로 유럽 통합
2013년 하반기부터 유럽 재정위기는 완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그 근거로는 첫째, EU 지도부의 거시적 금융지원이 리스크 완화에 주요했다는 점이 있다.
EU 지도부는 유럽 위기가 확산되자 구제금융 지원이라는 미시적 대책에서 포괄적이고 거시적인 금융지원으로 선회했다.
이 과정에서 유럽재정안정기금(EFSF)의 지원금액 상향, ECB 장기대출프로그램과 OMT, ESM의 조기시행 등이 이뤄졌다.
이러한 노력은 유럽 CDS 5년물 프리미엄이 최근 120bp를 하회하면서 2011년 7월 수준까지 낮아지며 어느정도 성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유로존 CDS 추이(자료:마르키트)
또 2013년 하반기부터는 위기국들의 필요자금이 감소할 전망이어서, 과다채무국들의 국채만기 예정액은 올해 1분기에 전 분기 대비 353억유로 감소한 1679억 유로로 추산된다.
4분기에는 1000억유로까지 줄어들어 재정위기 대처에 필요한 자금이 감소할 전망이다.
지난해 3월 EU 25개국이 합의한 3대 협약, 재정협약과 은행협약, 성장협약으로 재정통합이 더욱 강화되면, 금융위기에 대처하는 튼튼한 펀더멘털이 마련된다.
협약 위반시 제재조치를 강화한 신재정협약은 회원국 정부부채 한도를 GDP 대비 60%, 재정적자 한도를 3.0%에 맞추고 있다.
유럽의 재정통합은 통화단일화에서 더 나아가 유로존의 완전한 통합으로 가는 중요한 모티브가 될 것으로 보인다.
◇내수 부진하나 대외 여건 개선..긴축보다 성장
지난해 유로존 경제 흐름은 전반적으로 부진해 산업생산은 10개월 연속 감소했고, 소매판매도 18개월 연속 마이너스 성장세를 기록했다.
실업률도 지속적으로 상승해 지난 10월 현재 유로존 실업률은 11.7%를 기록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스페인과 그리스 등 위기국들의 상황은 더욱 심각해서 25%를 넘는 실업률에 허덕이고 있다.
◇2013 유로존 주요 경제지표 전망치(자료:부국증권)
다만 2013년 G2 경제가 차츰 회복되고 있어 내수 부진에 시달리는 유로존 경제가 수출로 돌파구를 찾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
유로존에서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등 4개국의 제조업 평균은 25%, GDP 대비 수출 비중은 독일이 50% 이상, 이탈리아와 스페인도 30%에 가깝다.
현재 유로존의 제조업 PMI는 경기위축 국면인 50을 하회하고 있지만, 2012년 무역수지는 흑자를 지속하고 있어 경기 회복의 모멘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여기에 재정절벽 합의 등 미국 시장이 살아나 달러화 약세가 어느 정도 제한된다면 유로존의 수출에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경제 전문가들은 유럽 경제가 긴축 일변도에서 벗어나 성장에 눈을 돌릴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IMF의 10월 세계경제전망 연구보고서에서는 "오히려 높은 성장이 정부 부채를 낮추는 데 더 효과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로렌스 서머스 하버드대 교수도 "긴축을 통한 재정지출 감소가 오히려 일반 투자를 위축시킬 수 있다"며 "1%의 재정 삭감이 1.5%의 GDP 축소를 가져온다"고 주장했다.
유럽 곳곳에서 긴축정책의 효과에 대한 회의가 제기되는 가운데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이나 마리오 몬티 이탈리아 총리 등 일부 지도자들은 성장에 대한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긴축에서 성장으로의 방향 전환은 복지주의 시장경제를 지향하는 유로존 환경에서 분명 쉽지 않은 일이지만, 지속가능 성장을 위한 성장축 다극화는 향후 유럽 경제의 중요한 화두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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