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라스베이거스=뉴스토마토 김기성기자] 영원한 맞수였다. 지향하는 바도, 생각도, 기술도, 전략도 같았다.
삼성전자가 세계 최대 가전박람회 'CES 2013' 공식 개막 당일인 8일(이하 현지시간) 오전 9시 미국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LVCC)에서 세계 최초로 곡면(Curved) OLED TV를 꺼내들자 LG전자도 이에 뒤질세라 공식 오프닝 시간대인 10시에 같은 제품을 내놓았다.
세계 최초라는 타이틀을 혼자서 차지하려 했던 삼성전자로서는 머쓱해지는 순간이었다. 이는 LG전자 역시 마찬가지였다. 회심의 일격을 준비했으나 삼성이 1시간 빨리 같은 카드를 꺼내들자 적잖이 놀라는 눈치였다.
그만큼 공개까지 비밀리에 진행됐으며, 이는 한국에서부터 동행한 취재진조차 모르는 깜짝 카드였다. 마치 007 작전을 방불케 하면서 국내 취재진은 물론 양사 핵심 관계자들도 서로의 비밀병기에 대해 사전에 눈치 채지 못했다. 마치 삼성전자가 ‘나는 휜다’고 자랑하자 LG전자가 ‘나도 휜다’며 맞불을 놓은 것과도 같았다.
전날 국내외 취재진을 대상으로 한 공식 프레스 컨퍼런스는 물론 개막에 앞서 진행된 프리 부스 투어에서도 해당 제품은 철저히 숨겨져 있었다. 개막일 당일 숙소에서 컨벤션센터로 이동하던 버스 안에서야 관련 언질을 전달 받았을 정도다.
국내 취재진이 도착하자 그제야 까만 천으로 둘러싸였던 곡면(Curved) OLED TV가 베일을 벗고 제 모습을 드러냈다. 전날 밤 비밀리에 해당 제품을 전시장으로 옮긴 뒤 설치를 끝낸 직후였다. 눈으로 직접 비밀병기를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두 제품을 모두 직접 전시장에서 눈으로 확인한 결과 차이점은 없었다. 곡면 패널을 사용해 입체감을 한 차원 높였을 뿐만 아니라 어느 각도에서도 시야 전체로 화면이 한가득 들어오면서 몰입감이 깊어졌다.
아이맥스(IMAX) 영화관에 앉은 듯한 웅장한 깊이감과 함께 3D로 화면이 구연될 때는 탄성이 저절로 터져 나오기까지 했다. OLED의 장점을 극대화한 것으로, 디자인 측면에서도 일찍이 보지 못했던 혁신이었다. 양사는 그렇게 서로를 경계하면서도 닮아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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