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미애기자] 이상득 전 새누리당 의원이 결심공판에서 최후진술을 통해 저축은행 회장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 등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했다.
10일 이 전 의원은 5개월간 재판 과정을 지켜보며 느낀 점, 검찰이 기소한 혐의 내용에 대한 의견, 수감생활 동안의 심정에 관해 A4용지에 직접 적어와 법정에서 낭독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1부(재판장 이원범)는 오는 24일 이 전 의원의 사건에 대해 선고할 예정이다. 임석 솔로몬저축은행회장으로부터 3억원을 이 전 의원과 공모해 받은 혐의 등으로 함께 기소된 정두언 새누리당 의원에 대한 선고도 이날 함께 이뤄진다.
이 전 의원은 최후진술에서 "이 자리에 서 있는 것 자체가 부끄럽다. 국민께 실망 안겨드린 점 죄송하다. 수감생활 동안 저 자신을 되돌아보는 반성의 계기가 됐다"며 "일흔의 나이면 인생을 정리하는 시기인데, 법정에 서 최후진술을 하는 상황이 죽도록 부끄럽고 참담한 심정이다. 이 정부 들어서면서 과거 정부의 친인척 비리의 부끄러운 일을 잘 안다. 그래서 엄격히 주변을 관리해왔는데 인사청탁 등 꼬리에 꼬리를 물고 퍼지는 소문에 한없이 시달렸다. 저는 결코 부끄러운 일을 한 적이 없다"고 호소했다.
이어 "제가 2007년 12월경 김찬경 미래저축은행 회장과 만났다는 R호텔에, 김덕룡 전 의원은 일정이 바빠서 오지 못했다는데, 저는 당시 김 의원보다 더 바빴다"고 말했다.
또 "제가 호텔 객실에 먼저 가 김 회장을 기다렸다는 게 검찰 측 증인의 진술인데, 나이로보나 사회적 지위로 보나(제가 위인데), 어떻게 제가 먼저 가서 기다리고, 비서를 마중보내기까지 하는가? 제가 돈을 가져올 걸 미리 알았다는 건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 전 의원은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김 전 의원이 '검찰 조사 전에 이 전 의원이 나에게 전화해 허위진술을 부탁했다'고 진술한 것과 관련해서도 "장관까지 지낸 중년 정치인에게 거짓말 해달라고 부탁하는 몰상식한 짓은 있을 수 없다"며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또 정 의원의 수행비서 김모씨가 '임 회장으로부터 돈을 받아 당시 대선캠프 유세단장이었던 권오을 전 새누리당 의원에게 전달하라'는 이 전 의원을 지시를 받았다고 진술한 것과 관련해서도 "제가 왜 처음보는 남의 비서에게 그런 지시를 하느냐"며 "권 전 의원과 저는 성격도 맞지 않고 친하지 않아 돈을 부탁할 사이도 아니었다"고 말했다.
이 전 의원은 마지막으로 "피고인석에 앉아 재판 받으면서 증인들의 증언에 참을 수 없는 분노를 느낄 때도 있었다. 그러나 다 저의 주변 관리 부족이라고 뼈저리게 반성했다. 무더위와 강추위는 고령의 저에게는 엄청난 어려움이었지만 수감생활은 저에게 더욱 큰 교훈을 얻는 기회가 됐다고 생각한다. 많은 분들 실망시켜 죄송하다"고 호소했다.
한편, 정 의원은 최후진술에서 "저를 아껴주신 분들 생각하면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은 심정"이라며 "검찰의 수사는 표적수사, 짜맞추기, 물타기 수사다. 이번 사건으로 저는 비싼 대가를 치르는 중이지만 저를 다시 돌아보는 계기가 됐다. 그러나 임 회장을 소개시켜 준 것만으로 공범이 되리라고는 생각 못했다"면서 억울함을 드러냈다.
이 전 의원은 2007년 7월부터 2011년 12월까지 코오롱그룹으로부터 매월 250만원~300만원씩 모두 1억5750만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또 2007년 10월 임석 솔로몬저축은행 회장에게서 정치자금 명목으로 현금 3억원을, 2007년 12월 중순쯤 김찬경 미래저축은행 회장으로부터 저축은행 경영관련 업무에 대한 청탁과 함께 3억원을 받은 혐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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