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명정선기자] 미국 어닝시즌 랠리의 일등 공신이었던 IT업종이 최근 주가 하락을 주도하는 골칫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그동안 IT기업들은 미국의 주력 산업으로 꼽혔지만, 최근에는 스마트폰 시장을 이끌던 애플의 위상 추락과 PC시장의 침체 등으로 수익성에 대한 기대가 낮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월가 전문가들은 S&P500 편입 IT기업들의 실적이 기대에 못 미칠 것이라며, 순이익 전망을 하향 조정했다.
◇美IT, 어닝랠리 일등공신에서 골칫거리 '굴욕'
15일(현지시간) 톰슨로이터와 팩트셋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IT기업의 이익성장률이 S&P500 편입 기업 전체 평균을 웃돌았던 경우는 83%에 달했다.
하지만 이번 시즌에서는 정반대의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지난해 4분기 IT업종의 이익은 전년대비 1.1% 감소할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2009년 3분기 이후 첫 감소세다.같은 기간 S&P500편입 기업 전체 평균이 2% 증가라는 점을 고려하면 최악의 성적인 셈이다.
특히, PC판매 부진으로 고전하는 반도체기업의 부진이 두드러졌다. 지난해 4분기 반도체 13개 기업의 총이익은 28.4%감소하고 반도체 장비 제조업체 4개사는 50.7% 줄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오마르 아길라 찰스슈왑 주식담당 최고책임자(CIO)는 "유로존 경제 침체는 장기화되고 있으며 신흥국에서도 수요가 살아나지 못하고 있다"며 IT부진의 배경을 설명했다.
그간 어닝랠리를 주도했던 애플도 지난 분기 이익이 전년대비 3.8% 줄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 여파로 지난 14일 애플의 주가는 지난해 2월 이후 처음으로 500달러 아래로 떨어졌다.
에릭카비는 "실적 우려가 여전한 가운데 신제품 아이폰 5 수요가 예상을 밑돌면서 애플이 부품 주문량을 줄였다는 소식이 나오자 매도세가 확대됐다"고 말했다.
◇IT株, 랠리 기대에 '찬물' 우려도
전문가들은 S&P500지수 중 IT업종이 차지하는 비중은 23%에 달한다며 부진이 지속될 경우 2013년 랠리에 대한 기대감이 꺽일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반면, 그간 하락세를 지속했던 기술주들이 바닥을 다졌다는 점을 근거로 향후 강세가 예상된다는 의견도 나온다.
뱅크오브아메리카 메릴린치는 보고서를 통해 "주가수익비율(PER)을 비교해보면 기술주들은 약 32%정도 저평가됐다"며 "전 업종에 걸쳐 밸류에이션이 가장 매력적이다"고 밝혔다.
에릭카비 노스스타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 CIO도 "기술주 가운데서도 마이크로소프트와 인텔처럼 PER은 낮지만 현금이 풍부한 기업들을 발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애플 역시 주가가 하락한 만큼 투자매력은 커졌다는 평가다.
미국 IT기업의 실적은 대부분 다음주(21일) 이후에 나올 예정이며 인텔은 이보다 이른 17일 실적을 공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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