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미애기자] 최고 사법기관인 헌법재판소가 또 한번 소장 공석 위기에 놓였다.
오는 21일 이강국 헌법재판소 소장은 퇴임하지만, 후임으로 지명된 이동흡 후보자에 대한 국회 임명동의 절차의 난항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헌재 안팎에서는 제대로 검증되지 않은 인사를 후보자로 지명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만약 이 후보자가 낙마하게 되면 박근혜 당선자는 재차 후보자를 지명하게 되고 다시 청문회를 거쳐야 한다.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17일 헌재 내부에 따르면 이 후보의 비리 의혹을 둘러싼 논란이 가열되자, 2006년 8월 故 노무현 전 대통령 재임 당시 전효숙 재판관이 헌재 소장으로 지명됐다가 낙마하면서 발생했던 무려 4개월간의 공석 사태가 재연될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전 전 재판관의 경우 헌재소장 후보자로선 첫 번째 낙마 사례였으며, 최장기간 공석 사태를 가져왔다.
헌재의 한 관계자는 "헌재소장 퇴임시기가 정권 교체 시기와 맞물려 후보자 지명이 늦춰졌는데, 후보자의 각종 비리 검증이 논란이 돼 소장 임명 절차 마저 지연되면 소장 공석 사태가 장기화 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이 후보자가 낙마하면 새로운 후보에 대해 청와대가 검증 작업을 하고, 인사청문 과정을 거쳐 임명동의안을 본회의에서 처리하는 데에는 한 달 가량이 소요된다"며 "이것도 일이 차질없이 돌아갔을 때 그렇다는 설명"이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관계자는 "다음주 월요일에 현 이강국 소장이 퇴임하니, 다음주로 예정된 청문회 과정을 무난히 통과하더라도 빨라야 일주일은 공석 상태로 가게 된다"며 "6년 전에 전효숙 재판관의 낙마로 오랜 기간 공석사태가 있었던 것으로 아는데 걱정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이 소장의 퇴임 전까지 후임자가 임명되지 않으면 선임 재판관인 송두환 재판관이 권한대행을 맡는다"며 "헌재의 위상에도 좋은 선례는 아닐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 후보자에게 거론된 비리 의혹이 10여가지에 이르는데다, 사안이 그동안 인사청문회에서 논란이 된 쟁점과는 비교가 안될 만큼 중대해 자진사퇴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헌재 관계자는 "박 당선자가 과연 주변 평을 듣고 이 후보자에 대한 인선을 한 건지 의심스럽다"며 "이 후보자가 헌법재판관 청문회를 통과한 건 재판관 5명이 한꺼번에 바뀌던 시절이라서 그렇다. 이 후보자가 소장이 되면 헌재 위상에 문제가 생긴다"고 우려했다. 그는 "헌재가 주요 사건을 심리한 뒤, 어떤 결정을 하든지 뒷말이 무성할 수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헌재소장을 비롯한 재판관 1인의 공석사태는 앞서 막았어야 했다는 목소리도 높다.
한 관계자는 "재판관 1인의 공석은 단지 1인의 공백이라는 의미를 넘어 심판결과를 왜곡시킬 수도 있다"며 "장기 공석 사태가 업무 수행에 지장을 준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한편, 오는 21~22일로 예정된 헌재소장 인사청문회에서는 위장전입과 대기업 협찬 지시, 검찰에 '골프장 예약' 지시 의혹 등을 둘러싼 이 후보자에 대한 칼날 검증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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