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그룹 朴 눈치보기'..올해 투자계획 발표 지연
LG그룹만 유일하게 경영계획 발표..그룹사 "유럽 재정위기 등 불확실성 크다"
2013-01-23 15:14:21 2013-01-23 15:50:35
[뉴스토마토 김기성·곽보연기자] 10대 그룹의 새해 투자 및 고용 계획 발표가 기약 없이 지연되고 있다. 새 정부 출범에 따른 ‘눈치보기’라는 지적이다.
 
23일 현재 10대 그룹 가운데 올해 경영계획을 발표한 곳은 LG(003550)그룹이 유일하다.
 
LG그룹은 지난 6일 시설 부문에 14조원, 연구개발 부문에 6조원 등 총 20조원의 투자 계획을 확정, 발표했다. 전년도 투자액 16조8000억원에 비해 19.1% 늘어난 규모로 사상 최대다. 채용은 유동적이지만 지난해 수준(1만5000명)은 넘어설 전망이다.
 
 
 
LG그룹이 모두의 예상을 깨고 공격적 투자 계획을 내놓으며 첫 테이프를 끊었지만 이후 보름이 넘도록 다른 그룹들 소식은 추가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 당초 대내외 경기 불황을 이유로 긴축경영 전환을 검토했지만 LG그룹의 스타트가 부담이 되고 있다는 전언만 들릴 뿐이었다.
 
여기에다 새로 출범하는 박근혜 정부와의 '허니문'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어 끙끙 앓는 소리마저 흘러나오고 있다. 극심한 내수 침체를 뚫기 위한 활로를 이들 대기업이 전담함으로써 새 정부의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는 게 주된 요지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경제 1·2분과가 이들 그룹과의 채널을 가동, 투자 및 고용 규모 조율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입장에선 압박감이 상당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특히 재계 1위 삼성그룹의 경우 인수위와 직접 소통을 통해 각 사별로 마련된 경영계획안을 보강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1월17일)와 달리 1월말로 발표 시기가 늦춰진 배경이다. 
 
삼성그룹은 50조원에 달하는 사상 최대 규모의 투자 계획안과 함께 지난해 수준(2만6000명)을 약간 웃도는 채용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사정은 다른 그룹들도 별반 다르지 않다. 현대차(005380)그룹만이 24일 실적 발표와 함께 올해 경영계획의 윤곽을 드러낼 것으로 전해졌을 뿐 SK(003600), 포스코(005490), 롯데, 현대중공업(009540), 한진(002320), 한화(000880) 등 여타 10대 그룹은 2월로까지 발표 시기를 늦추는 것도 고려중이다.
 
SK그룹 관계자는 “인사가 마무리된 후 새로 구성된 경영진들의 최종 점검을 거쳐 발표할 것”이라며 “힘들 때일수록 투자와 채용을 늘려 나간다는 방향성과 기조는 변함없다”고 말했다. SK그룹은 지난해 1월5일 경영계획안을 내놓았으나 올해는 2월로 넘길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한진그룹 역시 2월로 발표 시기를 미뤘다.
 
지난해 늦어도 1월 중순 이르면 앞선 12월에 경영계획안을 발표했던 것과는 확연한 차이다. 지난해의 경우 현대차그룹과 GS그룹이 12월에 스타트를 끊을 것을 시작으로 SK, 롯데, 현대중공업, LG, 한진, 삼성, 한화 순으로 발표가 이어졌다. 포스코만이 2월3일 투자계획을 내놓으며 대열에 뒤늦게 동참했을 뿐이었다.
 
물론 이들 그룹의 항변도 있다. 유럽의 재정위기가 여전한 데다 미국의 재정절벽 해소마저 불확실하다. 중국과 인도 등 그간 세계경제를 이끌어왔던 신흥국의 성장 둔화마저 확연해졌으며 널뛰는 환율은 주요변수로 급부상했다.
 
게다가 엔저 현상을 타고 일본 기업들의 반격이 시작되며 우리 기업들의 수출 전선을 괴롭히고 있다. 또 새 정부의 경제민주화 정책 강도가 어느 정도 선에서 실현될지 역시 기업 입장에선 촉각을 기울일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대내외 변수로 가득한 안갯속 정세라는 주장이다.
 
그럼에도 이처럼 투자를 포함한 경영계획안이 이례적으로 지체되고 있는 것은 역시 새 정부에 대한 눈치보기 성격이 짙다는 게 지배적 분석이다.
 
유종일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그룹사들의 투자·채용 계획 발표가 늦어지는 것은 차기 정권의) 눈치를 보는 것”이라며 “경기는 자꾸 뒤바뀌지, 새 정부는 또 출범했으니 (어쨌든) 비위는 맞춰야지. 그래서 늦어지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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