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애신기자] 박근혜 대통령 당선자가 비과세·감면 조항을 원칙적으로 폐지한다고 밝힌 가운데 실제 이행 여부에 대한 의견이 갈리고 있다.
28일 행정안전부는 이르면 올 상반기중 경제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고 서민들에게 영향을 적게 미치는 범위에서 비과세·감면 연장 여부과 신설 요청 건을 심사한다고 밝혔다. 특히 신규 감면은 허용하지 않기로 했다.
이는 박근혜 당선자(사진)의 대선 공약집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비과세·감면 축소 및 정상화를 통해 1조4000억원의 세금을 더 걷겠다고 명시돼 있다.
◇朴, "일몰되면 무조건 끝"
박 당선자는 지난 25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경제1분과 업무보고에서 "비과세·감면은 일단은 일몰되면 무조건 끝이다"며 "더 연장할 필요가 있다면 굉장히 까다롭게 검토를 해야 한다"고 분명히 했다.
이처럼 비과세·감면 제도에 대해 강력한 입장을 보이는 것은 재원마련 때문이다.
기획재정부의 '조세지출예산서' 중 비과세·감면 금액을 보면 2004년 10조원대에서 2005년 들어 20조원, 2009년에는 31조원으로 증가했다. 2010년 들어서는 30조1936억으로 소액 감소했으며, 2011년 29조6021억원까지 줄었다.
2012년에는 29조7317억원으로 잠정 집계됐으며 올해는 이보다 0.1% 증가한 29조7633억원으로 전망됐다.
최근 재정 건전성 강화 노력의 결과 그 규모가 줄었다고는 하지만 정부가 감면해주는 세수가 나라 살림의 약 9%에 달한다. 비과세·감면 조항을 없애면 연간 30조원의 세수를 확보할 수 있는 셈이다.
박 당선자의 공약 이행을 위해서는 5년간 135조원의 추가 재원 마련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되는 가운데 직접 증세 대신 지하경제 양성화와 비과세·감면 폐지를 택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역대 대통령 중 구체적으로 비과세·감면 폐지를 언급한 것은 박 당선자가 처음이라는 점에서 실제 이행될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한국조세연구원 김재진 선임연구위원은 "비과세 감면이라는 것이 한시적으로 이뤄지는 것인데 한 번 이행되면 사람들이 계속 요구한다"며 "박근혜 당선자의 의지가 강력하다면 여당이 다수당이기도 하므로 이번에 폐지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역대 정권마다 시도, 반발 커 국회서 번번이 무산
그러나 실제로 이행될지는 의문이다. 비과세·감면 폐지는 역대 정권마다 세수 확보 차원에서 언급됐지만 이해관계자들의 반발로 국회에서 번번이 무산된 탓이다.
지난해 재정부가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비과세·감면 중 일몰된 것은 지난 4년 동안 10건 중 2건에 불과했다. 2010년에는 16.8%가 종료됐지만 2011년은 4.2%, 2008년에는 0.04%만 종료됐다.
특히 일몰 항목 중에는 중소기업과 농어민 등에 대한 내용이 많은 점도 폐지하는 데 걸림돌이다. 지난 1999년 도입된 신용카드 사용액 소득공제의 경우 2011년 없애려고 했으나 국민들과 정치권의 반발로 지금까지 다섯 차례 연장됐다.
중소기업에 다니는 사는 양모(36세) 씨는 "지금처럼 대내외적으로 어려울 때 굳이 이런 결정을 해야하는지 모르겠다"면서 "당장 우리 회사 코가 석자인데 복지 확대 등이 무슨 의미가 있나 싶다"고 말했다.
지식경제부 관계자도 "비과세와 감면이 적시에 이뤄지면 경기를 부양하는 효과가 있는데 이를 폐지하면 경제에 마이너스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어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 같은 분위기를 반영해 비과세·감면을 전면 폐지하기 보다는 대기업이나 고소득층 위주로 시행될 것이라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이에 한국경제연구원 황상현 연구위원은 "비과세에서 소득세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며 "새 정부가 소득세에 직접적으로 접근하기 어렵기 때문에 고소득자를 타깃으로 할 것으로 보이지만 이것이 새 정부가 원하는 만큼의 세수효과를 가져올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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