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필현기자] 의약품리베이트 감시운동본부는 국내 제약사 평균 매출 중 판매관리비가 차지하는 비율은 평균 35.2%(2005년 기준)며, 이 중 약 20%가 ‘제약 리베이트’로 뿌려지고 있는 것으로 추산했다.
한 제약사가 연간 1조 매출을 올린다고 가정하면, 약 2000억원이 불법 리베이트로 사용되는 셈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 같은 불법 리베이트로 인해 환자, 건강보험공당, 지자체 등의 소비자 총 손해액은 연간 2조1800억원에 달한다는 대목이다.
국내 의약품 시장 규모는 총 약 20조원(2011년 기준)으로 전체 시장 규모의 10%, 즉, 2조원이 매년 ‘뒷돈’으로 사라지고 있다는 얘기다.
이는 지난 2005년을 기준으로 한 계산으로 물가상승률과 더욱 치열해진 경쟁상황을 감안하면 약 7년이 지난 최근의 리베이트 규모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보다 강력한 규제로 리베이트 관행에 '철퇴'를 내려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2조원, 신약 2개 개발 가능한 금액
제약업계에서는 2조원이면 평균 최소 20년에 걸쳐 신약 2개를 개발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신약을 개발을 위한 막대한 비용과 시간을 투입하기보다는 연간 2조원 규모의 '뒷돈' 제공을 통한 복제약 판매라는 손쉬운 방법을 활용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5일 한국다국적의약산업협회(KRPIA)에 따르면 신약 하나를 출시하기 위해서는 평균 10년 이상이 소요되며 약 1조원의 비용이 들어간다. 2조원의 금액이면 산술적으로 2개의 신약을 개발할 수 있다는 얘기다.
신약개발에 성공할 경우 사회적 가치와 산업적 가치 측면에서 엄청난 파급력을 발휘한다.
먼저 사회적 가치로는 새로운 질병의 치료에 대한 인류의 건강한 삶의 질 향상은 물론이고 제약 산업 성장에 따른 일자리 창출효과를 가져온다.
◇시민단체는 매년 2조원이 넘는 돈이 리베이트로 뿌려지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2조원이면 신약 2개를 개발할 수 있는 비용이다.
산업적 가치로는 더 파급력이 크다. 혁신 신약 1개 품목은 연간 순익 자동차 300만대 수출효과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현병환 생명공학정책연구 센터장은 "신약개발은 거대 수익 창출이 가능한 고부가가치 산업"이라며 "2개의 신약을 출시한다면 모두 600만대의 자동차를 수출한 것과 맞먹는 효과"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국내제약 100년사에서 신약은 단 19개만 출시됐다. 지난해 LG생명과학이 당뇨병치료제 ‘제미글로정’ 출시 이후 신약 출시 소식은 들리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반면 다국적제약사들은 매년 국내 시장에 10여개의 신약을 출시하면서, 국내 의약품 점유율을 점점 확대해 나가고 있다.
◇쌍벌제 이후 ‘리베이트 의사’..5%만 처벌
전문가들은 의약품 리베이트는 최근의 사태만 봐도 이제 영업 관행이라기보다 관행적 비리, 만성적 비리로 처벌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감사원에 따르면 지난 2007년부터 2011년까지 제약업체 등이 병ㆍ의원에 제공한 리베이트 금액은 1조1000억원을 넘는다.
그러나 적발된 업체들 가운데 약 70%, 리베이트를 받은 의사, 약사, 병원 임직원 중 80%에 대해 아직 행정처분 등의 후속절차는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사정당국이 보건복지부에 쌍벌제로 처벌해 달라고 통보한 의사 3134명 가운데 2개월 이상 면허자격 정지 등의 처분을 받은 사람은 172(5%)명에 불과했다.
솜방망이 처벌이 리베이트 관행의 연결고리가 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전문가 "보다 강력한 조치 취해야"
전문가들은 보다 강력한 규제와 혁신형 신약 개발을 통한 공정한 경쟁으로 리베이트 비리를 척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회장은 “리베이트가 ‘비리’라는 현실을 깨달을 때까지 의약품 리베이트 제공 실태에 대한 상시적인 감시와 조사 등이 필요하다”며 “쌍벌제의 철저한 시행, 적발된 제약업체 및 의료인에 대한 신속한 행정처분, 적발 제약업체의 약값 인하, 세무조사 강화 등의 조치를 시행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지금까지 의약품 리베이트와 관련해 자의든 타의든 누려왔던 혜택과 뒷돈에 대한 의사들의 자기반성 필요성도 제기됐다.
김재옥 소비자시민모임 회장은 “의사협회의 자정선언 내용을 보면 의사들이 의약품 리베이트를 바라보는 시각을 쉽게 확인할 수 있었다”며 “이들은 의약품 리베이트가 잘못된 정책을 추진한 정부와 경쟁력 없는 복제약을 양산하고 있는 제약업계에 있다고 책임을 돌렸다. 아직까지 자기반성이 없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근본적으로는 복제약 판매를 위한 뒷돈 경쟁이 아니라 혁신적 신약 개발을 통한 공정한 경쟁이 시급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복지부 관계자는 "우리나라 제조산업 중 총 매출 대비 판관비가 30%를 넘는 것은 제약 산업의 기형적인 구조 때문”이라며 “혁신적인 신약으로 시장에서 경쟁을 하면 굳이 의사들에게 찾아가 우리 약을 처방해 달라며 아쉬운 얘기를 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다국적제약사 한 관계자도 "(다국적 제약사의 경우) 평균 신약 연구개발(R&D) 투자 비율은 20%가 넘짐반 한국 제약사는 20%를 넘기는 제약사가 없는 것 같다"면서 "혁신적인 약으로 시장에서 경쟁하다 보면 이런 행위(리베이트)는 줄어들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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