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국민참여재판 대상 범죄자에게 국민참여재판을 받을 것인지 묻지 않고 일반 공판절차를 진행했다면 피고인의 재판받을 권리를 침해한 것으로 무효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김소영 대법관)는 강간 등 상해혐의(성폭력처벌특별법 위반)로 구속기소된 홍모씨(39)에 대한 상고심에서 유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다시 판단하라며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되돌려 보냈다고 13일 밝혔다.
◇대법원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국민참여재판의 실시 여부는 일차적으로 피고인의 의사에 따라 결정되므로 국민참여재판 대상사건의 공소제기가 있으면 법원은 피고인에게 국민참여재판을 원하는지 여부에 관한 의사를 서면 등의 방법으로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며 “이를 어기고 통상의 공판절차를 진행했다면 피고인의 국민참여재판을 받을 권리를 중대하게 침해한 것으로 위법하고 그 소송행위 또한 무효”라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의 경우 피고인의 범죄사실은 국민참여재판의 대상사건이 명백함에도 불구하고 1심 법원이 피고인에게 국민참여재판에 대한 의사를 확인하지 않았고, 원심은 국민참여재판을 받지 않은 것이 피고인의 의사인지 등을 확인한 뒤 그에 반해 통상적인 공판이 이뤄진 것이라면 직권으로 1심 판결을 파기하고 환송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이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이런 절차를 거치지 않고 통상의 공판절차에 따라 항소심재판을 진행한 다음 피고인에 대하여 유죄판결을 선고했다”며 “원심판결에는 국민참여재판을 받을 권리와 소송절차상의 하자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음으로써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판시했다.
홍씨는 2010년 11월 여자친구 이모씨(45)가 만나주지 않는 것에 앙심을 품고 이씨의 집에 숨어들어가 이씨를 폭행하고 강제로 성폭행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홍씨는 또 2011년 12월 내연관계에 있던 권모씨(41)가 남편과의 관계를 정리하지 않자 주먹과 발로 폭행해 상해를 입힌 혐의도 함께 받았다.
1심 재판부는 보통 공판을 통해 징역 5년을 선고하고 정보공개 10년을 명령했으며, 2심 재판부 역시 1심 결과를 그대로 유지했다. 그러나 홍씨는 1, 2심 재판시 자신의 죄가 국민참여재판 대상 범죄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받지 못했다며 상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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