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숍, 세일 안 하는 날은 언제?
2013-02-14 15:09:10 2013-02-14 15:11:22
[뉴스토마토 김희주기자] 지난달 네이처리퍼블릭 영등포역 매장을 방문한 강모(26)씨는 미스트를 구입하러 갔다가 평소 친하게 지내던 점원이 "며칠 뒤면 곧 세일"이라고 귀띔해줘 발길을 돌렸다.
 
강씨는 "원브랜드숍들은 세일이 워낙 빈번해 소비자가 체감하기로는 365일 세일하는 것처럼 보인다"며 "제값 주고 사기에는 돈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최근 화장품업계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세일 마케팅이 난무하고 있다. 같은 제품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는 건 소비자들로서도 좋은 일이지만 연중 계속되는 세일에 정가에 대한 의문을 갖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장기적 안목에서 화장품 산업 발전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란 자성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더페이스샵은 4~7일(20~30%), 29~2월4일(50%) ▲이니스프리 7~13일(일부품목 세일), 18~20일(10~30%) ▲네이처리퍼블릭 16~20일(30~50%) ▲에뛰드 11~14일(20~50%) ▲미샤 10일(20%), 11일·22일(30~50%) ▲토니모리 25일(20%) ▲홀리카홀리카 27일(30%) 등 세일을 실시했다.
 
한달 동안 세일행사가 없었던 날은 31일 중 9일에 불과했고, 이들의 세일기간을 겹치지 않고 배열하면 행사 일수는 무려 35일이나 된다.
 
또 세일 주기는 시기마다 달라 길게는 25일, 짧으면 나흘 만에 다시 세일을 시행하는 곳도 있었다.
 
세일 기간이 아닌 때에는 립·아이 제품 1+1, 마스크팩 10+10, 스킨+로션 30% 할인 등 각종 퍼주기 프로모션이 상시 진행돼 사실상 프로모션을 진행하지 않는 날이 없을 정도다.
 
이에 대해 업계는 국내 화장품 업체 간 경쟁이 워낙 치열하고 경기불황으로 세일기간에만 지갑을 여는 소비자들이 늘면서 경쟁사가 세일을 진행할 경우 모른 척 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LG생활건강(051900) 관계자는 "원브랜드숍은 일반적으로 같은 상권에 모여 있기 때문에 경쟁이 치열하다"며 "세일을 하지 않으면 가맹점주들뿐 아니라 소비자들로부터도 요청이 들어온다"고 말했다.
 
이어 "세일을 하면 평소보다 매출이 평균 3배 정도 잘 나오기 때문에 세일을 포기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이런 이유 때문에 이들 매장 앞에는 프로모션 입간판이 접힐 날이 없다. 빅 이벤트가 없는 날엔 하다못해 매니큐어라도 1+1 행사를 해야 연중 세일 이미지를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현상이 지속되면서 화장품 정가(定價)에 대해 의문을 갖는 소비자들도 늘어나고 있다.
 
직장인 김보미(25)씨는 "화장품 업체들이 연중 세일을 하는데 이윤을 남기는 게 목적인 기업들이 과연 손해를 보면서까지 세일을 하지는 않을 것 같다"며 "애초에 화장품 가격을 올려서 책정하는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이 생긴다"고 말했다.
 
실제로 네이처리퍼블릭이 지난해 10월31일 출시한 스팀크림은 출시되자마자 정가인 3만1000원에서 50% 할인된 1만5500원에 판매되기 시작해 넉 달째 단 한 번도 정가에 판매된 적이 없다.
 
최근에는 세일에 익숙해진 소비자들을 공략하기 위해 무조건적인 할인에서 벗어나 멤버십 회원을 대상으로 세일을 진행하거나 등급별로 할인율에 차등을 두는 방법으로 차별화 마케팅을 시도하는 업체가 늘고 있다.
 
하지만 원브랜드숍을 애용하는 여성고객들 대부분이 할인 혜택을 받기 위해 4~5개의 멤버십 카드를 보유하고 있고, 브랜드 별로 품질이나 가격 차이가 크지 않아 멤버십 제도로 고객 충성도를 높이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아울러 업계 일각에서는 이러한 무제한 세일 경쟁이 화장품 산업 발전을 저해할 수도 있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세일 기간을 연장해 박리다매로 단기간 매출을 올리는 방법은 장기적으로 국내 화장품 시장 전체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세일 위주의 마케팅 보다는 연구개발을 통한 품질력 향상에 주력해 국내뿐만 아니라 외국 브랜드와의 경쟁을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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