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진양기자] 구로다 하루히코 아시아개발은행(ADB) 총재가 일본은행(BOJ)의 새로운 얼굴로 낙점됐다.
25일(현지시간) 아소 다로 일본 재무상은 "구로다 총재는 차기 BOJ 수장에 적합한 인물"이라며 "국제 금융 영역에서의 경험이 인선에 도움이 됐다"고 전했다.
BOJ 부총재에는 이와타 키쿠오 가쿠슈인대 교수와 나카소 히로시 국제담당 이사가 내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적 영향력을 가진 총재와 학자 출신의 부총재가 아베 내각의 경제정책을 잘 이끌 것이라고 외신들은 전했다.
구로다 총재는 1999년부터 2003년까지 일본의 재무관을 역임했으며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의 자문위원으로도 활동했다. 2005년부터는 ADB 총재로 일하고 있다.
그는 통화정책의 베테랑으로 꼽히는 인물이다. 재무성에서 일하던 그는 통화가 과도하게 평가절상됐을 때 환율 시장에 개입해 이를 조절할 필요가 있다고 적극적으로 주장하기도 했다.
특히 그는 비둘기파 성향을 가진것으로 알려져 있어 무제한적 양적완화를 지향하는 아베 내각에 부합하는 인물로 평가된다.
앞서 아베 총리는 "신임 BOJ 총재는 재무 관료로서의 경험과 국제적 역량을 모두 갖췄으면 좋겠다"고 밝힌 바 있다.
◇구로다, 아베 내각과 한배..디플레 극복에 총력
◇구로다 하루히코 ADB 총재
경제전문가들은 구로다 총재가 차기 BOJ 총재로 선임됨에 따라 '아베노믹스'가 보다 탄력을 받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비쉬누 바라탄 미즈호은행 이코노미스트는 "구로다 총재는 아베 내각의 통화정책을 그대로 수행할 것"이라며 "'아베노믹스'가 힘을 잃을 때 까지 시장은 일본의 경제 회복을 굳게 믿을 것"이라고 전했다.
다음달 19일 퇴임 예정인 시라카와 마사아키 BOJ 총재는 재임 기간 중 76조엔에 이르는 자산매입기금 확충과 무제한적 대출 프로그램을 시행했지만 물가를 끌어올리는데는 실패했다.
오히려 양적 완화의 위험성을 지적하며 통화정책 이외에 다른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하며 대립각을 세워왔다.
이와 반대로 구로다 총재는 BOJ가 행동에 나서기 전 부터 물가 목표치를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베 신조 총리와 함께 적극적인 양적 완화에 나설 것으로 전망되는 이유다.
이달 초에도 구로다 총재는 "BOJ의 통화 완화 여지는 충분하다"며 "올해에 양적완화를 사용하는 것은 적합하다"고 언급했다.
그는 "디플레 극복을 위해 5년이고 10년이고 기다릴 수 없다"며 "단기에 물가 목표를 달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BOJ는 인플레이션 목표치를 1%에서 2%로 상향 조정하고 2014년부터 무제한적 양적완화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양적완화 시행까지 공백이 크다는 이유로 BOJ의 조치는 충분치 않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칸노 마사아키 JP모건체이스 수석이코노미스트는 "구로다 총재는 BOJ와 정부간의 소통을 강화할 수 있는 이상적인 인물"이라며 "2년안에 2%대의 인플레이션을 달성할 수 있다고 공언한 점은 시장에도 낙관적인 전망을 더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구로다, 양적완화에 우호적.."엔화 약세기조 지속"
시장은 구로다 총재의 낙점 소식에 크게 환호했다. 25일 엔화 환율은 달러당 94대를 돌파하며 2010년 5월 이후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닛케이225 지수 역시 4년반만의 최고점에서 장을 마쳤다.
◇엔 달러 환율 변동 추이 (자료:블룸버그)
엔화 약세 기조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구로다 총재가 통화 완화정책에 우호적인 만큼 경기 부양을 위한 아베 내각에 정책적 지원을 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소시에떼제네랄은 올해 중 엔화 환율이 달러 당 100엔까지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금의 추세가 이어진다면 내년에는 110엔까지도 가능할 것으로 점쳤다.
소식통들은 "구로다 총리가 처음 참석할 것으로 예상되는 4월 회의에서 BOJ가 양적완화 카드를 꺼내들 가능성은 높다"며 "현행의 자산매입 프로그램을 확충하는 쪽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앞서 구로다 총재가 "엔화 약세는 글로벌 경기 회복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한 점이 통화 완화 기조 유지를 뒷받침한다.
그는 "일본 경제가 디플레이션을 극복하고 저성장에서 벗어나는 것은 전세계에 긍정적인 일"이라고 밝혔다.
익명을 요구한 한 관계자는 "BOJ가 통화 완화책을 사용할 것임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며 "중요한 것은 BOJ가 구체적으로 어떤 조치를 사용하는가"라고 말했다.
아다치 마사미치 JP모건증권 선임이코노미스트는 "구로다의 총재 지명으로 아베의 정책기조는 바뀌지 않을 것"이라며 "보다 매력적인 양적완화 조치들을 만나게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민주당의 동의가 변수..무난한 통과 전망
구로다 총재가 BOJ 총재로 최종 확정되려면 의회의 동의는 필수적이다.
아베 총리의 자민당이 다수를 차지하는 중의원에서는 총재 임명 동의안이 무난히 통과될 것으로 전망되지만 참의원은 장담할 수 없다.
일본 참의원은 아베의 정책에 반대하는 민주당이 과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일본 내 주요 언론들은 "구로다 총재가 차기 총재의 조건에 알맞기 때문에 민주당이 반대할 명분이 없을 것"이라며 순조로운 임명을 점쳤다.
또 한가지 변수는 ADB총재 후임 문제다. 구로다 총재가 물러나면 중국을 비롯한 다른 나라에 ADB총재 자리를 넘겨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에 일본 정부는 구로다 총재의 후임으로 나카오 타케히코 재무관을 추천했다. 일본은 1966년 ADB 출범 이후 최대 출자국을 이유로 줄곧 총재직을 독점해왔다.
구로다 총재의 임명 동의안은 금주 중 국회에 제출될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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