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동조합 시행 100일.."만들라고만 하지 말고 지원하라"
적극적 홍보, 회계·운영 등 실질적 대책 절실
"정부만 탓할 것 아니라 조합원 스스로의 역할도 중요"
2013-03-13 11:10:47 2013-03-17 17:40:03
[뉴스토마토 이준영기자]  "정부는 협동조합을 만들라고만 할 것이 아니라 홍보 지원도 해줘야 한다"(양승훈 한국퀵서비스협동조합 이사장)
"사업자 등록을 할 때 등기소 담당 직원들이 협동조합 기본법에 대한 이해가 없었다"(강윤 마을건축협동조합 자원봉사자)
"정부에서 협동조합의 사업성 등을 따져 체계적으로 지원해줬으면 한다"(김재영 한국경제발전협동조합 이사장)
 
 
지난 10일 협동조합기본법이 시행된지 100일이 됐지만 현장에서의 불만은 더욱 고조되고 있다.
 
정부의 홍보 및 체계적 지원이 부족한 데다 등기소 담당 공무원들은 협동조합 기본법에 대한 이해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어 등록 과정에서도 상당한 시간이 걸리고 있는 실정이다.
협동조합기본법은 지역의 새 일자리를 만들고 사회서비스를 확대하기 위해 지난해 12월1일 시행됐다. 협동조합은 1인1표의 의결권을 가지며, 5인 이상만 모이면 설립할 수 있다.
 
12일 기획재정부 및 서울시에 따르면 협동조합은 지난 10일 기준 전국에 474개가 신고수리 됐고 서울시에는 116개의 협동조합이 운영되고 있다.
 
이처럼 협동조합 숫자는 급증하고 있지만 정작 현장의 협동조합 운영자들은 조합운영 과정에서 여러가지 애로사항을 겪고 있다. 특히 협동조합이 무엇인지 모르는 국민들이 많아 조합원 모집 등에 어려움을 느끼고 있다.
 
◇"만들라고만 하면 뭐하나 홍보도·지원도 없는데"
 
실제로 양승훈 한국퀵서비스협동조합 이사장은 "퀵서비스 기사들끼리 힘을 합쳐 회사에 내는 수수료를 낮추는 등 기사가 주인인 퀵서비스업체를 만들기 위해 조합을 만들었는데 조합원을 모으기 어렵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한국퀵서비스협동조합의 현재 조합원 수는 30명 가량이다. 양 이사장은 "조합원은 많을수록 좋은 것 아니겠냐"며 "정부는 협동조합을 만들라고만 할 것이 아니라 홍보 지원도 해줬으면 좋겠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왕원식 서울한마음뷰티협동조합 이사장 역시 "협동조합에 대한 인식 부족으로 소비형 협동조합인 미용실 협동조합이 별로 없어 사업에 착수하지 못한 상태"라며 "더 적극적인 홍보활동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왕 이사장은 대기업과 해외브랜드에 대항력을 갖춰 미용기기를 미용실에 납품하는 공급형 협동조합을 만들었지만 사업 착수도 하지 못한 상태다.
 
협동조합에 대한 공무원의 이해부족으로 설립에 불편함을 겪었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강윤 마을건축협동조합 자원봉사자는 "사업자 등록을 할 때 등기소 담당 직원들이 협동조합 기본법에 대한 이해가 없었다"면서 "공무원들에게 협동조합을 이해시키느라 등록에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고 설명했다.
 
김남표 한국경제발전협동조합 전무는 "법인 등기 과정에서 공무원들이 협동조합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일반 공익 단체로만 생각하는 측면이 있는 것 같다"고 털어놨다.
 
궁극적으로 협동조합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조합원들의 회의 장소와 회계, 운영 등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지원책이 절실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재영 한국경제발전협동조합 이사장은 "해외시장에서 소규모업체들이 태양광·음식물쓰레기 처리 제품 등을 전시해 좋은 평을 받았지만 경비가 부족해 더 이상 진출이 어려운 상태"라며 "정부에서 협동조합의 사업성 등을 따져 체계적으로 지원해줬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양승훈 한국퀵서비스협동조합 이사장은 협동조합 운영 방법에 관한 교육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양 이사장은 "나이 많은 퀵서비스 기사들이 현장에서 배달만하다가 직접 조합을 운영하려니 회계, 운영 등을 잘 몰라 어려움이 많다"며 "정부가 조합 운영에 관한 교육을 체계적으로 해줬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공병오 마을건축협동조합원 이사장은 "협동조합은 사업초기에 일반기업과 경쟁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어, 정부가 저리 대출 등 금융서비스도 제공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기재부 "홍보·지원 협의 중..조합원들 역할도 중요"
 
이에 따라 서울시 측은 사업 초기인만큼 협동조합 활성화를 위한 지속적인 홍보에 힘쓸 계획이다. 최근에는 지하철에 협동조합 포스터를 배포하기도 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협동조합 운영자 대상의 저리대출을 위해 현재 사회투자기금을 조성하고 있다"면서 "해외진출문제나 법률자문 서비스는 어느 선까지 지원해야 할 지 협의 중인 단계"라고 답했다.
 
김기성 기획재정부 협동조합운영과 사무관은 "정부차원의 직접 지원보다는 설립상담이나 경영컨설팅 등과 같은 간접지원에 힘쓰겠다"고 약속했다. 기획재정부는 오는 4월부터 협동조합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을 진행할 예정이다.
 
일각에서는 협동조합 기본법이 통과한지 얼마되지 않아 인식이 부족한 측면이 있지만 이 부분에 대해서는 정부의 홍보 부족만 탓할 것이 아니라 조합원 스스로도 해결해 나가야하는 문제라는 분석도 나왔다. 
 
최혁진 사회적기업진흥원 본부장은 "협동조합의 성공여부는 조합원들이 설립취지와 비즈니스를 잘 결합하는 데 달렸다"면서 "정부 역시 협동조합에 대한 교육과 홍보를 지원해야한다"고 지적했다.
 
최 본부장은 "협동조합에 대한 인식이 낮은 것은 시간이 지나면 해결될 것으로 보이지만 정부가 협동조합을 지원하면 기업이 협동조합에 대한 규제를 요구할 가능성도 있다"며 우려도 나타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