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봄이기자] 세들어 살던 집이 갑자기 경매로 넘어갔다는 소식을 듣는다면? 청천벽력같은 소식에 당황하기만 할 뿐 대처 할 방법을 모르는 세입자들이 적지 않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전월세 집을 구할 때부터 등기부등본을 잘 살펴본 후 '안전한 계약'을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만일의 경우에 대비해 대처 방법을 알아둘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등기부등본부터 확인..보증금 얼마나 보호받나?
보증금 보호 여부는 전월세 계약 때부터 정해진다. 세입자 권리 보호를 위해 마련된 '주택임대차보호법'에 따라 보증금을 보호받을 수 있는 경우를 규정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전월세 집이 경매에 부쳐졌을 때는 임대차 계약 시 성립한 부동산 권리관계 분석을 통해 보증금을 얼마나 보호 받을수 있을지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경매절차가 워낙 복잡하고 별도의 지식 없이 이해하기 힘든 경우가 많아 일부 피해자들은 보증금 보호 여부조차 쉽게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한다.
◇법원 경매 현장
◇말소기준권보다 먼저 전입신고, 세입자 '대항력'
등기부등본 상 말소기준권리보다 앞서 전입신고를 했다면 세입자는 일단 안심해도 된다. 이는 세입자가 '대항력'을 갖는 경우로 보증금을 가장 안전하게 보호받을 수 있다.
말소기준권리는 말 그대로 경매 낙찰자가 인수하는 권리의 기준으로, 말소기준권리보다 앞선 권리(선순위 권리)는 낙찰자가 인수하므로 보호받을 수 있다. 반대로 말소기준권리보다 후순위에 있는 권리는 소멸하게 돼 보호받을 수 없다.
말소기준권리가 되는 것은 근저당권, 가압류, 담보가등기, 경매개시결정등기 등 4가지로, 이 중 가장 먼저 등기된 것이 말소기준권리가 된다.
◇말소기준보다 전입신고 늦으면 선순위 권리 변제 후 보호
그러나 전입신고가가 말소기준권리보다 늦게 등기된 경우에는 '대항력 없는 세입자'가 된다. 주택임대차보호법에 따라 보증금 배당을 요구할 수 있지만 100% 보호받기는 어렵다.
이 때에는 선순위 권리부터 변제가 이뤄지므로 예상 낙찰가액을 산정해 돌려받을 수 있는 보증금을 확인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매매가 1억원의 주택에 선순위권리인 주택담보대출 채권이 7000만원 신고돼 있고 이어 세입자가 3000만원의 보증금을 내고 전입신고를 했다.
이 주택이 경매에서 8000만원에 낙찰됐다면 세입자는 낙찰가액에서 7000만원을 제한 1000만원만 돌려받게 된다. 선순위 권리를 우선 변제한 후 남는 돈이 없어 보증금을 모두 돌려받지 못하는 경우도 생길 수 있다.
부동산경매정보업체 부동산 태인이 지난 1월 발표한 자료를 보면 지난해 수도권(서울·경기·인천)에서 경매로 매각돼 배당이 완료된 주택 1만3694건 중 임차인이 보증금의 일부나 전액을 돌려받지 못한 경우가 5804건으로 42.4%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입자 10명 중 4명꼴로 전월세 보증금을 보호받지 못한 것이다.
◇서울시민이라면 '전월세보증금 지원센터' 이용
서울시는 지난해 8월부터 '서울시 전월세보증금 지원센터'를 열어 보증금 관련 민원을 해결하고 있다. 전월세 집이 경매로 넘어가면 경매절차와 보증금 보호 여부 등에 관한 법률 상담을 받을 수 있다.
서혜진 서울시 주택정책실 담당관은 "최근 주택담보대출 등 채무를 변제하지 못해 집주인이 파산하는 사례가 늘면서 경매 관련 상담이 크게 늘었다"며 "변호사 2명과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갖춘 공무원 등 9명이 상주하며 법원 문서 분석부터 등기부등본 상 권리분석까지 지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시 전월세 보증금 지원센터(서울시 서소문 청사 1층)
◇피해 예방이 최우선..등기부등본 분석·전입신고 필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피해가 발생하기 전에 예방하는 것이다. 임대차 계약 시부터 등기부등본을 떼 '안전한 주택'인지를 따져보는 것이 중요하다.
통상 저당금이 집값의 30%를 넘지 않는 주택을 고르는 것이 좋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을 경우 예상 낙찰가액과 권리관계 분석을 통해 보증금 보호 여부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
이삿날에는 해당 주민센터를 방문해 전입신고를 하고 확정일자를 받아야 한다. 이사한 후 14일 이내에 전입신고를 하지 않거나 허위로 신고하면 과태료 등 처벌을 받을 수 있다.
확정일자는 해당 임대차계약이 법적 효력을 갖도록 공증을 받는 절차를 의미한다. '전입신고, 실거주, 확정일자'의 3요소를 충족하면 주택이 경매에 넘어갔을 때 보증금 배당권을 보호받을 수 있다.
확정일자를 받았다면 별도로 전세권 설정을 할 필요는 없다. 전세권은 민법의 적용을 받는 '물권'에 해당하는데, 특별법인 주택임대차보호법에 의해 전입신고만으로 세입자 권리를 보호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김상호 부자뱅크 대표는 "확정일자를 받은 세입자는 기본적으로 주택임대차보호법에 의해 보증금 배당권(채권적 권리)을 보호받기 때문에 굳이 40만원 정도의 수수료를 부담하면서 전세권 등기를 할 필요가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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