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아름기자] 중소 알뜰폰(MVNO) 업체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어렵게 다져온 시장에 '공룡' 기업들이 눈독을 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1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종합유선방송사업자(MSO)나 이동통신사의 자회사로 설립된 MVNO 업체들이 모회사의 강력한 영향력을 바탕으로 점유율을 높여가고 있는 데다 전국적 유통망을 가진 대형마트들도 MVNO 사업 진출을 눈 앞에 두고 있다.
가입자 25만명의 MVNO 업체인
CJ헬로비전(037560)의 헬로모바일은 지난 18일 알뜰폰과 초고속 인터넷, 인터넷 집전화를 함께 사용하면 요금을 깎아주는 결합 요금제를 내놨다.
이동통신 기본료 10%를 내려주고 인터넷은 반값에 이용이 가능하다. 인터넷 전화로는 무료통화 100분을 제공한다. 헬로모바일은 MVNO 업체로는 처음으로 이달 초부터 대대적인 TV 광고도 시작했다.
태광그룹 계열 MSO인 티브로드도 '티브로드 모바일'을 통해 자급제 단말기인 ZTE Z스마트폰과 전용 요금제 2종을 출시하고 본격적인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여기에 유통 공룡들도 가세할 전망이다. 롯데마트는 최근 서울 일부 점포에서 시범 판매해 온 알뜰폰 '세컨드(2nd)'를 전국 60개 점포에서 판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마트와 홈플러스는 더 적극적이다.
SK텔레콤(017670) 회선을 재판매하는 SK텔링크와 제휴를 맺고 알뜰폰을 판매하는 롯데마트와는 달리 직접 이동통신업체 회선을 빌려 알뜰폰 사업에 뛰어든다. 홈플러스는
KT(030200)의 망을 밀려 오는 21일 사업을 시작할 예정이다. 전국 147개 점포를 가진
이마트(139480)도 이르면 다음달 1일 MVNO 시장에 진출한다.
MVNO는 주파수를 보유하고 있는 이동통신사업자의 망을 빌려 서비스를 제공하는 형태로, 진입 장벽을 낮춰 경쟁 활성화해 통신요금을 낮춘다는 취지로 2011년 도입됐다. 2년 여가 흐른 지금 MVNO가입자는 약 150만명에 이른다.
전체 이동통신의 2%에 불과한 MVNO 시장에 대기업이 군침을 흘리는 것은 MVNO가 안정적인 성장세에 접어들었다는 판단에서다. 시행 초기 성공 여부조차 불투명했던 과도기가 지나자 MVNO 사업의 매력이 커진 것이다. 최근 4개월 동안 MVNO 가입자는 한 달 평균 약 9만7000명씩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 한 관계자는 "MVNO 도입 초기에는 방통위가 대형마트 등 유통기업에 사업 참여를 적극 독려했었다"며 "그때에는 신통치 않은 반응을 보이더니 지금은 돈이 될 것 같으니까 뛰어들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몇몇 대기업 계열 사업자를 제외하고는 26개에 이르는 MVNO 업체 중 대부분이 중소기업이다. 중소 사업자들은 "막대한 자금력을 앞세운 대기업에 당해낼 수 없다"며 대기업이 MVNO에 뛰어들면 애초 취지가 퇴색될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실제로 SK텔레콤은 지난 2월 영업정지 처분을 받은 기간동안 SK텔링크를 통해 우회영업을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업계에는 "SK텔레콤의 영업정지 기간 동안 SK텔링크의 가입자가 4배나 늘었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SK텔레콤은 "같은 기간 SK텔링크의 후불 요금제 가입자는 2만명 남짓"이라고 해명했지만 MVNO를 기존 영향력 유지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곱지 않은 눈초리는 여전하다.
망 도매대가도 논란거리다. SK텔레콤이 SK텔링크에게 의도적으로 비싼 값에 망을 대여해주고 다른 MVNO 사업자에게도 같은 조건을 요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MVNO 업계 관계자는 "이통사가 MVNO 사업자를 소유할 수 있다면 경쟁활성화를 통한 통신비 인하라는 목적이 달성될 수 있겠냐"며 "MVNO 사업자 허가를 제한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한국MVNO협회는 MVNO를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신청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독과점 구조를 깨고 가격 경쟁을 촉진하기 위해 도입한 MVNO가 또 다시 대기업의 '먹거리'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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