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백지신탁제도' 개선안 '솔솔'..거센 반론 직면
"이해충돌 방지위해 오히려 제도 오히려 '확대'해야"
"창조경영 위해서 기업가 출신 원한다면 제도개선 필수"
2013-03-20 16:58:54 2013-03-20 17:01:21
[뉴스토마토 이보라기자] 황철주 사태로 주식백지신탁제도에 대한 개선 여론이 일고 있다. 본질적으로 청와대의 허술한 인사시스템으로 인해 불거진 문제인데, 괜한 제도를 뜯어고치려 한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논란..황철주 사태로 촉발
 
황철주 주성엔지니어링(036930) 대표(사진)가 중기청장에 임명된지 3일만인 지난 18일 "평생 일군 기업을 버릴 수 없어 공직을 포기했다"면서 "현장 출신 전문가를 영입하려면 제도의 개선이 필수적"이라고 청장직을 사퇴한 데서 논란은 시작됐다.
 
당당하고도 합리적으로 사퇴 원인을 설명하는 이 성공한 기업가의 발언에 '주식백지신탁제도'의 문제점이 거론됐고, 이는 곧 행정안전부의 주식백지신탁제도 개선 검토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행안부는 지난 19일 "백지신탁제도가 지나치게 엄격하고 예외를 인정하지 않아 기업인이나 주주가 공직에 헌신할 기회를 박탈한다는 논란이 있다"면서 "유능한 기업인이 공직에 진출해 국가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현재의 주식백지신탁제도를 개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황 대표가 사퇴한지 단 하루만에 제도 개선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은 것이다.
 
행안부는 창업기업인이나 기업지배권을 갖고 있는 고위공직자가 주식을 보유하더라도, 이것을 팔지 않고 보관신탁할 기회를 주되 주주총회에서 의결권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공직 기간이 다했을 때 해당 기업의 가치가 상승했다면 상승분에 한해 사회에 환원하는 방안 등을 마련키로 했다.
 
현행 공직자윤리법에 따르면 국회의원과 장·차관을 포함한 1급이상 고위공직자, 기획재정부와 금융감독원 4급이상 공직자들은 의무적으로 직무와 관련된 주식을 매각하거나 수탁기관에 위탁해야 한다.
 
◇이해충돌 방지하는 기본취지 무색.. "오히려 퇴색"
 
백지신탁제도가 보관신탁제도로 바뀐다면 공직자 윤리법의 기본취지를 해칠 수 있다는 점에 시민단체와 전문가들이 반발하고 있다.
 
백지신탁제도는 고위공직자들이 업무중 알게 된 정보를 이용해 주식을 거래하거나 개인적으로 소유한 주식에 영향을 미치는 결정을 내리는 등 공익과 사익의 충돌을 막기 위한 취지에서 마련됐다. 17대 총선에서 여야의 공약으로 제시됐고, 2005년 도입됐다.
 
장정욱 참여연대 행정감시센터 팀장은 "행안부의 백지신탁제도 개선 검토 발표는 '개선' 아니라 현재 제도의 취지를 오히려 퇴색 시키는 것"이라고 비판의 날을 세웠다.
 
그는 이어 "지금의 (공직자)이해충돌 방지를 위한 백지신탁제도는 부족하지만 반드시 유지될 명분이 있고 오히려 주식 뿐 아니라 다른 재산에까지 제한을 두는 등 이해충돌을 방지하는 확대 방향으로 '개선'되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공직자를 선정할 때는 도덕성과 전문성 등이 중요한 항목으로 거론된다. 전문성이 높다는 것은 곧 이해충돌 가능성도 높다는 뜻이 되기 때문에 이에 대한 방지제도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행안부가 내놓는 안대로 제도가 바뀐다면 막강한 권한을 갖게 되는 고위공무원의 이해충돌 문제를 해결할 길이 없게 된다는 것이다.
 
이번 공직 임명에 앞서 주식백지신탁제도 문제가 불거진 것 자체가 고위공직자의 이해충돌을 방지하려는 주식백지신탁제도 및 공직자윤리법의 긍정적인 면이 드러난 것으로 오히려 이 제도의 필요성이 부각되는 계기가 됐다는 시각도 나온다.
 
◇ "기업인은 공직도 못 오르나"
 
박근혜 정부는 취임초기부터 IT·과학 중심의 창조경영을 기치로 내걸고 중소기업의 중요성을 설파했다. 중소기업계의 기대도 부풀었던 분위기에서 황철주 대표가 내정되자 일제히 환영했다.
 
18일 황 대표가 내정된지 3일만에 주식백지신탁제도로 인해 청장직을 사퇴하는 반전상황이 연출됐다. 이후 중소기업계는 논평을 내놓는 등 주식백지신탁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적극적으로 피력하고 있다.
 
중소기업계는 창조경영의 원동력이 될 요소 중 하나인 기업인들 특유의 현장감과 시각이 반영된 중소기업 콘트롤타워가 상황인만큼 기업인들의 상황을 고려한 제도의 유연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한 중소기업 관계자는 "기업인의 공직진출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정부법이 너무 일방적"이라면서 "기업인은 제도때문에 공직진출을 못하나"라면서 불만을 털어놨다.
 
중소기업계 관련인사는 현장출신 기업인이 공직에 나가기 위해 백지신탁 제도의 개선은 필수적인 일이라는 것.
 
다른 관계자는 "제도 자체가 틀렸다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다만 제도적 보완을 이야기 하는 것"이라면서 "정부가 중소기업 육성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피력한만큼 현장 경험과 시각을 펼칠 수 있는 기업인 출신의 공직 진출을 막는 제도 개선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