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혜진기자] "펀드가 와인이라면 랩은 포도알이라고 보면 됩니다. 자산이 함께 운용되느냐, 개인 성향에 따라 움직이느냐에 따라 다른 거죠."
22일 이재신 신한금융투자 랩운용부장은 서울 중구 신한금융투자 태평로센터에서 진행된 <뉴스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펀드와 랩을 혼동하는 경우가 많은데 단순히 와인과 포도알을 떠올리면 이해가 쉬울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 부장은 "랩은 펀드와 달리 자산 운용에 있어 개인의 개성이 많이 반영되는 상품"이라며 "계좌 하나하나를 개인의 특성에 맞춰 운용하기 때문에 자세히 뜯어보면 해당 고객의 성향도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은행 정기예금보다 소폭 높은 수익률에 만족하는 고객이 있는 반면 원금 손실을 감안하더라도 높은 수익을 추구하는 투자자가 있을 수 있다"며 "고객의 요구와 목표 수익률에 따라 배분과 운용이 달라진다"고 말했다.
◇이재신 신한금융투자 랩운용부장
펀드 대비 기대할 수 있는 장점으로는 투자 내역별 수익률을 다음날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을 꼽았다. 예컨대 랩 가입자는 채권 부문과 주식 부문에서 나온 수익률이 각각 얼마나 되는지를 다음날 바로 점검할 수 있다.
이재신 부장은 "펀드의 경우 운용 내역을 카피(도용)하는 일을 방지하기 위해 세부 내역별 수익률을 다음날 바로 알 수는 없다"며 "내역별 수익률을 확인하기까지는 시간이 어느 정도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일반 투자자들이 랩에 접근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에는 동의했다. 랩은 최소 가입금액이 몇 천만원에 달한다. 고액 자산가를 중심으로 랩이 판매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이 부장은 "일반 투자자가 다가가기에는 다소 부담스러울 수 있다"며 "목돈으로 시작해야 하기 때문에 고액 자산가들이 주로 이용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이재신 부장과의 일문 일답이다.
-신한금융투자에서 랩 운용부를 총괄하고 있는데 일반 자산운용사와 비슷한 업무를 하는지.
▲우리 부서의 경우 자산운용사와 하는 일 자체는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원래 자산운용사에서 상품을 만들고 운용하면 증권사는 위탁 판매를 하는 것이 보통이다. 그러나 랩은 증권사에서 계좌를 트고 운용까지 맡긴다. 어떻게 보면 자산운용사와 경쟁관계에 놓여 있다고 볼 수도 있다.
-최근에 모집한 랩은 어떤 상품이 있었나.
▲상장지수펀드(ETF) 분할매수형 랩이 지난 15일 9차까지 판매됐다. ETF 분할매수형 랩은 코스피 지수가 전일 종가 대비 하락하는 시점만 골라 ETF를 10%씩 매수하는 상품이다. 코스피가 상승세를 타면 매도해 차익을 실현한다. 이후 환매조건부채권(RP)나 머니마켓랩(MMW)으로 전환하는 것이 특징이다.
-개념은 이해하기 쉬운 것 같다. 지수가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싼 값에 싸 둔 다음 오를 때 팔아 이익을 낸다고 보면 되겠다.
▲그렇다. 사실 어떤 상품이든 투자자가 이해하기 쉬운 상품이 잘 팔리는 경향이 있다. 문제는 타이밍이다. 지수가 언제 올라갈지 예측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수가 조정을 받고 있는 시점을 잡아야 한다. 중장기적으로 상승이 예상되는 시점을 파악해야 한다는 의미다. 증시 전망이 불투명한데 무작정 뛰어들 경우 손실을 입을 수 있다.
-어떤 상품에 가입하든 리스크는 항상 따져봐야 할 것 같다. 다시 전체 랩 이야기로 돌아가보자. 지난달 랩 계약 규모를 보니 신한금융투자는 다소 부진한 편인 것 같다.
▲ 우리 회사가 보유한 자본과 비교해 랩 계약 규모가 많지는 않았다. 지난해 부진한 면이 있었는데 올해부터는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투자상품지원본부(IPS)가 신설되면서 상품 판매에 대한 지원이 강화되고 있다. 증권사 상품과 은행 상품을 동시에 비교할 수 있는 자산관리서비스(PWM) 센터의 개설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
<프로필>
▲서강대 경영학과▲前 신한금융투자 채권부장, FICC 운용부장▲現 랩운용부장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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