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곽보연기자] 국내 경제전문가 2명 중 1명 이상은 우리 경제의 성장 둔화가 장기화하면서 일본식 장기불황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올 경제성장률은 한국은행이 발표한 전망치보다 낮게 예상됐다.
25일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최근 민간·국책연구소와 학계 및 금융기관의 경제전문가 4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새정부 경제환경 및 정책방향' 설문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절반 이상은 한국이 일본식 장기불황에 빠질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전망했다.
전체 응답자는 올해 국내 경제성장률을 2.7%로 전망했고, 새정부는 경기부양을 위해 13조3000억원 규모의 추경예산을 편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올 성장률 2.7% 예상.."글로벌 경제위기 2015년 이후 끝날 것"
경제전문가들은 올해 국내 경제성장률이 상반기 1.9%, 올해 전체로는 2.7%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유럽의 재정위기가 불거졌던 지난 2011년의 3.6%에 훨씬 못 미치는 수준이며 한국은행이 지난 1월 발표한 올 전망치 2.8%보다도 0.1%포인트 낮은 수치다.
전문가들은 전망치에 대한 대외위협요인으로 '유럽발 경제위기 지속'(41.3%)과 '일본 아베노믹스'(41.3%)를 가장 많이 꼽았다. 이어 '중국 등 신흥국의 성장 둔화'(15.2%)와 '미국의 재정불안'(2.2%) 등도 위협요인으로 꼽혔다.
전경련은 "유럽 재정위기국들이 긴축정책을 펼치면서 실물경기가 지속적으로 악화되고 있다"며 "또 최근 불거지고 있는 키프로스 구제금융 사태의 확산에 대한 우려, 일본의 양적완화 정책까지 우리 수출기업들이 피해를 보는 것에 대한 경계감이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대내위협요인으로는 '가계부채'(37%)가 부동산시장 침체와 함께 가계의 소비여력을 약화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민주화와 북핵문제 등 '정치리스크'(17.4%)도 비교적 높은 응답률을 기록했으며, 이밖에도 '환율하락'(13%)과 '내수침체'(2.2%) 등의 대내 위협요인도 지목했다.
경제전문가들의 절반가량(56.5%)은 현재의 글로벌 경제위기가 오는 2015년 이후에나 끝날 것으로 예상했다. 올 하반기 중으로 경제위기가 끝날 것으로 내다본 전문가도 15.2% 있었으나, 올 상반기 중으로 위기가 극복될 것이라는 전문가는 단 한명도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일본식 장기불황 가능성↑"..새정부 추경예산 필요
전문가들은 글로벌 경기침체가 지속되면서 우리 경제의 성장둔화가 장기화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었다. 응답자의 56.6%는 "한국이 일본식 장기 불황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고 답했고, 나머지 43.4%의 응답자는 그 가능성을 낮은 것으로 점쳤다.
가능성이 높다고 응답한 전문가들은 '우리 경제의 급속한 인구 고령화'(34.6%)와 '부동산버블 붕괴 조짐'(30.8%), '기업 투자부진'(19.2%) 등을 그 이유로 꼽았다.
전문가의 절반은 새 정부가 정책목표인 ▲중산층 복원 ▲고용률 제고 ▲증세없는 복지를 현실화 하려면 최소 경제성장률을 최소 4%대까지 끌어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4%대 이상의 성장없이는 국민소득이 증가하기 어렵고 일자리 창출이나 세수 증대 등을 달성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경기활성화를 위한 단기적 처방으로 '추경예산 편성'(69.6%)을 꼽았으며 그 규모는 13조3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외환위기 직후인 지난 1998년 투입된 13조9000억원과 비슷한 규모다.
장기적 관점에서는 투자와 일자리 확대를 위해 '신성장동력 확충'(69.6%)이 가장 시급하다고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이어 '기업규제 완화'(19.6%)와 '세제 및 금융지원'(4.3%) 등이 필요하다고 응답한 전문가들도 있었다.
배상근 전경련 경제본부장은 "새 정부의 출발선 상에서 우리 경제가 처한 현실을 객관적으로 진단하고 바람직한 정책방향을 제시하기 위해 이번 설문조사를 진행하게 됐다"며 조사의 목적을 밝혔다.
배 본부장은 이어 "저성장 기조의 극복과 새로운 먹거리 발굴을 모두 소홀히 할 수 없는만큼 이를 위해 모든 경제주체들이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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