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곽보연기자] 동부그룹의 농업계열사인 동부팜한농과 동부팜화옹이 농협과 농민단체의 반대에 부딪쳐 화옹 유리온실사업을 전격 중단키로 했다.
동부팜한농·화옹은 26일 성명서를 통해 "더 이상 불필요한 오해가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 화옹 첨단유리온실사업을 중단키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농업은 동부의 7대 미래성장산업 중 하나로, 동부팜한농은 지난해 12월 말 경기도 화성시 화옹간척지에 467억원의 사업비를 투자해 15헥타르 규모의 첨단유리온실을 세웠다. 온실에서 토마토를 재배해 대부분 수출할 계획이었다.
그러자 농민들이 들고 일어섰다. 대기업의 골목상권 침해가 여론의 도마 위에 오른 상황에서 동부가 영농에까지 손을 뻗쳤다고 분개했다. 농협과 농업단체, 농가들이 '영세농 생계권'을 침해했다고 주장하며 동부제품 불매운동을 전개한 것도 이 즈음이다.
이달 중순 전국농민회 경북도연맹과 한국농업경영인연합회 등 농민단체들은 경북 구미시 동부팜한농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동부의 농업생산분야 사업 철수를 촉구했다.
이들은 "동부팜한농이 농업과 농촌을 상대로 상품을 판매해 이득을 얻으면서 한편으로는 농업인의 생존권을 옥죄고 있다"며 "농업생산분야 사업 철수를 강력히 요구한다"고 압박했다.
농민들의 격렬한 저항에 부딪히자 동부는 지난 20일 농협과 농가에 상생을 위한 '공동 영농'을 제안했다. 첨단유리온실단지를 활용해 농가와 토마토를 공동으로 생산하고, 농협과 농민단체 회원들을 동부팜한농의 사외이사로 선임해 경영참여 기회를 부여하는 등의 방안을 제시한 것.
하지만 결국 이마저도 화난 농심을 돌리진 못했다. 여론을 의식해 일종의 회유책을 제시한 것으로 비춰졌다. 여기에다 상생 등 경제민주화가 시대 화두로 떠오른 상황에서 사태 확산은 동부그룹 전체로 화염이 번지게 할 소지가 다분했다.
이에 동부팜한농은 26일 긴급 성명서를 내고 사업 철수를 전격 선언했다.
동부는 성명서에서 "위기의 농업을 기회의 농업으로 만들기 위해 첨단기술과 자본을 투입, 농업의 융복합화와 첨단화, 규모화에 기여해야 한다고 굳게 믿었다"며 "정부의 농업경쟁력 강화 정책에 적극 호응하고 농식품 수출 활성화에 기여하려는 취지에서 이 사업을 시작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토마토 공동생산, 공동 브랜드 등 농업인들과 상생하는 기업영농모델을 만들어 보겠다는 참뜻에도 불구하고 농협과 농민단체, 농가들의 곡해와 불신이 실망감을 안겨줬다"며 "지난 60년간 농업발전을 위해 헌신해온 동부팜한농을 골목상권을 침해한 기업인 양 매도하는 소리에 좌절감을 느꼈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동부는 "결국 더 이상의 오해를 막기 위해 화옹 유리온실사업을 중단키로 결정했다"며 "정부 책임아래 화옹 농식품수출전문단지를 농업인들이 승계토록 할 수 있는 방안을 적극 강구해달라"고 요청했다.
한편 정부는 여전히 뒷짐만 진 채 아무런 답도 내놓지 않고 있어 갈등 당사자인 양측으로부터 모두 빈축을 사야 할 처지에 놓였다. 동부팜한농의 영농사업은 정부의 농식품 수출 활성화 및 농업 경쟁력 강화 정책에 따라 시작됐으며, 정부는 이 같은 취지로 사업공모를 실시, 2010년 7월 동부팜한농을 최종사업자로 선정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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