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4.1대책 효과 과연?..의견 갈수록 '양극화'
"실수요 움직일 것" vs. "정책 목표 자체 잘못"
2013-04-16 13:38:20 2013-04-16 13:41:03
[뉴스토마토 최봄이기자] 4.1부동산대책 발표 후 2주가 지났지만 얼어붙은 시장이 쉽게 풀리지 않고 있다.
 
강남 재건축 단지 등 일부지역의 매도호가가 오르고 수도권 미분양 아파트 단지에 문의 전화가 늘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지만 실제 계약으로 이어지지는 않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 정부의 종합 대책이 부동산 시장 회복을 견인할 것이라는 긍정적 평가와 매수심리를 끌어올리기 불충분하다는 회의론이 상충하고 있다. 여기에 집값 거품이 여전한 상황에서 정책 방향을 잘못 설정했다는 비판론까지 대두되면서 시장의 관망세가 깊어지고 있다.
 
특히 4.1 부동산 대책의 핵심 내용으로 꼽히는 취득세, 양도소득세 등 부동산 거래세 감면안에 대해서도 전문가들의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부동산 거래세 감면안은 실수요자들의 거래부담을 낮춰줌과 동시에 다주택자의 주택 투자 수요를 끌어올리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 생애최초 주택구입자의 경우 신규발생하는 주택 실수요자로 투기 우려가 적고 주택거래 활성화 측면에서 가장 효과가 높은 계층이라는 것이 정부의 관점이다.
 
4.1부동산 종합대책 원안은 부부합산 연소득 6000만원 이하 주택 구입자가 올해 말까지 6억원 이하, 85㎡ 이하 주택을 구입할 때 취득세 전액을 면제하는 것이다. 현재 9억원 이하 주택의 취득세율은 1%로 취득세 면제 혜택을 받는다면 2억원 주택 기준 100만원을 아끼는 셈이 된다.
 
양도소득세 일부 면제 방안은 다주택자의 투자 수요를 이끌어내고 대출 상환 부담이 큰 1가구1주택자가 주택을 쉽게 처분할 수 있도록 마련됐다.
 
정부 원안을 보면 9억원 이하 신규·미분양 주택에 대해 취득 후 5년간 양도소득세가 면제되도록 규정하고 있다. 현재와 같이 부동산 경기가 침체된 상황에서 실수요만으로는 부동산 경기를 살릴 수 없다는 정책적 판단이 때문이다.
 
이와 함께 기존 주택에 대해서도 1가구1주택자가 2년 이상 보유한 9억원·85㎡ 이하 주택을 구입하면 취득 후 5년간 양도소득세 전액을 면제하는 안도 마련됐다. 집이 팔리지 않아 과도한 채무상환부담을 지고 있는 하우스푸어의 어려움을 덜어주겠다는 것이 정부의 취지다.
 
신축, 미분양 주택에 대한 양도세 감면은 이전 정부에서도 사용했던 처방이지만 기존 주택에 대한 양도세 감면안은 박근혜 정부가 처음으로 시도하는 대책이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거래세 비중을 낮춰 실수요자들의 내집마련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는 데에는 공감하고 있다. 부동산 투기 우려가 심했던 과열기에 부동산 거래세 비중이 크게 늘어 다른 국가에 비해 지나치게 높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하지만 이번 대책이 시장 정상화와 서민 주거복지 안정에 기여할 지 여부를 둘러싸고는 서로 다른 진단이 나오고 있다.
 
◇"시장 흐름 긍정적..효과 있을 것"
 
임채우 KB부동산 전문위원은 "현재 국회에서 논의하고 있는 취득세·양도소득세 면적 기준 완화가 이뤄지면 현재와 같은 저금리 상황에서 생애최초 주택구입자에게는 내집마련하기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본다"며 "시장에서는 관망세가 이어지고 있지만 부동산 경기의 선행지표인 경매시장에서는 낙찰가율과 입찰률이 높아지고 있는 만큼 부동산 경기 회복이 기대된다"고 전망했다.
 
일부 지역과 수요층을 중심으로 주택 거래가 늘 것이라는 의견도 제시됐다.
 
천현숙 국토연구원 연구위원은 "주택 구입의사와 구입여력은 있으나 정부 대책 발표까지 구입을 미뤄온 수요자들에게는 거래세 감면안이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일부 지역에서는 주택가격이 바닥을 찍었다는 분위기도 형성되고 있는 만큼 거래 활성화 효과를 기대해볼 수 있다는 것이다.
 
천 연구원은 감면 기준에 관한 여야 갈등과 관련해 "여야가 주택경기 침체의 심각성을 달리 인식하는 것 같다"며 "주택가격이 급등해 서민주거가 불안해지는 것과 마찬가지로 주택가격이 단기간에 급락하는 것도 심각한 문제라는 인식이 필요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접근 자체가 잘못..효과 제한적일 것"
 
반면 거래세 감면으로 수요를 늘리겠다는 정책 목표 자체가 잘못됐다는 비판론도 제기됐다. 단기적으로는 거래가 늘어날 수 있겠지만 장기적으로는 부동산 시장의 혼란과 서민 주거 불안이 가중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박은철 서울연구원 연구위원은 "주택가격이 '비정상'이기 때문에 거래를 늘려야 한다는 정부의 발상 자체가 잘못됐다"며 "장기 저성장 시대에 가계소득과 인구가 지속적으로 감소하면서 주택수요가 줄고 집값이 하락하는 추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박 연구원은 이어 "자금 여력이 있는 계층의 투자수요를 자극하기보다 서민 주거불안정을 해소하는 방향으로 정책의 초점을 이동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준환 서울디지털대학 부동산학과 교수는 "1가구1주택자의 주택을 매수할 때 양도세 감면 혜택을 주는 대책은 긍정적으로 평가하지만 이미 주택가격이 대세 하락기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만큼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양도소득세는 집값이 더 오를 것이라는 기대가 있어야 실효성이 있는 것인데다 취득세율 1% 감면으로는 구매결정을 자극하기 역부족이라는 분석이다.
 
세금을 활용한 부동산 정책이 조세제도의 예측가능성을 떨어뜨려 시장의불확실성만 키운다는 주장도 나왔다.
 
박훈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조세정책은 실제 효과로 나타나는 시차를 지닐 수밖에 없는데 단기·한시적인 정책이 실효를 거둘지 의문스럽다"며 "그때 그때 시장 상황에 맞춰 정책을 쓰다가는 물이 이미 뜨거워진 줄도 모르고 계속 뜨거운 물을 쏟아내는 '바보의 수도꼭지'의 함정에 빠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박 교수는 현 부동산 거래세는 부동산 경기 과열기에 도입돼 과도하다는 데 전문가들이 공감하고 있는 만큼 세수 부족 문제를 보완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거래세 비중을 영구히 낮추는 방안도 생각해볼 만 하다"고 제안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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