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곽보연기자] 4월 들어 PC용 D램의 가격 상승세가 지속됐음에도 메모리반도체 업계가 마냥 웃을 수만 없는 묘한 상황에 처했다. PC용 D램의 경우 보름만에 고정거래가격이 10% 가까이 올랐지만 PC 출하량은 오히려 감소했기 때문이다.
17일 메모리반도체 전문사이트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4월 상반기 PC용 D램(DDR3 2기가비트(Gb) 1333Mhz 기준) 고정거래가격은 1.44달러를 기록, 3월 하반기 1.31달러보다 9.9% 오르며 상승 추세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달 기록한 1.44달러는 올 1월 기록했던 0.92달러와 비교할 때 무려 56.5% 상승한 수치지만 지난 3월 한달동안 약 21.3% 성장률을 기록했던 것과 비교하면 PC용 D램 가격의 성장세가 이달 들어 소폭 둔화된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PC의 주요 부품인 D램 가격은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전세계 PC 출하량은 끊임없이 감소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가트너에 따르면 올해 1분기 PC 출하량은 7920만대로, 전년 동기 대비 11.2%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스마트 기기가 빠르게 PC를 대체하면서 출하량은 2분기에도 지속적으로 감소할 것이란 게 업계 중론이다.
이처럼 D램 업계의 비정상적인 현상에 대해 증권가는 PC 업체들의 재고 축적과 일부 부품업체들의 수요를 조절이 D램의 가격 상승을 부추긴 것으로 파악했다.
◇삼성전자가 생산하는 PC용 D램(DDR3 2Gb 제품)
진성혜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마이크론과 엘피다 간 구조조정이 지연되면서 불확실성이 확대됐고, 이에 재고 축적량이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며 "또 중국의 저가 스마트폰이 호조를 보이며 모바일 D램 수요가 늘어나 상대적으로 PC용 D램 생산량이 줄어든 것도 D램 가격 상승을 이끈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도현우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일부 메모리 업체들의 낮은 수율로 출하량이 증가하지 않고 있다"며 "또 대만에서 발생한 지진과 한국의 북한 리스크도 바이어들의 심리를 자극해 재고 구축에 영향을 끼쳤다"고 설명했다.
증권업계의 한 전문가는 "지금의 D램 가격 상승 속도는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이라며 우려를 표명하기도 했다. 비정상적 가격 상승을 이끌었던 원인이 제거되면 또 다시 추락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다.
앞서 전동수 삼성전자 메모리반도체 사업부 사장은 지난달 초 반도체산업협회 정기총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PC는 수요 자체가 위축되고 있는데 D램 가격이 오른다는 것은 조금 이상한 현상이 아닌가 싶다"며 "누가 인위적으로 통제하는것이 아닌가 의심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특히 "D램 가격 상승이 순간적으론 좋을지 몰라도 장기적으로 보면 건전한 산업발전에 악영향이 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일시적으로 무리한 가격 상승보다는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가격대가 형성되는 게 관련 산업의 발전에 도움이 된다는 얘기다.
한편 스마트폰과 태블릿PC 등 스마트 기기에 들어가는 낸드플래시, 모바일 D램 등은 거래가격이 안정을 되찾은 것으로 나타났다.
낸드플래시(64Gb MLC 기준) 고정가격은 이달 들어 5.34달러를 기록하며 지난 3월과 동일한 수준을 보였다. 모바일 D램의 경우 스마트폰 출하량이 꾸준히 늘어나면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수요가 약 73%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업계 관계자는 "모바일 D램의 생산량이 증가세에 있지만 현재 수요가 이를 능가한다"며 "수요에 비해 부족한 D램 공급은 단기간에 개선되기는 힘들 것"으로 예상했다. 수급의 불균형은 모바일 D램이라고 예외가 아니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